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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럽은행 외화 차입비중 커, 그리스發 유동성 위기 대비

 

유럽은행 외화 차입비중 커, 그리스發 유동성 위기 대비

금융당국이 지난 20일 오후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 등 12개 주요 시중은행의 외환 부문 부행장들을 소집해 달러자금 운용을 재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그리스발(發)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될 상황을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당장 문제는 없지만, 국내 은행들이 유럽 은행에서 외화를 차입하는 비율이 높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모임에 앞서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국내 은행에 주는 영향에 대해 별도의 자체 분석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석 결과 그리스발 위기가 부각된 시기에 국내 은행의 달러자금 조달금리가 오르거나 조달 자체가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이 분석에 근거해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달러 챙기기'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다른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리와 환율 등 거시 변수에 미리 대응할 순 없지만 은행별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선 안 되니 이 부분이라도 미리 챙기자는 게 금융당국의 요구였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서 금감원은 세부적인 대처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은행별로 35~40%에 달하는 유럽계 은행에서의 자금 차입비중을 줄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요구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미국, 일본, 아시아권 은행들과 신용 공여라인을 추가로 개설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자금 담당자는 "신용도가 높은 미국, 일본계 은행과 새로 신용 공여라인을 만들려면 연간 0.25~0.50%의 이자비용이 든다"면서도 "안정성 차원에서 기존 제휴 은행을 대상으로 신용라인 개설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은 유사시 활용할 수 있는 안전성 높은 외화 유동성도 필요한 만큼 확보하라고 은행에 당부했다. 미국 국채 등 수익률이 떨어지는 안전자산도 유동성을 고려해 최소 한도를 보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외에 금융당국은 이미 부실화된 엔화대출 등 외화자산을 조기에 손실 처리하고, 장기파생상품을 가입할 때도 담보를 달러 대신 원화로 바꿔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을 줄이도록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책은행 부행장은 "회의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권의 재발행 일정과 보유 중인 외화자산 내역을 전면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며 "유럽에 편중된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작업은 비용이 들어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 들어 지금까지 시중은행의 달러 유동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달러 자금 상황을 반영하는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비율은 올 들어 평균 10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외화유동성 비율이란 만기가 3개월 이내로 남은 외화자산을 역시 만기가 3개월 이내로 남은 부채로 나눈 값인데, 이 비율이 100%라는 말은 외화자산과 부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은행 외화 차입비중 커, 그리스發 유동성 위기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