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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위기에 유럽은 '세대전쟁 전야

노년층 표 눈치보는 각국 정부, 젊은층에 막대한 나랏빚 전가…젊은이들 거리로… '분노의 시위'

"너는 혁명을 원한다고 말했지."(비틀스 곡 '혁명'의 가사)

비틀스가 이 노래를 발표할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학생들이 기존 질서에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었다(1968년 대규모 학생 시위를 뜻함·편집자 주).

지금 유럽의 공기엔 반란의 기운이 가득하다.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유럽 전역에서 성난 젊은이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젊은이들은 1968년 거리로 나왔던 부모 세대보다 더 좋은 명분도 갖고 있다. 비록 그들의 행동이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위대는 합당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바로 그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청년 시위는 앞으로 장기간 계속될 '세대 전쟁'의 서막일 수도 있다. 지난 100년이 자본가와 노동자가 경제라는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놓고 투쟁했던 계급 전쟁의 시대였다면, 이번 세기는 서로 다른 세대가 파이를 놓고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작년 10월 그리스 학생들은 정부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영국에서는 대학 등록금을 3배로 높이려는 계획이 발표되자 학생 시위대가 런던 도심을 지나던 찰스 황태자 부부의 차를 공격했다. 지난달 로마에서는 학생들이 교육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도로에 가축 분뇨를 쏟아부었다. 프랑스에서는 작년 10월 학생들이 퇴직연금 지급 시점을 60세에서 62세로 올리려는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젊은 시위대의 마음 깊숙한 곳에는 자신들이 사회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 그들은 막대한 나랏빚을 어깨에 짊어지게 될 것이다. 집을 사기도 어렵고, 주택담보대출조차 마음대로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월급을 많이 주는 일자리는 더 드물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이 빚은 결국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갚아야 할 돈이다. 결국 근로자들은 더 늦은 나이까지 일하게 될 것이다. 지금 젊은 세대가 운 좋게 일자리를 얻는다면 그들은 80대까지 일만 하게 될 수도 있다. 부모 세대처럼 크루즈선(船)을 타고 지중해를 여행하거나 스페인의 멋진 골프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일은 이제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 된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이 단일 통화(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도입한 각종 긴축정책의 대가도 중·장년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로존 국가의 노동시장은 경직돼 있고, 중·장년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용주들은 신규 채용을 중단하게 되고, 젊은이들은 일할 기회를 잃게 된다.

유럽연합 통계를 보자. 작년 8월 기준으로 유로존 지역의 25세 미만 청년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 스페인에서는 그 비율이 40%를 넘어섰다. 조만간 스페인에서는 20대 초반에 일자리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영국의 국립사회조사센터는 이런 보고서를 펴냈다. "젊은이가 집을 소유하기 더 힘들어지고, 퇴직 연령이 사라지면서 청년 취업은 더 어려워지며, 교육비는 점점 높아지고 있는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세대 간 단절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의 부담을 꼭 젊은 세대가 짊어지란 법은 없다. 그런데도 각국 정부는 그 부담을 젊은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년층의 수는 더 늘어난다. 이들은 투표도 열심히 한다. 2005년 영국에서 치러진 선거의 경우 25~34세 유권자는 48%만 투표했지만, 65세 이상은 75%가 투표를 했다.

이 때문에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 세대에 유리한 정책을 내놓을 유인(誘引)이 커진다. 그 결과 중·장년층이 주로 혜택을 받는 의료 지출은 삭감되지 않는 반면, 젊은 층이 주(主) 수혜자인 교육 예산은 삭감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존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 때문에 새 일자리가 늘어날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 주택 가격을 떠받치려는 정책은 집이 있는 중·장년층에는 유리하겠지만, 아직 집이 없는 젊은 세대에는 나쁜 소식이 될 것이다. 경제 시스템 전체가 점점 더 젊은이들에게 불리하게 변해 가는 셈이다.

이제는 다시 균형을 찾고, 공정한 사회를 세워야 할 시점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충분한 일자리가 없다면, 기존 근로자의 정년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 만약 교육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면 의료 관련 예산에 비례해 줄여야 한다. 세대 간 자원 배분이 균형을 되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몇년간 중·장년들은 깨진 창문, 부서진 자동차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다. 만일 세대 전쟁이 본격화된다면 그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