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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애널리스트 수난時代… 절반 줄인 증권사도 나와

[거래 줄어 수익 악화되자 '리서치센터=돈먹는 조직' 인식]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 - 62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올초보다 26명 줄어들어
변별력 없는 보고서도 자충수 - 1년 단위로 재계약하면서 연봉 10~20% 깎는 경우도

억대 연봉을 받으며 '증권사의 꽃'으로 대접받던 애널리스트들이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하고 있다. 올 들어 주식 거래가 급감하면서 증권사 수익이 급격히 악화되자,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비용만 드는 조직'이란 시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절반 자른 증권사도

올 들어 5개 중소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교체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애널리스트들의 입지가 약화된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모든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20% 정도씩 비용 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리서치센터장이 구조조정의 총대를 메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버린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2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 숫자는 1426명이다. 올 초와 비교해 26명이 줄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경우 24명이던 애널리스트 숫자가 5개월 만에 11명으로 반 토막 났다. 남아 있는 11명의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경력이 2년 7개월에 지나지 않을 만큼 조직 위상도 쪼그라들었다. A증권사의 7년차 애널리스트는 "대형 증권사들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연봉을 10~20%씩 깎는 방법으로 리서치센터 규모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감축 /쪼그라드는 기관 주식 거래 대금

지난해는 한 금융지주 소속 증권사의 리서치센터가 아예 해체될 거라는 말이 시장에 돌았다. 금융지주사의 특성상 기업들에 대한 리서치 기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체는 면했지만, 리서치센터 소속 연구원들을 일선 영업조직으로 재배치한다는 계획이 상당히 진척됐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변별력 없는 보고서 자충수 둬"

애널리스트들의 전성기는 2006년쯤이었다. 주식 시장이 좋아 웬만한 중형 증권사들도 1년에 1000억원씩 이익을 내던 때였다. 전산이나 영업조직 확장으로는 다른 중소형사와 쉽게 차별화를 이룰 수 없었던 중형 증권사들은 우후죽순 격으로 리서치센터를 설립했다. 중간급 애널리스트들의 연봉도 3억원대로 올라갔고,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연봉이 2배 뛰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최근엔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기관투자자나 펀드매니저가 궁금해하는 종목이나 투자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애널리스트의 중요한 업무인데, 기관투자자의 증시 거래 대금이 급감해 애널리스트의 활동 공간 자체가 좁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기관투자자의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들었다. B투자자문 대표는 "요즘은 올라갈 주식 종목을 찍기보다는 자산을 어떻게 배분하는지가 운용의 관건이기 때문에, 종목 분석에 능한 애널리스트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내용 면에서 차별화 없이 평범한 보고서를 쏟아낸 것도 자충수로 작용했다. 한 중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의 기업설명 담당 부서가 뿌리는 자료를 받아서 이를 가공해 분석보고서를 만들다 보니 애널리스트들끼리의 변별력이 없어진 것도 제 발목을 잡은 요인"이라며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애널리스트가 되겠다며 최근에 취직한 연구원들이 불쌍하다고 여겨질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증권업계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 리서치센터'를 세우자는 말까지 나왔다. 중소 증권사들이 조금씩 돈을 내 리서치센터를 통합해 운영하고 보고서도 공동으로 펴내 각자 영업에 활용하자는 계획이다. 증권사별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에 논의가 잠복했지만, 증권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 통합리서치센터 논의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