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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는 지금] 잠자는 '삼성' 건드린 애플

- 삼성 10만개 vs 애플 1045개… 특허권 싸움 안 된다
- ‘아이폰5’ 출시 지연되자 ‘갤럭시S2’ 흠집내기 전략?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것일까.

삼성전자(005930) (904,000원 ▼ 24,000 -2.59%)가 애플을 맞소송했다. 애플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직접 대응은 삼가는 대신, 더 센 무기를 꺼내 들었다. 바로 삼성이 가진 어마어마한 ‘특허권’이다.

삼성전자는 22일 애플이 데이터를 전송할 때 전송 효율을 높이는 HSPA(고속패킷전송방식)관련 특허 2가지와 수신 오류를 줄여 주는 WCDMA 등 통신표준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데이터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무선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 관련 특허도 침해했다고 했다.

◆ 특허권으로 붙으면 애플 승산 없다… ‘갤럭시S2’ 흠집내기?

삼성전자는 미국 내 하드웨어 기술에서 ‘특허 공룡’으로 불릴 만큼 이 부문 강자로 꼽힌다. 삼성은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체 하드웨어 부문에서 약 10만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이 삼성의 특허를 건드리지 않고서는 사실상 휴대전화를 만들기 곤란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반면 애플의 특허는 1045개 수준으로 이 중 80% 가까이는 소프트웨어 관련이기 때문에 특허권으로 맞불을 경우 상대가 되기 어렵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지난 15일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애플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삼성을 ‘아이디어 도둑’으로 몰아간 데 대해 반발을 이런 식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른 맞대응을 통해 표절 이미지를 벗으면서, 전면전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애플에 피소된 것에 대해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고 이번 사건을 비유하기도 했었다.

이번 맞소송은 서로가 각자 취약한 부문을 공격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삼성전자 제품은 하드웨어에는 강하지만 디자인에서는 애플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애플 역시 디자인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하드웨어 기술 특허 면에서는 삼성보다 떨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애플이 제소했던 디자인관련 ‘소장’을 확인해보니 전부 기능적인 얘기일 뿐 별 다른 특허 침해가 없었다”면서 “이에 우리가 반박할 만한 점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플이 우리에게 제소했던 디자인 관련 소송보다 우리가 애플에 제소한 특허 침해 소송이 제품에 있어서도 훨씬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애플이 이 소송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애플코리아 측은 “이번 맞소송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특허가 아닌 디자인 쪽 문제만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아이폰5’ 출시가 지연되면서 앞서 나오는 삼성의 ‘갤럭시S2’를 흠집내기 위한 단기 술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의 아이폰5는 오는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 vs 애플 맞소송 주목 받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이 최근 몇 달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서로의 디자인과 기술을 베껴 사용한 뒤,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의 전면전은 좀 다르다. 두 회사는 경쟁 속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과 삼성은 휴대전화ㆍ태블릿PC 제품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부품 부문에선 각별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두 거대 IT업체들의 전면전은 월스트리트저널ㆍCNBCㆍ마켓워치 등 주요 외신에서 현재 톱 뉴스로 주목 받고 있다.

전날 콘퍼런스콜에 등장한 팀 쿡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우리는 삼성이 휴대전화 부문에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시간 고민하다 이 문제를 법원에 맡기게 됐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삼성의 최대 고객이고, 삼성은 매우 중요한 부품 공급자이다. 우리의 끈끈한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 두 회사가 당장 연(緣)을 끊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는 렉스 칼럼을 통해 애플이 자사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전자를 소송한 것은 당장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그럼에도 애플이 삼성전자를 소송전으로 끌고 나온 이유를 삼성이 최대 라이벌로 등장한 것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운영체제인 iOS의 경쟁 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애플 점유율은 1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