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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안화 패권주의 대비… 절상 땐 고수익 기대

[왜 외환보유액 일부 위안화에 투자 추진하나]
달러 위주 보유는 손해 우려… 韓銀, 中에 투자 자격 신청
중국이 한국 국채 사들여 상호주의 차원에서도 필요
"달러가치 급락에 대비"… 투자 크게 늘리긴 어려울 듯

지난 2005년 2월 박승 한국은행 전 총재 시절, 한은이 국회 업무보고 자료에 "(외환보유액의) 투자 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는 문구를 넣은 일 때문에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락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은의 영향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으로 위안화 투자를 추진하고 나선 것 역시 국제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선진국 중에선 노르웨이를 제외하고는 위안화 투자에 나선 곳이 거의 없다. 위안화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투자 위험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15위권의 경제대국이자 외환보유액 세계 7위인 우리나라가 위안화 투자에 나선다면 선진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중국 정부에 QFII(중국 내 적격 외국인 투자자) 자격을 신청한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상징적인 의미의 조치"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중국 내에서 채권·주식에 투자하려면 QFII 자격이 있어야 하며, 한은은 올 초 QFII를 신청한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밝혀졌다.

'지는 달러, 뜨는 위안화'에 장기적으로 대비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7월부터 위안화를 달러에 버금가는 국제 화폐로 만들기 위한 '위안화 국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외환당국이 위안화 투자를 추진하고 나선 것은 위안화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 추세에 대응해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목적도 있다. 작년 11월 감사원의 한은 감사에선 미국 국채 대신 위안화를 매입했을 경우 2009년 말 결산 기준으로 2005년, 2008년 대비 수익률이 각각 15.04%포인트, 1.31%포인트씩 더 높게 나왔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중국이 우리나라 국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데 대해 우리나라 역시 '상호주의'에 입각해 중국의 국채를 보유한다는 의미도 있다. 중국은 2009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하기 시작했고, 매달 3000억~5000억원 규모로 사들여 작년에만 4조6970억원어치의 우리나라 채권을 샀다.

그러나 위안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으므로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추는 경우 예기치 못한 손해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의 위안화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외국의 위안화 투자는?

외환보유액에 위안화를 포함시킨 나라는 아세안 10개국, 몽골, 북한 등 주로 중국과 무역 거래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 국한된다. 아세안 10개국은 2009년 7월 중국 정부가 위안화 무역 결제를 시범 도입할 때 참가했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서 위안화를 축적하고 있다. 또 홍콩, 태국 등 3~4곳의 중앙은행이 중국 정부에서 QFII 자격을 받아 위안화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한은은 파악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5억달러(33억위안) 안팎의 위안화 투자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