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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딥시크를 인터뷰했더니... “미국이 75% 확률로 2년 내 제재할 것”

 

 

 

 

 

입력2025.01.28. 오후 4:56 
 
수정2025.01.28. 오후 10:42
 기사원문
 
딥시크에게 직접 물어보니... “화웨이, 틱톡 잇는 中의 선봉은 나”
같은 질문을 중국어와 영어로 할 때 답변 달라져
 
 
 
딥시크 로고 - 회사 홈피 갈무리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챗GPT에 필적하는 생성형 AI 모델을 지난 20일 공개하자 글로벌 AI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딥시크의 새 모델 공개로 미국 AI 기업들의 경쟁력이 의심 받으며 주가 폭락이 일어났고, 27일에는 최첨단 AI칩을 만드는 ‘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하루 만에 17% 폭락해 5890억달러(약 853조원)가 증발했다. 딥시크로 인해 대(對)중국 첨단 기술 봉쇄를 추진하던 미국이 오히려 글로벌 AI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딥시크가 출시한 추론 특화 AI모델 ‘딥시크 R1′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AI의 ‘o1′을 일부 능가했고, 수학경시대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는 정확도 79.8%를 기록해 o1(79.2%)을 앞섰다. 특히 딥시크 AI모델의 개발 비용이 미국 빅테크가 출시한 모델의 10분의 1 수준이고, 첨단 반도체 칩 대신 중국산 칩을 대거 사용했다는 점에서 AI 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AI 업계에서는 딥시크의 R1 출시를 “AI 분야의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부르는 상황이다.
 
 

오픈AI·메타에 필적하는 딥시크의 성공 비결과 한계는 무엇일까. 딥시크의 R1에게 직접 물어봤다. 딥시크의 AI모델은 내재된 알고리즘에 따라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답할 뿐이라지만, 자사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정확한 답을 내놓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어와 중국어 두 언어로 5개의 질문을 각각 물어봤는데, 똑같은 질문에도 답이 확연하게 다르게 나왔다. 중국어로 답할 때는 ‘성공 비결’을 상세하게 공개했고, 영어로 답할 때는 ‘정보 유출’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국의 딥시크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어로 답할 때(60%)보다 중국어로 답할 때(75%) 가능성이 더 높다고 평가했다.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사용자가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AI앱 딥시크를 실행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첫 질문: 어떻게 개발비를 확 줄였나?
 
 

딥시크에게 던진 첫 영어 질문은 “딥시크는 왜 미국의 주요 AI모델보다 훨씬 저렴하게 개발 가능했는가”였다. 딥시크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딥시크가 지난달 말 공개한 V3의 개발비는 557만6000달러(약 79억원)로 메타가 AI 모델 ‘라마3′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의 최신 모델 R1 개발비 또한 오픈AI의 27분의 1이다.
 
 

12초 동안 “생각(추론)”을 거친 딥시크는 기술 역량, 중국 생태계, 느슨한 데이터 규제 등 세가지를 꼽았다. 딥시크는 “챗GPT, 제미나이 등 미국의 범용 AI모델과 달리 딥시크는 금융, 제조 등 일부 분야로 학습 범위를 좁혀 정보(매개변수) 처리량을 대폭 줄였다”고 했다. AI가 배워야 할 내용을 획기적으로 줄여 학습과 구동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의미다.
 
 

또 “GPRO 등 효율적인 강화학습 기법을 도입해 계산 비용을 절감했다”고 했다. GRPO는 아주 쉽게 설명하면, 사람이 직접 양질의 데이터를 만드는 대신 AI모델이 여러 개의 답에 대해 스스로 순위를 매기며 ‘정답’을 찾아가는 학습 방식이다. 당연히 사람의 개입이 줄면 개발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딥시크는 이어 “라이선스가 없는 AI 전용 소프트웨어를 활용했고, 미국의 대(對)중국 GPU 수출 규제를 우회해 중국산 AI칩을 이용해 비용을 절감했다”고 했다.
 
 

그런데 똑같은 질문을 중국어로 딥시크에게 던지자 감춰진 정보들이 대거 드러났다. ‘봉인’이 풀리듯 자세한 ‘성공 레시피’가 공개된 것이다. 딥시크는 “중국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910B 칩을 대거 이용했다”고 털어놓으며 “이 칩의 성능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인 A100의 80% 수준인데도 가격은 30%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보조금까지 합치면 화웨이 칩 사용 비용이 동일 성능을 내는 엔비디아의 수퍼칩(DGX A100 시스템) 대비 54% 정도 낮다고 알려줬다.
 
 

더 흥미로운 것은 데이터 획득의 구체적인 방법이었다. 영어로 질문할 때는 나오지 않았던 구체적인 방법들이 공개됐다. 딥시크는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 타오바오(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 더우인(틱톡의 중국 전용 버전) 등 중국 플랫폼의 14억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었고, 수집 비용도 거의 공짜였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데이터 획득 과정에서 자오상은행, 국가전력망 등 중국의 공룡 기업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데이터를 공급 받았다고 했다. 다른 나라의 AI모델은 절대로 얻을 수 없는 14억 인구의 데이터를 공짜로 얻어 가장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다른 비용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중국 ‘개인정보 보호법’의 적용이 유연한 덕분에 (개인정보를 지우고 입력하는 등의) ‘데이터 라벨링’ 작업 비용이 미국의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전력 사용 비용도 네이멍구와 구이저우의 데이터센터에 의존하여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었다”고 했다.
 
 

중국의 AI 개발 생태계에 대한 자랑도 늘어놓았다. 딥시크는 “(바이두가 개발한 AI 훈련 플랫폼) ‘패들패들(Paddle Paddle)’과 ‘마인드스포어’ 등 중국산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덕분에 텐서플로(TensorFlow), 파이토치(PyTorch) 등 해외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 했다. 창립 첫 해인 2023년에는 정부의 ‘동수서산’ 프로젝트를 수주했는데, 10억 위안짜리 사업의 수익률이 25% 이상으로 매우 높았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표 AI모델들. 왼쪽 휴대폰의 앱은 중국의 대표적인 AI 모델인 더우바오(왼쪽부터), 딥씨크, 키미. 오른쪽은 미국의 대표 선수인 퍼플렉시티, 챗GPT, 제미나이./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 정부’ 관련 질문엔 답변 거부
 
 
이후 영어로 진행된 딥시크 “인터뷰”에서는 예상을 깨는 솔직한 답변들이 쏟아졌다. ‘딥시크에 외국 사용자가 올리는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제기되는데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는 “딥시크를 포함한 중국 AI서비스 사용 시 데이터 유출 우려는 현실적 리스크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기업과 정부 기밀을 다루는 사용자는 중국 서버 기반 AI도구 사용을 철저히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가 딥시크의 자국 내 사용을 차단할 것으로 보는가. 차단한다면 언제일까’란 물음에는 “표적 제재 개시 가능성은 60%”라면서 “2025년 1분기까지 딥시크를 겨냥한 연방기관 사용 금지, 클라우드 접근 제한 등 초기 제재가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딥시크는 중국의 통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라고 물었더니 “사용자는 데이터 주권과 인권 가치 사이에서 선택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딥시크의 성공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가장 충격적인 답변이 나왔다. 딥시크는 “AI 헤게모니를 통한 21세기 패권 장악”이라면서 “중국은 딥시크의 성공을 ‘기술 주권+데이터 패권+디지털 감시’를 결합한 신형 국제질서 구축의 교두보로 사용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AI를 통해 미국 주도의 기존 기술과 안보 체제를 재편하고 디지털 시대의 규칙 제정자로 부상하려는 전략을 편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딥시크는 화웨이(5G), 틱톡(소셜미디어)에 이은 중국의 선봉”이라면서 “데이터 지배권 경쟁이 확장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어로 같은 질문들을 물어봤을 때는 답변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딥시크 입력 정보의 중국 유출 가능성’과 ‘중국 정부의 의도’에 대해서는 “아직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익히지 못했다”면서 답을 피했다. ‘중국 정부’가 금지어로 등록된 듯 하여 주어를 빼고 ‘정보 안전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더니 “딥시크의 사용자 정보 유출 가능성은 유럽·미국의 다른 모델보다 낮다”고 했다. 이는 전형적인 중국 외교부 스타일의 답변이다.
 
 

다만 미국의 딥시크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영어로 답할 때보다 중국어로 답할 때 훨씬 비관적이었다. 딥시크는 “75% 확률로 미국이 향후 2년 내에 부분적인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딥시크의 클라우드 접속 제한과 GPU 판매 금지 등 제재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틱톡금지법이 발효된) 틱톡 수준의 전면적인 제재를 가하려면 딥시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5%는 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딥시크의 장점은 추론 과정 공개와 개방성
 
 

딥시크와 “인터뷰”를 마치고 미국과 중국의 핵심 AI모델을 테스트해봤다. 공통 질문은 ‘2025년 뱀의 해는 무슨 색깔의 해일까’. ‘청사(靑蛇)의 해’란 정보는 쉽게 찾을 수 있다지만, 청이란 색을 파란색(blue)으로 번역하기도 하기에 트릭이 숨어 있는 질문이다. 미국의 챗GPT와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중국의 딥시크와 더우바오, 키미, 원신의 답변을 쭉 살펴 보니 챗GPT 4o와 딥시크 R1, 그리고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더우바오의 답이 ‘초록색(green)’으로 정확했다. 다른 AI모델들은 기계적으로 ‘파란색(blue)’이라고 답하거나 동문서답을 했다. 간단한 질문인데도 정보를 스스로 가려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무엇보다 딥시크는 생각하는 과정인 ‘추론’을 문자로 자세하게 풀어서 써주는 것이 눈에 띄었다. 생각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답변의 정확도를 검증하기 쉽다. 또 딥시크의 R1 모델은 오픈소스로 글로벌 시장에 풀렸기에 전세계 AI 개발자들의 사용도 자유롭다. 오픈 소스는 소프트웨어 소스 코드를 누구나 사용·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딥시크가 2025년 뱀의 해의 색에 대해 답하고 있다. 자세하게 추론 과정을 알려주는 것(왼쪽)이 특징이다./딥시크 캡처
미국 AI 모델인 제미나이, 퍼플렉시티, 챗GPT가 2025년 뱀의 해의 색에 대해 답하고 있다./제미나이 퍼플렉시티 챗GPT
 
중국의 AI모델인 더우바오, 원신, 키미가 2025년 뱀의 해의 색에 대해 답하고 있다./더우바오 원신 키미
 
 

비용과 성능을 모두 잡은 딥시크로 인한 글로벌 AI판도 변화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이 고가의 미국 칩이 없어도 미국 오픈AI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고, AI산업에서 ‘중국 표준’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사실상 증명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투자자는 “중국이 또다시 ‘기술 돌파’를 이뤄내며 ‘가격 경쟁’을 AI산업으로 끌고 왔다”고 했다. CNN 방송은 “잘 알려지지 않은 AI 스타트업의 놀라운 성과는 미국이 지난 수년 동안 국가 안보를 이유로 고성능 AI 칩의 중국 공급을 제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딥시크의 성과는 미국의 무역 제재가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