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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냉키의 발언에서 얻는 투자 힌트..약달러가 답

[권성희기자 shkwon@]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이후 처음 열리는 FRB 의장의 기자회견이었다.

이 자리에서 버냉키 의장은 3가지를 확실하게 밝혔다. 첫째, 당분간 긴축은 없다. 둘째,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낮추지만 성장 모멘텀은 점차 강화될 것이다. 셋째,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이지만 물가 상승세는 일시적이다.

◆당분간 긴축은 없다=버냉키 의장은 당초 계획했던 대로 오는 6월말 2차 양적 완화가 종료되며 이후 3차 양적 완화는 없을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주가 및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효과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하는 효과를 비교해볼 때 "3차 양적 완화는 현 시점에서 덜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지금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의 확대 없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FRB가 보유한 만기 도래 증권은 매각하지 않고 재투자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FRB가 보유한 자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해 유동성 공급을 늘리지도 않겠지만 줄이지도 않겠다는 뜻이다.

버냉키 의장은 만기가 도래한 모기지 증권과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아 FRB의 자산 규모가 줄어들 때, 즉 유동성을 흡수하기 시작할 때가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런 의미에서 출구전략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FOMC 성명서에 표현된 "초저금리를 상당 기간이 유지한다"는 문구에서 `상당 기간`이 "최소한 두번 가량의 통화정책 회의 기간"을 뜻한다고 밝혀 당분간 금리 인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FOMC가 6주마다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3개월간의 기간이다.

이에 대해 캐논드럼 캐피탈의 브라이언 켈리 트레이더는 "앞으로 2번의 FOMC 동안은 금리 인상에 대해 얘기조차 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투자 정보지 `가트먼 레터`의 편집장인 데니스 가트먼은 "최소한 올 가을까지는 금리 인상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캐피탈 리서치의 마이클 개펀 애널리스트는 "FOMC 성명서와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을 종합해볼 때 FRB는 완화정책을 완전히 거둘 때까지 좀더 인내하며 참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며 "FRB는 내년 7월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 전망 낮추고 인플레 전망 높이고=버냉키 의장은 올해 경세정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의 3.4~3.9%에서 3.1~3.3%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낮췄지만 실업률 전망치도 8.8~9%에서 8.4~8.7%로 함께 하향 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올 1분기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국방비 감소와 수출 약화 등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 있긴 하지만 "일시적"이라고 판단하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미국의 성장세에도 모멘텀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실업률 전망치를 낮추긴 했지만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깊은 구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성장과 일자리 전망 역시 FRB가 당분간 긴축을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7~2%에서 2.1~2.8%로 높였다. 이는 FRB가 장기적인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를 웃도는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 관련, "상품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라고 판단한다"며 "상품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 인플레이션도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약달러 지속, 주식과 귀금속은 강세=버냉키 의장이 투자자들에게 전달한 투자 메시지는 분명하다. `FRB와 싸우지 말라`는 오랜 투자 격언을 믿는다면 당분간 달러 하락, 주가 상승, 금과 은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다. 채권시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펜하이머펀드의 제리 웹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2차 양적 완화가 끝난 이후에도 만기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 재투자하겠다는 점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안심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기 채권을 재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뜻으로) 시장에 충격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약 달러가 가속화할 것이란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날 버냉키 의장은 FRB의 약달러 정책이 미국인들의 생활수준을 낮추고 있다는 질문에 "강달러가 미국의 이익이자 글로벌 경제의 이익"이라며 "FRB의 정책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통한 저인플레이션을 통해 강하고 기본적인 지지대를 달러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달러가 미국의 이익"이라는 문구는 미국이 수십년간 반복해온 상투적인 문구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버냉키 의장이 장기적으로 약달러에 대한 치료약은 미국의 성장세를 강화하는 것이며 FRB의 현재 정책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머징머니닷컴의 팀 시모어 창업자 역시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투자자들이 미국에 흥미를 가질 정도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일이라면 약달러도 감내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의 레베카 패터슨 수석 시장 전략가는 "FRB는 달러 약세를 장기간 용인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은 약달러가 미국 경제에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머징머니닷컴의 시모어 창업자는 약달러가 증시에 수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캐논드럼 캐피탈의 켈리 트레이더는 FRB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켈리 트레이더는 "인플레이션이 조금이라도 확대되면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자산에 돈을 투자할 것이며 바로 주식이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약달러는 원유와 금, 은 등의 상품 가격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27일 금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온스당 13.60달러 오른 1517.10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