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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마켓레이더] 왜 증시는 `개미들의 무덤` 일까?

`율법 앞에서`는 프란츠 카프카의 아주 짧은 소설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율법 안으로 들어가려는 한 시골 사나이가 있다. 하지만 문지기가 율법 문을 막는다. 사나이는 자신이 가진 보물을 모두 주며 부탁했지만 문지기는 완강했다. 그러면서 이런 말만 되풀이한다.

"내가 물건을 받는 것은 당신을 위해서야. 당신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야."

사나이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를 한탄하며 문지기에게 불평을 늘어놓지만 결국 율법엔 들어가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죽기 직전 사나이는 문지기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모두가 율법에 들어가고 싶어 했을 텐데 오랜 세월 이 문으로 들어가려고 한 자가 한 명도 없었으니 어찌된 일인가."

"이곳으로는 다른 사람은 들어갈 수 없어. 오직 당신만을 위한 문이니까. 당신이 죽으면 나도 여기를 떠나야 해."

이 소설에서 율법은 한 개인이 바꿀 수 없는 권력이나 권위를 상징한다. 그러나 그 의미를 확대해 보면 율법을 주식시장 수익률로도 비유할 수 있다.

증시 수익률을 지키는 문지기는 외국인과 연기금 등 기관이다. 개인은 그 수익률 속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시골 사나이인 셈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개인은 돈이 없다. 자금력이 약하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 정보력에서도 열세다. 정말 돈이 되는 정보는 기관으로 몰린다.

그 결과 개인 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넘기가 벅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매입한 10개 종목은 평균 20%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4% 이상, 국내 기관은 1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요즘처럼 대외변수가 많은 시기엔 개인투자자가 수익을 내기 더 힘들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좋은 것은 가급적 직접 투자를 피하는 것이다. 펀드도 손실을 보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종목을 고르는 것보다 수익을 내는 펀드를 찾는 것이 훨씬 쉽다. 주요 운용사 간판 펀드들의 투자 성적이 이를 대변한다.

KB중소형주포커스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26%와 15%대에 달한다. 삼성과 신한BNPP, 미래에셋운용 간판 펀드도 플러스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래도 직접 매매를 하고 싶다면 시장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한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직접 종목 투자를 하겠다면 전문가 이상으로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갖춘 `슈퍼개미`가 돼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직접 투자는 접는 게 현명하다.

[증권부 = 장박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