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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울대생에 외면받는 서울대 대학원… 자교 출신 26%뿐

 

"대학원 경쟁력 약화 심각"

 

입력 2025.06.18. 14:46업데이트 2025.06.18. 21:01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정문 /뉴스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원의 서울대 학부 출신 비율이 26.5%인 것으로 18일 나타났다. 서울공대와 경영대 대학원에선 자교 출신 비율이 20% 정도였다. 서울대 로스쿨은 서울대 학부 출신 비율이 올해 66.7%에 달한 반면 나머지 대학원은 자교생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대 내에서는 “교수 처우가 수년째 제자리인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서울대 교육·연구 경쟁력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 서울대 단과대별 대학원생 출신 학부 현황(로스쿨 제외)’ 자료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전기 서울대 대학원생 1453명 중 단 386명(26.6%)만이 서울대 학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21학년도 전기엔 1445명 중 457명(31.6%)이 서울대 학부 출신이었는데 4년 새 5%포인트 하락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학부 출신으로 범위를 넓혀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올해 세 대학 출신 대학원생은 540명으로 37.2%의 비중을 차지했는데, 이는 4년 전(41.5%) 대비 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주요 단과대별로 따져볼 땐 공대와 경영대의 자교 출신 비율이 특히 낮았다. 서울대 공대 올해 전기 합격자 291명 중 서울대 학부 출신은 60명으로 단 20%에 그쳐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그 외 다른 단과대 중에선 경영대(20.3%)가 공대와 비슷한 수치였고, 자연대(28.3%), 사회대(30%), 인문대(45%) 등은 평균보다는 양호한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대 내에선 대학원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한 서울대 인문대 교수는 “잘하는 학생도 여전히 있지만 과거보다 대학원생들의 실력 전반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학부 때 배우고 왔어야 할 기초적인 수준부터 다시 가르쳐야 할 (대학원) 신입생들도 있어 대학원 1학년 수업이 학부 4학년 수업보다 수준이 낮은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서울대 교수는 “공대 등에선 대학원생의 역량이 랩(Lab)의 연구 역량과 직결되기에 현재와 같은 대학원 외면 현상은 대학 차원의 연구 경쟁력에도 치명적”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서울대 대학원에서 자교 출신 비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교수 처우가 수년째 제자리인 상황에서 높은 보수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학생들에게 대학원 진학이 주는 이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윤성로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요즘은 (자교 대학원 진학은 물론) 해외 유학도 많이 줄었다”며 “학생들이 (교수가) 좋은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는 것 같다”고 했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부 석좌교수도 “학계에 남는 것보다 사기업이나 로스쿨로 가는 쪽이 기회도 많고 여러 가지 보상이 더 나으니 대학원이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이 서울대 대학원을 오지 않는 것과 별개로 서울대 대학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엔 타 대학에 비해 지나치게 강도 높은 커리큘럼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서울대 인문사회계 교수는 “석박사 통합 과정을 운영한 뒤로 논문을 쓰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자격 시험이 많아지는 등 졸업 과정이 빡빡해졌다”며 “문제는 정말 우수한 학생들은 국내 대학원을 해외 유학을 위한 중간 과정 정도로 생각하는데 중간 과정이 지나치게 품이 많이 드니 서울대가 아닌 우수 사립대로 좋은 인재들이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해외 대학에선 서울대나 연고대나 다 비슷한 대학으로 보고 누가 얼마나 실력 있는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데 상대적으로 커리큘럼이 더 빡빡한 서울대가 외면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 4년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서울대생의 비율이 5%포인트 빠지는 동안 연고대생의 비율은 10.0%(144명)에서 10.6%(154명)로 0.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대에선 대학원에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학사와 석사 과정을 연계하는 학석사 연계 과정 등 대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가 나오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또 대학원생들의 학술 역량 강화를 위해 맞춤형 글쓰기 프로그램이나 국제 학술 회의 참가 지원 등도 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원 경쟁력 위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폭넓게 해결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