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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설] 美 재정절벽 통과로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

미국 의회가 ’재정절벽’을 한동안 모면하는 합의안을 통과시켰지만 미봉책에 불과해 세계 경제에 여전히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신용평가회사들도 한목소리로 미국에 신속한 추가 조치를 주문할 정도다.

새해 첫날 미국 하원은 정부 지출을 앞으로 10년 동안 자동적으로 1조2000억달러 줄이도록 규정한 자동감축(시퀘스트) 조항 시행 을 2개월 연기하도록 했다. 이 합의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연소득 40만달러 이상(부부합산 45만달러) 고소득층 소득세율은 4.6%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또 이들 고소득층 자본이득세율은 15%에서 20%로 올렸다. 이번 합의안에서 모든 소득계층에 부과되는 급여소득세도 2%포인트 오르게 됐다. 이 타협으로 ’재정절벽’은 가까스로 모면했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세수 확대 방안에 일부 절충안을 도출했을 뿐 정작 더 중요한 정부 지출 삭감 문제는 제대로 다루지도 못한 채 2개월 뒤로 미룬 안에 불과하다.

더구나 미국 정치권은 연방정부 지출 자동감축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과 동시에 앞으로 2개월 내에 국가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법정 한도인 16조4000억달러에 도달했다. 당시 재무부는 특별조치로 2000억달러 여유자금을 만들었지만 이 자금도 2개월이면 바닥난다. 의회가 앞으로 두 달 내에 부채 상한선을 올려주지 않으면 오는 3월부터 재정 지출이 동결돼 충격파가 닥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부채 한도를 가급적 일찍 올리려 하고 공화당은 정부 지출을 크게 삭감하려고 벼르고 있는 만큼 한동안 이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재정절벽(Fiscal Cliff)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재정 지출 축소로 인해 성장률이 둔화되는 재정비탈(Fiscal Slope)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재정절벽 타협에서 부유층뿐 아니라 중ㆍ하위 소득계층도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되므로 소비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고 또 상반기 성장률은 하반기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절벽 협상 타결 직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증시가 단기 급등하는 랠리를 보였으나 결코 샴페인을 터뜨려선 안 된다는 전문가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