김낙년 교수 '富의 불평등' 논문
상위 10%가 富 66% 보유… 국내 40만명이 재산 10%이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위 10% 자산은 63%→66%, 하위 50% 자산은 2.3%→1.7%
반면 국내에선 관련 통계나 연구방법론의 부재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상위 1%나 10% 부자의 기준이 무엇이고 이들이 전체 부 가운데 몇 %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컨센서스(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본인 명의 재산 10억원 이상 '금수저' 40만명
국내에서 소득분배를 연구해온 동국대 김낙년 교수가 29일 발표한 '한국의 부의 불평등, 2000-2013'이란 논문은 상속세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종합부동산세 등 국세청의 세금 자료를 토대로 상위 1%와 10%, 하위 50% 등 각 계층이 갖고 있는 재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을 분석한 국내 첫 연구로 주목받는다.
연구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 계층에 들려면 개인 기준으로 최소 2억2400만원의 순자산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계층의 평균 순자산은 6억2400만원가량으로 조사됐다. 소득 최상위층인 상위 1%에 들려면 순자산이 9억9000만원을 넘어야 했다. 상위 1%의 평균 순자산은 평균 24억37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인구 3950만명(2013년 기준) 중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본인 명의로 보유한 '금수저'가 약 40만명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발간한 '연례부자보고서'와도 비슷한 규모다. 이 보고서는 한국인 '백만장자'(자산 100만달러·약 11억원 이상)의 숫자를 31만3000만명, 자산 5000만달러(약573억원) 숫자를 1800명으로 추산했다.
◇빈부 간 격차 점점 커져
부자가 많아지는 것 자체는 나쁠 게 없지만, 문제는 자산의 쏠림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상위 10% 계층이 보유한 자산은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후해 63.2%에서 6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하위 50%가 보유한 자산은 2.3%에서 1.7%로 떨어졌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크레디트스위스 조사에서는 전 세계 자산의 50.4%를 상위 1%의 부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후 소득불평등 현상이 꾸준히 진행돼왔으며, 특히 상위 부자들의 자산이 늘어나는 속도가 중산층보다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지니계수를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와도 궤를 같이한다.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0.30으로 34개 회원국 가운데 중간에 해당한다. 일본(0.34), 영국(0.35), 미국(0.40)보다는 낫고, 북유럽 국가보다는 소득불평등이 심한 편이다. 김 교수가 이번 논문에서 자산을 기준으로 비교한 불평등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 상위 10%가 자산의 66%를 보유해 미국(76.3%), 영국(70.5%)보다는 낫지만 프랑스(62.4%)보다는 부의 쏠림이 심하다.
김낙년 교수는 "피케티 교수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재산으로 버는 돈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부의 사다리 걷어차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는 소득의 불평등보다 자산의 불평등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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