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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행

북한산 둘레길,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해요…'도봉산 구간'

 

지난해 개통한 북한산 둘레길의 탐방객 수가 165만 명이었고, 올해는 벌써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곳이 걷기 즐기는
여행객들 사이에 명소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늘어나는 인기만큼 둘레길도 새로이 늘어났다. 지난해 9월 준공한 북한산 둘레길은 최근 도봉산 구간 26km가 추가돼 총 21개
구간 70km 가 완전 개통됐다.

이번에 개통된 도봉산 구간은 연산군묘가 있는 왕실묘역길, 고구려 시대 보루가 있는 보루길, 교현리 우이령 초입 부에 논밭의 전원 풍경이
펼쳐지는 송추마을길 등 8개 주제로 조성됐다.

북한산 둘레길 '안골길'구간을 걷는 모습.

그중에서 '안골길'은 계곡 물소리를 길잡이 삼아 걸을 수 있고, 가볍게 운동 할 수 있는 공원과도 연결돼 있어 이용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주말, 북한산 '안골길' 구간을 걷기로 하고 1호선 회룡역에서 버스를 이용해 회룡탐방지원센터를 찾았다.

안골길 시작점인 회룡탐방지원센터는 북한산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북한산 둘레길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둘레길을 걷는 중간중간 마다 길을 찾기 쉽게 '북한산 둘레길'이라는 푯말과 표지판이 있다.

안골길 반대편인 보루길로 가면 고구려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보루(堡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을 쌓아 놓은 건축물)를 볼 수 있다기에 그곳을 1차 목적지로 정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출발한 지 30분 즈음 걸으니 '사패산 3보루'가 보였다. 보루는 현재 많이 훼손돼 완벽한 형태를 볼 수 없으나 눅눅하게 이끼가 껴 있는 돌의 표면에서 오랜 시간 산과 함께 보낸 세월이 느껴졌다.

보루 옆 쉼터에는 둘레길을 걷던 사람들이 둘러앉아 각자 준비해온 간식과 물을 나누며 땀을 식히고 있었다.

'보루길'에 있는 고구려 시대의 축석물 보루의 모습.

둘레길을 걷다가 자연스레 말동무가 됐다는 김윤희(67·남)씨와 나중혁(53·남)씨는 "북한산 둘레길에 새로운 구간이 개통됐다고 해서 왔어요."라며 "길을 걸으면서 만난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언덕이 가파르지 않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것이 이곳만의 매력이죠."라고 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뒤, 둘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안골길 방향으로 향했다.

안골길 중간 중간에는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곳을 지나자 화엄사(사찰)로 가는 아스팔트 길이 나왔다. 국립공원은 둘레길 조성 시 기존의 길을 활용해 산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로 했고 이에 기존에 난 도로를 산책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센터 1.8km'라는 표지판이 나타나자 직동공원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주말을 맞아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과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안골길(직동공원 옆)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사진을 찍고 있던 김영옥(경기도 의정부. 57) 씨는 "오랜만에 학교 동창을 만나 둘레길을 걸으면서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했어요."라며 "간편하게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나왔어요. 봐요, 신발도 평소에 신던 신발이지."라고 말하며 자신의 신발을 가리켰다.

이 구간에는 등산복을 입은 사람보다는 평범한 나들이 복장으로 길을 걷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길 중간마다 설치된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이곳을 지나는 발걸음을 더 가볍게 만들어 주는듯 했다.

그중에서 천천히 숲 속의 공기를 마시며 길을 걸어오는 노부부가 눈에 띄었다. 정선자 (경기도 의정부. 67) 씨는 "늙은 사람들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든 평탄한 길이 주변에 없는데, 맑은 공기도 마시고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참 좋지."라고 말했다.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둘레길을 걸어가는 부부의 모습.

직동공원을 지나는 길 요소마다 체육 시설이 있다.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에서는 사람들이 주말을 맞아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골길의 마지막 지점에 다다랐을 때,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2시간 정도 걸으니 몸에서 땀도 나고 해서 잠깐 발을 담갔다. 휴양지가 따로 없었다.

다음 목적지 '산너미길'로 향했다. 이길은 명칭 그대로 산을 넘어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가볍게 보면 안 될 코스다. 길의 시작부터 목을 뒤로 젖혀야 보일 듯한 가파른 계단이 나타났다.

산너미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모습.

평지 없는 길을 40분 동안 걸으니 전망대가 나왔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힘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산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곳의 전망은 힘든 여정을 잊기에 충분했다.

전망대에는 벤치를 마련해 이용객들이 잠시 땀을 식힐 수 있게 만들었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었지만 그래서인지 한 폭의 풍경화 같았다. 맑은 날에는 의정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 북한산 둘레길
안골길 구간
회룡탐방지원센터 : 지하철 회룡역 2번 출구 - 버스 건너편 202,202-1번 / 개나리아파트 입구 하차(도보 10분)
안골계곡 지하철 의정부역 1번 출구 - 버스 건너편 1,2,5,23번 / 안골 입구 하차(도보 1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