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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간

고혈압-당뇨병 수준이 된 AIDS - 하루 약 한알씩 복용하면 끝

하루 약 한알씩 복용하면 끝

매년 12월 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8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보건장관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을 위한 정보교류, 교육ž홍보, 인권존중 등의 내용을 담은 ‘런던선언’을 채택하면서 제정됐다. ‘세계 에이즈의 날’ 행사는 세계에이즈캠페인이 주관하며, 에이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확산방지를 위해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가 다양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에이즈의 날 제정과 여러 캠페인을 통해 AIDS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HIV 감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오해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AIDS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성 질환 및 합병증 등이 발생하는 상태다. HIV는 성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마약 정맥주사시 오염된 주사바늘 사용으로 인해 감염될 수 있으며, 과거에는 수혈이나 혈액제재로 인한 감염이 발생하였던 적도 있다.

 

그렇다면 HIV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이길래 우리 몸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일까? HIV는 RNA 바이러스로, 분류상 ‘레트로바이러스(Retrorviridae)’ 과에 속한다. HIV가 몸 안에 들어오면 인체의 방어 기능을 총괄 담당하는 면역세포(CD4양성 T 림프구)를 찾아내 그 세포 안에서 증식하면서, 체내 면역세포를 파괴시켜 면역기능이 저하되게 된다.
HIV 바이러스는 세포 밖을 나와서 공기 중에 노출되면 즉시 사멸하기 때문에 공기매개 감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혈액이나 체액이 건조되면 활성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약간의 염소가 용해되어 있는 보통의 수돗물로 닦으면 HIV는 단시간에 비활성화된다.

‘HIV 감염인’은 HIV에 감염됐으나 면역지수가 유지돼 증상이 없는 건강한 상태이거나 경미한 증상만 갖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HIV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모두 AIDS 환자인 것은 아니고, 질병이 상당히 진행되어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AIDS’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면역세포 수치가 200 cell/mm3 이하일 경우와 폐렴이나 결핵과 같은 기회감염과 암이 발생하면 AIDS로 진단한다. 현재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항바이러스 약들이 개발되기 직전인 1990년대 초반, 미국의 젊은 성인에서, 사고사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넘어서 AIDS가 사망률 1위를 차지하였을 때에는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었다. 근래에는 하루 1알의 치료제만 꾸준히 복용하면 AIDS로 진행할 가능성은 없으며 정상인과 같은 평균수명을 누리게 된다.

여기서 사람들이 HIV/AIDS에 대해 가장 궁금해하는 두 가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첫째, 감염인과 일상적인 신체접촉(악수와 포옹), 같이 식사하기, 화장실 공동사용 등을 통해 HIV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는다. HIV 감염을 일으키는 체액은 혈액, 정액, 및 질 분비액에 한정돼 있으므로 감염원이 되는 체액에 노출되는 경우만 주의한다면 감염 위험은 전혀 없다. 무엇보다 성행위로 감염되지 않도록 콘돔 사용을 습관화한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감염원이 되는 혈액 등을 부득이하게 직접 접촉해야 할 경우 고무장갑을 착용하여 혈액이 묻지 않도록 해야한다. 가급적이면 혈액이 묻기 쉬운 칫솔, 면도기, 손톱깎이 등은 개인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HIV 감염은 하루 1알 치료제의 복용으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되었다. 과거 HIV/AIDS 판정이 불치병이나 사망으로 직결된다고 여겨진 것과는 달리 이제는 치료만 잘 받으면 합병증 없이 오래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최근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감염 초기부터 치료하면 합병증 발생이 더 적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3년 5월 HIV/AIDS 신고 현황을 발표하면서 “에이즈는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며 “자발적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은 고혈압, 당뇨 등 다른 만성질환과는 달리 HIV/AIDS 치료는 약을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HIV 바이러스는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잘 생기기 때문에 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하거나 일부만 복용하면 약제의 효과가 감소되거나 없어지는 약제내성이 유발되어 치료가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HIV 치료는 한꺼번에 여러 개의 약물을 투여해서 강력하게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 이를 HAART(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 또는 칵테일 요법이라고 하는데, 여러 개의 알약을 한꺼번에 복용해야 하니 약 먹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약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중간중간 건너뛰고 먹거나, 정해진 복용 시간을 놓치거나, 여러 개의 알약 중 몇 개만 골라먹는 등 약을 임의로 복용하면 목표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약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쪽으로 치료제는 그 혁신과 진화를 거듭하였다. 수십년 전에는 하루 30알의 알약을 여러 번에 나누어 먹었어야 했지만 최근에는 국내에 하루 한 알 복용할 수 있는 단일정복합제도 출시됐다. HIV가 우리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임은 분명하지만, 치료를 잘 받는 감염인의 경우 몸이 다시 건강해지고 기대여명이 정상인과 차이가 없게 됐다.

UN 산하단체인 UNAIDS는 2015년부터 HIV 감염의 치료목표를 90-90-90 (조기발견을 통해 감염인의 90% 이상 진단하고, 진단된 감염인의 90% 이상에서 치료가 가능하도록 약제를 제공하고, 치료받은 감염인의 90% 이상이 혈중에서 HIV 바이러스 제로가 됨)으로 정하여 HIV 감염인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고, 더불어 HIV 유행의 종식을 이루고자 하고 있다. 완치약과 예방 백신의 개발로 인류가 HIV 유행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