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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무너지는 화이트칼라… 그냥두면 자본주의 폭발"


다보스포럼 참석한 로고프 하버드大교수 인터뷰
전 세계적인 사회 갈등 분출 -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 없는 게 문제
유럽식 자본주의도 - 적은 근로 시간, 긴 휴가 그리고 균등한 분배… 지속 불가능한 것으로 판명
중국도 대안될 수 없어 - 해안도시는 21세기 최첨단, 국민 3분의 2는 18세기 삶… 초기 자본주의 경험하는 듯

"빈부 격차 확대, 금융 위기 확산, 건강보험제도 붕괴, 정치 시스템의 마비 등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몇십년간 자본주의의 미래는 담보될 수 없습니다. 지금 상태로 자본주의 체제가 가다가는 언젠가는 폭발할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케네스 로고프(Rogoff) 경제학 교수는 26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본지와 만나 "경제가 성장한다거나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에 금이 가고 있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요즘 들어 계층 간 부(富)를 축적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선진국의 경우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지만 근로자들은 자본가들처럼 빠른 속도로 부를 축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근로자들이 성장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첨단산업 종사자들은 그동안 큰 이익을 누려왔지만 전통 굴뚝산업 종사자들은 생활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자긍심과 사회적 지위를 주는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입니다."

 케네스 로고프(Rogoff)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지금 상태로 자본주의 체제가 가다가는 언젠가는 폭발할 것”이라며“불투명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건강보험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혁하고 금융 업계를 제대로 규제한다면 자본주의 체제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 제공
그는 "저임금 근로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같은 현상을 겪었지만 기업들의 아웃소싱이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화이트칼라 직종까지도 조기 퇴직해야 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이들이 저소득층 계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면서 사회적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해법은 시간을 갖고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국민 건강보험과 사회안전망, 적은 근로시간, 긴 휴가기간, 조기 퇴직, 비교적 균등한 분배 등이 특징인 유럽식 자본주의 체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국가가 강력한 통제력을 가진 중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도 지적했다. "중국식 자본주의는 수출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 아주 느슨한 사회안전망, 시도 때도 없는 정부 개입 등이 특징입니다. 많은 사람이 중국식 자본주의가 마치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식 경제 시스템은 아직 진화 중이어서 훗날 어떤 자본주의 체제를 갖출지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식 자본주의는 신흥 개도국만이 할 수 있는 국가 개입형 자본주의 체제이지, 선진국이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로고프 교수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소득 불평등은 중국이 서방 국가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안 도시는 21세기 최첨단 도시들이지만 중국 국민의 3분의 2가 사는 내륙 지방은 아직도 18세기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아직도 초기 자본주의 체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행 자본주의 체제를 다른 자본주의 체제로 변형(revise)해야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 "자본주의의 종말이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본주의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개선책으로 경제 왜곡현상을 최소화하는 세제 개혁을 통해 소득의 균등한 분배를 해야 한다"면서 "불투명한 재정 지출을 줄이고, 건강보험제도를 효율적으로 개혁하고 금융업계를 제대로 규제한다면 자본주의 체제를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