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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윤형식 기자의 설레는 은퇴, 두려운 은퇴] SKY대생의 눈물, 좌절하는 부모들 늘어난다

‘분노하는 대학생들, 좌절하는 부모님들’ 

차라리 대학을 안 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분석들이 잇달아 쏟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우골탑의 불명예를 갖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이 ‘SKY대생의 눈물’이라는 기획기사로 화제를 모은데 이어 LG경제연구원이 최근 ‘교육투자비용 회수하지 못하는 대졸자 늘고 있다’는 재미있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LG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으로만 분석해보면 대학에 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은 대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연구원은 대학 교육을 투자의 개념으로 간주하고 졸업 후의 기대소득과 교육비 지출을 비교해 대학교육의 투자수익률을 산출했다. 

즉 고졸자와 대졸자의 비용 대비 기대수익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대학등록금뿐 아니라 대학 4년 동안 포기해야 하는 임금 소득을 모두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투자수익률은 1995년 10.6%에서 2010년에는 15.2%로 상승해 수익률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해는 14.6%로 낮아졌으나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대졸자는 고졸자에 비해 은퇴시점까지 연평균 14.6%의 수익을 더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교육비를 합쳐서 수익률을 계산하면 4년제 대학은 12.5%로 2005년에 비해 0.6%정도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률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대학교육의 투자수익률이 12.5%이면 주식(6.1%), 주택(5.3%)과 같은 자산의 2000년대 연평균 수익률보다 월등히 높다. 대학 진학은 단순한 수익률 측면에서도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도 대학투자수익률이 10%를 밑돌았지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제로금리가 유지되면서 다른 자산보다 고수익 투자처로 인식됐다. 

문제는 평균 투자수익률이 아니라 취업에 실패하거나 비정규직 등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일자리를 얻는 사람의 투자수익률은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수익률이 0이하인 경우, 즉 비용을 감안할 때 대졸자가 고졸자보다 기대소득이 낮은 경우가 2011년 기준으로 67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995년의 8만1천명에 비해 8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LG연구원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임금 근로를 하지 않는 주부나 구직의사가 없는 사람을 포함하면 이 숫자는 최대 18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95년의 59만 명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숫자이며 전체 대졸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5년 16%에서 20%로 증가했다. 

LG연구원은 과도한 대학선호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학진학률이 83%에 달하다 보니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노동시장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부실대학을 정리해 대학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물론 대졸 고졸간의 임금격차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사회풍조가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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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얼마 전 보도한 ‘SKY대생의 눈물’에 따르면 일자리가 없다고 분노하는 대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상경계 대학으로는 최상위 명문사학으로 분류되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의 한 졸업반 학생은 입사시험에서 10번 넘게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다. 

프랑스 유학경험이 있어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하고 학점관리도 남보다 뒤지지 않는데도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겨우 2번 면접까지 올라갔으나 고배를 마시고 스트레스가 심해져 머리도 빠지고 있다고 한다. 명문대에 진학하면 자연 좋은 직장에 취업한다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똑똑한 고졸자들이 취업시장에서 승리자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매일경제 홈페이지(WWW.MK.CO.KR) 검색창에 ‘고졸채용’을 치면 대기업들의 고졸채용을 알리는 기사가 쭉쭉 뜬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도 ‘고졸시대’를 장려하고 있다. 이주호 장관은 “너도나도 대학에 가야만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한 가지 성공 경로에서 ‘고졸 시대’는 인생의 다양한 성공 경로를 여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대학진학에 경종을 울리고 사교육비와 청년 실업문제, 양극화를 푸는 해법이 될 것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진학을 고려중인 학생 학부모들을 위해 고졸시대 포털사이트(www.hifive.go.kr)도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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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열린 ‘고졸 채용 미래를 열자! 대 박람회’에서 한 여고 졸업생의 이야기가 주목을 끌었다. 2010년 서울 일신여상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3년차 직장인 최은빈씨는 “지금 생각해도 6년 전 특성화고 진학은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최씨는 특성화고에서 평소 관심 있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국가자격증도 10개 이상 땄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사해 친절사원 상도 받고 재미있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년에는 서울 소재 대학의 재직자특별전형에 지원해 대학생활에 도전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서울지역 3개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입시경쟁률은 2.5대 1을 기록했다. 국내 발명대회 42차례나 참가한 학생,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물론 내신 성적 5%내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무분별한 대학진학보다는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조기에 선택해 전문가로 자리 잡는 쪽으로 학생과 부모님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가 교육 강국이라는 점은 분명 대단한 국가경쟁력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세계적 교육기업인 피어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 교육 강국 2위를 차지했다. 한국에 이어 홍콩 일본 싱가폴이 5위에 포함됐다. 

그러나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의아해한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무슨 정보를 들었기에 ‘교육 지옥’에 빠져있는 한국을 칭찬한단 말인가.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고려치 않는 ‘닥치고 대학’은 모든 이들을 불행케 한다. 자신은 물론 뒷바라지해야 하는 부모들까지. 필자는 일전에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 자녀교육에 올인 하는 것을 조심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번에 발표된 대학교육투자의 효율성이 그 주장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듯 사랑하는 일을 찾아라!” 이 시대의 혁신 아이콘이었던 스티브잡스가 남긴 명언이다. 자녀에게 ‘닥치고 대학’보다는 그들에게 행복이 뭔지를 같이 고민하는 부모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