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기자가 지어낸 이야기죠. 서울대학 출신이고 학점과 스펙도 좋은데 어떻게 취직이 안되나요?"
"그들은 취직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이겠죠."
최근 매일경제에 실린 `SKY대생의 눈물`이라는 기획기사를 보고 일부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의 통념을 깨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기자도 제보를 받고 정말 그럴까 하는 심정으로 취재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취업대란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명문대 졸업장만 있으면 취업이 보장되는 시대는 옛말이 됐다. 이른바 SKY대학(서울대ㆍ고대ㆍ연대)을 나오고 최고 수준의 학점, 만점에 가까운 토익점수, 해외연수와 인턴 경력 등 완벽한 스펙을 갖추고도 고배를 마시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100% 취업률을 자랑하던 명문 MBA 졸업생이나 서울대 박사,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도 취업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상위 1% 안에 들어야 간다는 SKY대학의 대표학과 출신조차 20번 이상 원서를 내야 1~2번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10명을 모집하면 보통 1000명 이상이 지원한다고 한다. 경쟁률은 100대1이지만 1000명을 넘어야 내가 살아남는다.
스펙 쌓기는 무한경쟁이다. 해외연수 한 번은 기본이고 두 번은 다녀와야 경쟁자와 다른 스펙으로 인정받는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은 취업과외를 받는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서울 강남에는 취업컨설팅 학원들이 등장했고 컨설팅 한 번 받는 데 20만원을 내야 한다. 심지어 원서를 내는 기업의 인ㆍ적성검사조차 사전에 과외를 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공부하면서 취직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가슴이 무너진다.
명문대학을 나와도 이 정도니 중위권이나 지방대학 출신들이 직장을 얻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쌓이는 건 분노뿐이었다. 지방대학에서 학과 수석을 하고도 일자리를 못찾고 있다는 한 학생은 2000자가 넘는 장문의 편지를 보내와 잘못되어 가고 있는 취업 현장을 고발했다. 40대의 한 직장인은 "요즘 젊은이들은 시대를 잘못 만난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분노하는 이들을 위로해 줄 방법은 일자리와 사회적 관심밖에 없다.
불황이 장기화하고 경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에 채용을 늘리라는 요구는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최소한의 일자리는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명예퇴직을 늘리거나 자연 감소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되레 인력을 감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정부가 고졸채용을 늘리라고 하니까 대졸 채용 규모를 줄이는 기업도 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양상이다. 명문대 출신의 우수 인재들이 모이는 금융권의 고용한파는 특히 심하다. 2년 전 공채로 113명을 뽑았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는 아예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서울의 한 대기업과 부산의 한 중소기업은 "신문 기사에 사례로 등장한 학생들을 채용해 청년들의 아픔을 같이하고 싶다"고 전해오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채용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대선을 앞둔 불안한 정국도 채용에 도움이 안되고 있다.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주창하고 있어 기업들은 앞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당연히 신사업은 뒤로 미뤄지고 신규채용은 엄두도 못내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들은 경제민주화가 경제에서 소외된 자들의 소득을 올려주고 이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일자리를 늘려준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제민주화의 수혜자로 인식되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들조차 경제민주화가 저성장으로 투자를 위축시키고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경제민주화가 양극화를 더 고착시킬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일자리를 늘리는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반짝 효과에 그칠 재정지원 일자리 공약만 쏟아낼 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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