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지수 사상 최저점 근접
-달러 약세에 기름 부은 버냉키
가이트너도 버냉키도 달러화 추락을 막지 못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당분간 출구전략을 시행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오히려 달러화 약세에 더 불을 지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된 것으로 발표되면서 달러화는 투자자들에게 버림받았다.
28일(현지시각)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지수는 73.116으로 하락했다. 전날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 직후(73.284)보다 더 떨어졌다. 한때 달러 지수는 2008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72.871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 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전 세계에 금융위기의 칼바람을 몰고 오기 몇달 전인 4월, 이 달러 지수는 72를 밑돌며 사상 최저점을 찍었다.
이로써 달러 지수는 8일 내리 하향곡선을 그렸다. 달러 지수가 이렇게 오랜 기간 떨어진 것도 2년 만이다. 달러 지수는 연초 대비 약 8%, 연준이 2차 양적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로는 17%나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지지부진한 경제 성장에 달러화를 외면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8%(연율)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미국의 1분기 GDP 증가율이 직전 분기의 3.1%에서 2% 정도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예상보다 미국의 경제 체력이 더 부실해진 것이다.
성장률 둔화는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것과 맞물려 미국 경제에 드리운 그림자를 짙게 하고 있다. 세계의 통화 역할을 도맡아온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역시나 달러화 약세의 중심에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이 있다. 선진국 중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달 초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음에도 연준은 요지부동이다. 버냉키 의장은 전날 연준의 97년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는 6월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매입이 끝난 이후 추가 유동성 공급은 없겠지만 이른 시일 내에 통화 긴축에 돌입하지도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준이 아무리 일러도 내년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아 보이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더 떨어질 여지가 충분하다"며 "특히 투자자들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과 활력이 떨어진 미국 경제 상태도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냉키 의장은 “강하고 안정적인 달러가 미국과 세계 경제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런 상투적인 문구가 금융시장에 먹혀들 리 없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26일 “미국은 강한 달러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금융시장에서 그는 버냉키 의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 금융 시장의 관심은 온통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버냉키 의장의 입에 쏠려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트너 장관이 아무리 ‘강(强)달러’를 외쳐도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는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미즈호은행의 가토 미치요시 외환 담당 부사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가 장기간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며 “모두가 위험자산에 뛰어들고 있어 달러화 매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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