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성이 美 재정 그리스보다 심각"

'채권왕' 그로스 일침

세계 최대의 채권 투자 회사인 핌코(PIMCO)의 창업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는 13일 미국의 재정 상황은 그리스 등 채무에 시달리는 유럽국가들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CNBC 방송과의 대담에서 "현재 미국 대중의 관심사는 14조3000억달러에 이르는 공공부채에만 쏠려 있지만,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 고령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빈곤층 의료 지원서비스인 메디케이드, 그리고 사회보장 등에 들어가는 돈 50조달러는 계산에서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2008년과 2009년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지원된 구제금융 등 다른 부채를 포함하면 거의 100조달러에 이른다고 빌 그로스는 밝혔다.

그는 "이런 수준의 부채를 1~2년 내에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인 가정이 아니다"며 "미국의 부채는 그리스는 물론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심각하며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조2000억달러의 채권 펀드를 굴리는 그는 미국 국채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미 연준이 60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매입 계획인 2차 양적완화 조치를 끝내면 누가 미국 국채를 살 것인지 의문"이라며 "분명 핌코는 아니며 다른 채권 펀드들도 아마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 부채 문제가 폭발해 심각한 위기로 치달을 경우의 대안에 대해 "미국 국채가 아니라 독일의 국채가 글로벌 투자들이 선택하는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핌코의 대표적인 채권펀드인 '토탈리턴펀드'는 지난 2월 한때 미국 국채를 모두 매각한 적도 있으며, 지금은 투자금액의 5%를 미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