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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12 유럽]① 재정위기의 클라이막스가 기다리고 있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의 클라이막스가 기다리고 있다.


2011년 초만 해도 유럽 재정위기가 1년 내내 세계 경제를 괴롭힐 것을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한 상황에서 국가 부채위기는 오히려 유럽의 중심부까지 진군, 유로화 체제를 송두리채 뒤흔들어 놓았다.

이제는 유럽 문제가 2012년 글로벌 경제를 좌우할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재정위험국의 국채만기가 밀집한 1분기(1~3월)다. 붕괴의 전주곡이 될지 아니면 턴어라운드(경기회복 반전)의 시작일지, 세계경제는 곧 갈림길에 선다.

◆ “1분기를 넘겨라”

재정 불량국이 갚아야 하는 대규모 국채 만기가 올 1년에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2~4월이 고비다. 이탈리아가 상반기에 상환해야 할 국채 규모는 1730억유로로 특히 2~4월 1410억유로가 몰려 있다. 1년치의 44%에 달한다.

2011년 말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입찰은 절반만 성공한 것으로 끝났다. 낙찰은 어느 정도 됐지만 누그러지지 않은 불안감이 이탈리아 국채 금리를 심리적인 저항선인 7% 위로 끌어올렸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놓인 프랑스의 국채 만기는 1분기에만 1010억유로, 2분기에는 570억유로가 몰려있고, 스페인은 1분기 중 300억유로, 2분기 중 370억유로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미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 그리스도 1분기 중 220억유로를 갚아야 한다.

만에 하나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는 국가가 나온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을 때보다 더 크게 휘청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다.

여기에다 상반기에 집중된 일부 국가의 선거까지 겹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핀란드 대선(1월), 그리스 총선(이르면 4월), 프랑스 대선(4월) 및 총선(6월)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경제보다 정치를 우선할 수 있다는 위험이다.

소시에테제너럴의 제임스 닉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에는 거대한 정치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지난 2~3년간 계속된 긴축정책을 놓고 표를 의식한 일부 포퓰리스트들이 ‘이제는 (긴축을) 그만할 때’라고 얘기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 이탈리아·스페인 ‘위험’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채 만기가 닥친 곳 중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특히 위험하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돈을 갚는 것보다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선뜻 두 나라에 돈을 빌려줄 곳이 없다는 뜻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올들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다. 무디스는 작년 10월 이탈리아 등급을 A2로 세단계 강등했고, 같은 달 스페인도 A1으로 두단계 깎아내렸다. 양국의 은행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최근 실시된 이탈리아 국채 입찰에서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29일 85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입찰에 부쳤지만 75억유로만 낙찰됐다. 불안감이 커지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7%를 넘어섰다.(조달 비용 상승) 입찰이 미달되자 유럽중앙은행(ECB)까지 직접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알게 모르게 재정 불량국의 국채를 매입해 온 ECB의 자금도 한계가 있다. 당장 내년 2월쯤 한도가 소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때까지 위험국들의 신용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 대마불사 ‘대륙’판

물론 일단 많은 전문가들은 그래도 ‘낙관’한다. 경과야 어쨋든지 최후에는 여러 나라가 파국을 막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일종의 ‘믿음’이다. 그 믿음의 근거는 망하기엔 너무 크다(Too big to fail)는 것이다.

최근 ECB는 신용 경색에 처한 유럽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5000억유로에 가까운 돈을 풀기로 했다. 실효성 논란은 남았지만 추후 위험이 다시 불거질 경우 ECB가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011년에도 일명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부도 직전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나섰고, 유럽 정상들도 시시때때로 만나 범유럽 차원의 해결책 마련에 애를 써 왔다.

유럽이 무너지면 동반 침체를 겪게 되는 수출 신흥시장국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중국 등 외환보유액을 많이 보유한 신흥국들은 재원 마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유럽 지도부의 공조로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고개를 든다. 미국 경제방송 CNBC가 미국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90%가 “2012년 6월 말에는 유럽 악재가 끝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