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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日 신용등급 하락… 선진국들 "나 떨고있니?"

日 신용등급 하락… 선진국들 "나 떨고있니?"
다음 타깃은?… 佛 재정 적자 포르투갈 수준 英도 채무비율 늘어 안심 못해
선진국들 왜 이러나… 금융위기때 재정풀어 경기부양 경기 회복 느려지자 빚 눈덩이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9년 만에 낮춘 데 이어 28일엔 무디스가 미국에 대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날 무디스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 정부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향후 2년 내에 미국의 신용등급(AAA)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재정 상태가 부실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잇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아일랜드 등 유럽 소국(小國)에서 발생했던 '재정위기→국가신용등급 하락' 사태가 선진국 그룹으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악화된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떨어뜨린 다음날인 28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참의원(상원)에 참석해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간 총리는 이날“일본의 정부 재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로이터 뉴시스
일본 다음 타자는?

그동안 일본과 함께 미국이 잦은 경고를 받았다. 무디스가 특정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 그로부터 12~18개월 이내에 실제로 등급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재정 적자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되면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S&P도 지난 13일 "현재 AAA로 최고 등급인 미국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려면 날로 악화 중인 국가 채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S&P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국가 채무는 1조23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한다. 이는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8.3%)와 비슷한 비중이다.

지난 26일 미국 의회예산국은 올해 국가 채무가 1조4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까지 최대였던 2009년(1조4000억달러)의 규모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현재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받은 영국·프랑스도 '위험군(群)'에 속한다. 김일구 대우증권 채권분석부장은 "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유럽 국가도 낮추겠다는 신호"라며 "다음번 타깃은 프랑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작년 12월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재확인하긴 했다. 하지만 작년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7.4%로 유럽에서 다음번 재정위기 국가로 지목되는 포르투갈(7.3%)에 근접하고, 올해 국가 채무비율도 포르투갈(98.7%)과 비슷한 97.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은 채무비율이 2008년 57%에서 2009년 72.4%로 급등했다. 그러자 S&P는 2009년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사회보장기여금을 1%포인트 올리는 등의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해 작년 10월 겨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바꿨다.

왜 선진국까지 코너에 몰리나

선진국들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다. 그런데 경기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느리자 국가 채무만 늘어나게 됐다. 그 결과 지금 신용등급 하락 위협이라는 '청구서'가 돌아오는 것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 올 때 금리가 높아진다. 이는 다시 재정 압박 요인이 된다. 경기가 지지부진해서 세입이 적어 세금으로 빚을 갚지 못하면 나랏빚은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일본이 이런 악순환에 빠진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일본의 예산은 92조4116억엔이지만 경기 침체로 세수는 40조9000억엔에 그칠 전망이다. 나머지는 국채를 발행해서 메워야 한다. 올해 일본의 나랏빚은 997조7098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국가 채무비율은 204.2%로 나랏빚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넘어서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채무비율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선진국은 성장이 안 되니 복지를 줄이는 등 재정을 개혁하지 않고는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면서 "선진국들의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