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불붙은 증시, 5대 악재에 안전할까

 

① 미 신용등급 하향 올해보단 내년 이후가 문제
② 건설사 PF사태 살아남은 곳은 투자 선호받아
③ 양적완화(QE2) 종료 투자 기대수준 다소 낮춰야
④ 중국의 긴축정책 한국으로선 다소 아쉬운 부분
⑤ 유럽 재정위기 주기적으로 주식시장 괴롭힐 듯

증시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 정정불안과 일본 대지진으로 1880선까지 휘청거렸던 코스피지수는 이제 2200선으로 눈높이를 높게 잡았다. 경기 회복 기대감과 개선된 수급상황에 힘입어 주가는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과열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투자심리를 짓누르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코스피 지수가 2200선을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7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글로벌 악재에 대한 주 의를 당부하면서도 지금의 상승추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 뉴시스

머니섹션M은 국내 7대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우려 정도가 가장 큰 5대 악재에 대해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과 2차 양적완화(QE2) 종료, 중국의 인플레와 긴축, 유럽 재정위기 등 해외 요인에 건설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의 국내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코스피지수 전망도 물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일단 지난 3월 저점인 1880선이 연중 저점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낮게는 2400, 높게는 2700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우증권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조사에 참여했다.

①미국 신용등급 하향

지난 18일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까지 치솟은 재정 적자가 문제가 됐다.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일 뉴욕증시는 이에 따른 충격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리서치센터장들은 이에 대해 "큰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신평사의 조치가 통상 선행적이 아닌 후행적인 것임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고성 조치로 끝날 것"이라 했고,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미국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고 있고 민간부분 경기 회복이 진행 중이어서 경제 체력은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장기적으로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올해보단 내년 이후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해 다소 신중한 의견을 제시했다.

②건설사 PF 사태

LIG건설에 이어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 등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사 PF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에게 돈을 대준 저축은행 업계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대형 우량은행들이 뒤처리를 맡았다.

리서치센터장들은 국내증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관련 업계는 적지 않은 홍역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대형 우량 건설사와 위기 이후 살아남는 금융사들은 투자자들의 선호를 받을 것으로 봤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당국의 연착륙 의지는 강하나 관련 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 저하는 불가피하다"고 진단했고,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과 건설사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③양적완화(QE2) 종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증시를 유동성 장세로 이끈 것은 미국의 양적완화, 즉 대규모의 유동성 공급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간 두 차례의 양적완화도 오는 6월이면 모두 끝난다.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리서치센터장들은 "양적완화 종료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돈을 더이상 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는 건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경제가 안정을 되찾아 간다는 뜻"이라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자산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투자에 대한 기대 수준을 다소 낮춰야 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④중국의 긴축정책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중국경제는 오히려 과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당국의 목표치를 넘어섰다. 중국은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이를 잠재우려 하고 있다. 중국의 긴축은 인접국인 한국으로선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의 구매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국내 기업에는 수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서치센터장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현 시점에서 적당한 긴축도 나쁘지 않다는 진단을 내놨다. 중국 당국의 속도조절에 신뢰를 표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적완화가 끝나면 하반기로 갈수록 인플레 우려도 감소할 것"이라며 "이 경우 긴축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내다봤다.

⑤유럽 재정위기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이 EU(유럽연합)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다음 차례는 스페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유럽의 재정위기는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리서치센터장들의 우려도 컸다. 한결같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기적으로 주식시장을 괴롭힐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안착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 결국은 돈의 힘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나왔다.

대우증권 양기인 리서치센터장은 "큰 틀에서는 고삐를 잡은 상태"라면서도 "상당기간 국지적 잡음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의석 신한 센터장은 "그리스를 비롯한 일부 재정위기국의 경우 과거 남미 사례처럼 부채 일부 탕감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