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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건강-간

컴퓨터 바이러스 잡은 안철수 사장의 간염 투병기

2002.06.20

 

컴퓨터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국내 대표적인 컴퓨터 보안 전문회사 ‘안철수 연구소’의 안철수(40) 사
장. 그에게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숙명인가? 이번에는 자신의 몸에 들어온 간염 바이러스와 치열한 싸
움을 벌여야 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만성 B형간염과의 전쟁에서 몸을 회복한 후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
한 안 사장은 “컴퓨터도 무리하게 쓰면 쉽게 망가지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 몸도 휴식 없이
혹사 하면 제 기능을 잃는다는 것을 이번에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대의대에서 생리학을 전공한 의사 출신이면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의 최고경영
자(CEO)인 안 사장과 만성간염 바이러스와의 투병 생활에 대해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정보통
신업계의 선두 주자 답게 언론과의 거의 모든 인터뷰를 이메일로 주고 받는다.

안 사장이 B형 간염 바이러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태어날 때부터. 1980년대 이전까지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가 전체 국민의 10%였던 것을 감안하면, 출생시 모체(母體)로 부터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일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간염 바이러스가 탈을 내기 시작한 것은 1분 이상 전화 통화할 시
간도 없이 하루 하루를 바쁘게 보내야 했던 지난 3월. 벤처기업의 특성상, CEO에게 모든 결정과 대외
적인 미팅이 집중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극도로 피로한 상태였다.

안 사장은 “술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깨는 일이 많았다”
며 “극심한 피로감과 식욕 저하, 몸살 증상 등으로 병원을 찾은 후에야 간염이 악화됐다는 것을 알았
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그도 투병 생활 중에는 간염의 진행 정도를 나타내는 간기능 수치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
었다고 털어놨다.

안 사장은 “간염 회복기에 접어들어 몸 컨디션은 좋아지고 있는데, 간기능 수치는 나빠지는 시기가
있었다”며 “이때는 괜히 몸의 상태가 다시 악화되는 느낌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보
면 간기능 수치에 그렇게 과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된다”며 “장기간의 투병생활이 필요한 만성질
환자 일수록 차분한 마음을 갖고 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그는 전했
다.

매사를 정석대로 처리하는 안 사장의 성격때문 인지, 그는 주변에서 간에 좋다는 한약재나 건강식품
을 권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일절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안 사장은 “환자 입장에서는 솔깃한 유혹에 약해 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치의가 하라는 대로
골고루 영양소를 섭취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데 집중 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병 생활이 오히려 인생의 활력소가 됐다고 전했다. 안 사장은 “처음 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때는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하루가 너무 느리게 지나가는 것이 참으로 고통스
러웠다”며 “가능한 회사일을 생각하지 않고 독서를 많이 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인 진정한 휴식
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한 자세가 간염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는 “컴퓨터가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해 정보가 입력되고 그것을 본체에서 생각한 후 결과를 모니터
나 프린터로 출력한다는 점이 인간 몸의 생리 현상과 유사하다”며 “컴퓨터는 필요에 따라 부분 부분
을 교체하면 새 것처럼 쓸 수 있지만, 사람 몸은 그럴 수가 없으니 평소에 자신의 몸을 혹사하지 말
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