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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설] '8년째 OECD 자살률 1위' 원인을 찾아야 할 때다

2010년 한국에서 하루 평균 42.6명씩, 연간 1만5566명이 자살했다. 인구 10만명당 31.2명으로 OECD 평균(12.8명)의 2.4배나 된다. OECD 국가 가운데 2·3위인 헝가리(23.3명)·일본(21.2명)과 큰 격차를 두고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기막힌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의 세계 최고 수준 자살률은 경제 변수를 갖고는 설명이 안 된다. 1인당 GNI가 2000년 1만1292달러에서 2010년 2만562달러로 1.8배로 높아졌지만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00년 13.6명에서 2010년 31.2명으로 되레 2.3배가 됐다. 복지 혜택도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지지만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가 도입되고 2008년 기초노령연금제·장기요양보험제가 시행되는 등 주요 제도가 정비됐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자살률(10만명당 11.7명)도 OECD 평균과 비슷한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 복지 제도가 시원찮아 자살률이 높다고 하기도 어렵다.

2010년 한국 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으로 멕시코의 2242시간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길다. 그러나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더 긴 멕시코는 10만명당 자살 숫자가 우리의 6분의 1도 안 되는 4.8명인 걸 보면 근로시간도 자살률과는 직접 상관이 없다. 빈부 격차가 작고 사회 안정도가 높은 일본도 자살률은 OECD 3위 국가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의 주요 종교는 모두 자살을 가장 큰 죄(罪)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 절대다수가 자살을 죄로 여기는 세계 주요 종교를 믿고 있다. 이런데도 자살률이 세계 1위다. 정말 무엇이 국민의 행복도와 자살률을 결정하는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삶이 행복하다'고 대답한 국민 비율을 보면 GDP가 8402달러이던 1993년이나 2만2489달러가 된 2011년이나 똑같이 52%였다. OECD가 지난 2월 발표한 우리의 국민 행복지수(幸福指數)도 회원국 32개국 가운데 31위로 바닥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숨 가쁜 경제성장 끝에 우리 제품과 K팝이 세계를 휩쓸고,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높아지고, 올림픽 금메달 순위로 5위에 오르게 됐지만 국민 행복도와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느낌을 갖기 어렵다.

국가 운영의 최고 목표는 국민의 삶을 인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있다.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있기에 경제와 국력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민 행복도는 꼴찌에서 헤매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인지 범사회적 수준에서 토론해봐야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