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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버핏 일문일답 전문] "한국 경제가 잘 돌아가는 이유는…"

입력 : 2011.03.22 11:27 / 수정 : 2011.03.22 11:29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81)이 지난 21일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2007년에 이어 4년여만에 한국을 찾은 버핏과의 인터뷰는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세계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뭡니까?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이나 대공황으로 문제가 생긴 일이 많지만, 어쨋든 인류는 앞으로 진전하고 있어요. 한국을 보세요. 최근 50년간 거의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자원도 많지 않고, 세계에서 식량 구호도 받았습니다. 50년 전 서울의 모습이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놀랍잖아요. 그때는 아마 이러지 않았을 텐데.

인류는 자신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굉장한 잠재력이 있어요. 수 세기 동안, 여러번 이렇게 잠재력을 발휘하는데 각국 정부가 방해를 하긴 했지만, 인류는 경험으로 배웠고 진전했습니다. 세계경제를 좋게 봅니다. 물론 가끔 세계경제는 딸꾹질을 합니다. 문제 같은 것이 생기곤 하죠. 하지만 절대 엔진은 멈추지 않았고, 곧 다시 제대로 작동됐어요”

―한국 경제가 무엇 때문에 잘 돌아간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들, 교육,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욕망도 있고. 자손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소망도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들을 움직입니다. 욕망이 중요하죠. 당신은 왜 저축을 하시나요? 다음 세대를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게 다 작용을 한다고 봅니다”

―기부를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 하시는건지 이유가 궁금합니다.

“나는 재산의 99퍼센트를 기부하고 있어요. 왜냐고요? 내가 갖고 싶은 것, 필요한 것은 모두 풍족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풍족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나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을 받고, 얻었어요. 저는 아직도 원래 오마하에 있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재산으로 더 좋은 집을 짓고, 그곳에 살 수 있지만, 지금 사는 집에서 누리는 행복 이상을 얻을 수는 없을 거에요.”

―20년 된 신발을 신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보든 상관치 않습니다. 가장 큰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그럴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3가지를 꼽으라면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두 가지 잘한 것은 두 번의 결혼입니다. 세 번째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인 수지 버핏은 2004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2년 후 그는 애스트리드 버핏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투자 면에서 잘한 결정은?

“투자하는 것은 결혼하기보다 훨씬 쉬웠어요. 잘된 일이 많았죠. 제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말하지만,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부모님이 당신을 신뢰하고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지 격려한다면 굉장히 좋은 일이죠. 자신의 삶을 정말 움직이는 것은 당신의 결정이예요. 누구와 결혼하느냐,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식들에게 재산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신데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많이 주는 것이지만, 제가 가진 것에 비해서는 많이 주는 편은 아니라고 볼 수 있어요. 줄 것은 다 준 것이고, 아이들도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내가 하는 일에 뛰어들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제 아버지가 제가 준 큰 선물 중 하나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었어요. 그분은 제가 뭘 하든 간에 항상 밀어주겠다고 했고 제가 특별하다고 항상 격려해줬어요. 정말 아들로서 굉장한 기분이었죠. 의사나 변호사가 되지 않아도 되고, 하찮은 일이라도 네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을 응원하겠다고 해주셨어요. 그게 아버지가 제게 주신 선물이고, 내가 또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선물입니다. 제 아이들은 제가 돈이나 학위 같은 것으로 자신들을 판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죠”

―가장 최악의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지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뭐하러 지난 일에 대해 생각합니까. 중요한 것은 미래예요.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내일이죠."

―언제까지 일할 생각인가요?

“일할 수 있을 때까지요.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지금 하는 일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이사직은 돼 그만뒀는지 궁금합니다.

“워싱턴포스트를 좋아하지만, 1년에 5번 미팅을 갖는데, 그럼 거의 열흘 동안 힘들게 여행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계속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워싱턴 포스트를 경영하는 사람과 자주 이야기하며 연락을 하고 있어요. 워싱턴포스트는 연봉도 주지 않고 나의 조언을 듣고 있답니다. 원래 7만5000달러를 받았는데 이제는 돈을 안 주고도 나의 조언을 듣고 있어요(웃음).”

= 그린 이코노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상은 그쪽으로 움직일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이미 깔린 것은 움직일 수가 없어요. 아주 조금씩 일 년에 몇 퍼센트 정도씩만 움직일 겁니다. 점차 천천히 변하게 되는 거죠. 인류는 시간이 흐르면서 뭐가 가장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뭐가 가장 유익한 것인지 깨달아가게 돼 있다고 봐요. 점차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겁니다.”

―후계자를 4명 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사회가 결정한 겁니다. 더 있을 수도 있지만, 4명 이상은 뽑을 필요가 없어 이사회가 결정한 거예요. 제가 오늘 죽는다면 다음날 바로 일할 사람이 누군지 이사회는 알고 있습니다.”

―후계자의 자격 좀 말씀해주세요.

“이쪽 비즈니스에 대해 깊이 알고 발을 담은 사람이어야 하고. 이 비즈니스 문화에서 살며, 이 문화를 믿어야 합니다. 또 그들은 사람들이 일하고 싶은 고용주여야 합니다. 합리적인 자산배분가이기도 해야 하고요.”

―독자들을 위해 투자철학을 말씀해주세요.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No Pains NO Gains)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감당하기 힘든 리스크는 짊어져서는 안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