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월드포커스] 경제 수퍼모델 북유럽…비결은 실용주의

입력 : 2013.02.01 17:11

스웨덴 1위, 덴마크 2위, 핀란드 3위, 노르웨이 4위….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세계에서 정부가 가장 잘 작동하는 나라’ 순위다. 이 북부 유럽에 나란히 자리잡은 4대 강소국은 지금 세계 각국의 선망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고삐 풀린 자유시장 체제’의 쓴 맛을 본 미국도 ‘큰 정부와 방만한 재정 지출’로 수렁에 빠진 유럽 국가들도, 하나같이 ‘바이킹의 후예’ 국가들로부터 새로운 교훈을 얻으려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2월 2일자) 커버 스토리와 스페셜 리포트에서 ‘다음 수퍼모델’ 노르딕 국가들을 집중 조명했다.

◆ 복지 천국으로 통하던 북유럽 이제는…

오늘날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4개국은 아직 부채 위기에서 허우적대는 유럽 속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1993년에서 2010년 사이 스웨덴 경제와 생산성은 연율 기준으로 각각 2.7%, 2.1%씩 성장했다. 유럽연합(EU) 주요 15개국 평균(각각 1.9%, 1%)을 웃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북유럽이 이처럼 ‘나홀로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을 좌우 이념에 우선하는 실용주의라고 분석했다.

한때 북유럽 4개국은 전 세계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복지 천국으로 통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표현되는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정책은 각국 정부의 롤모델이었다.

하지만 1970~1980년대 국가의 역할이 커지는 만큼 경제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1970년대 세계 4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스웨덴은 1993년 순위가 14위로 내려앉았고, 스웨덴 평균 국민은 영국이나 이탈리아보다 가난해졌다. 반면 이 기간 나라의 씀씀이는 커져 1980년 스웨덴 정부의 GDP 대비 공공 지출(67%)은 1960년대의 두배 가까이 뛰기도 했었다.

비대한 복지국가를 계속해서 운영하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북유럽 경제 모델의 문제점은 국가 재정이 몇개의 대기업에 기대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한 줌에 불과한 대기업들에 사회적 비용을 전가했고, 이에 따라 북유럽 국가들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돈을 복지에 쓰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

북유럽 국가들은 국가의 복지 접근법을 바꿨다.

실제로 각종 통계를 보면 스웨덴의 변화가 눈에 띈다. 스웨덴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3년 67%에서 현재 49%까지 낮아졌다. 부동산과 선물, 부, 상속 등에 부과하는 세금도 모두 완화했다. 또 스웨덴은 올해 법인세를 26.3%에서 22%로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최근 연금 시스템의 개념도 ‘수당’에서 ‘기부’로 대체하고 있다.

효과는 각종 경제 지표에서 나타난다. 1993년 GDP의 70%에 달하던 공공 부채는 2010년 37%까지 낮아졌다. GDP 대비 11%에 달하던 적자는 지난해 0.3% 흑자로 돌아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스웨덴이 작은 정부·개방형 경제로 변화하는 중"이라며 "2007~2008년 세계 금융 위기 후폭풍에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이코노미스트, 2013년2월1일

◆ “북유럽 새 모델, 국가보다 개인이 우선”

최근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시장에 자율성과 경쟁을 도입하면서도 책임을 강조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유럽이 최근 국가보다는 개인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웨덴 정부는 학원 개혁을 통해 사립학교와 공립학교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민간 기업도 공공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경쟁을 유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북유럽 국가들도 스웨덴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유럽에서 가장 자유로운 노동시장을 만들었고, 핀란드는 벤처캐피탈과 엔젤 투자를 장려해 혁신과 창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를 가지고 북유럽이 예전의 복지 모델을 완전히 버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예컨대 북유럽 공공 인력은 전체 노동인구의 30%에 달하는데, 이는 아직 OECD 평균의 두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또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국가 신용등급은 모두 ‘AAA’로 유로존 평균을 크게 웃돈다. GDP 대비 부채 규모도 미국(100% 이상), 유럽연합(80% 이상)을 크게 밑도는 30~50% 사이다.

◆ 북유럽의 교훈…‘국가와 개인의 조화’

전문가들은 북유럽 국가들이 큰 정부와 개인을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스웨덴 에르스타 스콘달대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유럽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중재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국가 통제하의 개인주의’로 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연구를 인용해 “북유럽 인들은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 개인들의 자율성을 촉진하고 사회적 유동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런 북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에 시사점을 준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이미 GDP의 100%를 넘어서며 부채 한도를 소진한 상황이고, 남유럽 국가가 위기에 빠진 원인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 부채 때문 탓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남유럽은 재정 문제와 관련해 북유럽 스타일의 강인한 의지가 있어야 하고, 미국은 북유럽 스타일의 실용주의를 적용해 공공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