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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의 상시화 시대


IMF총회 다녀온 김중수 "불확실성 관리가 일상화" 전문가들 장기불황 공감대

위기를 빨리 벗어나고 싶지만, 이런 바람과는 달리 세계는 오히려 위기가 상존하는 '위기 상시화' 시대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불확실성이 늘 곁에 있으며 본격적인 경기 회복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이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일상화된 관행이 됐다"면서 "이는 새 패러다임"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최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서 느낀 점을 은행장들에게 설명하며 "국제적으로 위기가 '상수화'됐다"고 말했다. 과거엔 IMF 총회 참석자들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총회에선 이구동성으로 '위기가 온 지 5년이나 됐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여기 참석한) 행장들도 위기관리를 하시겠지만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일상화되다 보니 위기가) 마치 없는 것처럼 됐다"고도 했다. 이에 하영구 씨티은행장은 "(불확실성이나 위기와) 더불어 사는 거죠"라고 답했다.

세계의 미디어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패러노멀(paranormal)','슈가러시(sugar rush)','인디언서머(Indian summer)', '퍼펙트스톰(perfect storm)' 등 상시적인 위기 상황을 묘사하는 신조어를 헤드라인으로 올리고 있다.

 (왼쪽부터)김중수 韓銀총재, 루비니 교수, 로고프 교수, 빌 그로스.

불확실성의 확대와 위기의 상시화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이미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IMF는 최근 올해와 내년의 경제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미국과 유로존이 재정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가 최소 2018년까지 호전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의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퍼펙트 스톰'(초강력 태풍)이란 용어로 현재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 정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붕괴, 이란과의 군사적 갈등,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 등 네 가지 악재가 결합하면 세계경제는 퍼펙트 스톰과 같은 재난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경제 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다른 경기 침체와 차원이 다르다"면서 경기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적인 채권 펀드 핌코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그로스는 올해 금융시장을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초자연적이라는 뜻의 '패러노멀'이란 단어로 규정하고 있다. 각 나라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을 풀고 있지만 불확실한 변수가 너무 많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무제한 국채 매입 발언 이후 유럽 증시가 상승하고 유럽 국채 수익률이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 현상을 '슈가러시(당분 과다 섭취 후 일시적으로 에너지가 넘치는 것)'와 '인디언서머(서늘한 가을에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더위)'로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