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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42.5%는 내년 韓 성장률 1%대 전망… ‘중장기 저성장’ 난관 닥친다

 

전문가 50%는 “내년 2%대 초반 경제 성장”
“1%대 성장” 답변도 43%나... ‘저성장’ 화두
“‘상반기 물가→하반기 경기’ 정책 전환 필요”
정부 리스크 관리 과제로 “신성장 동력” 최다

 
 

한국이 외환·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인 1%대의 경제 성장률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어두운 ‘터널의 시기’를 지났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내년에도 극적인 성장률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 절반이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2% 초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했으나, 1%대 성장률을 전망한 시각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이른바 ‘중장기 저성장’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내년 최대 경제 화두로 부상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당국이 집중해야 할 경제 과제로 ‘신성장 동력’ 발굴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래픽=손민균

 

 

◇ 전문가 50% “내년 2%대 초반”·43% “1%대” 성장

29일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경제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인 20명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2.0~2.3%로 전망했다. 올해 한국이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1%포인트(p) 가까운 추가 성장을 내다본 것이다.

 

다만 2%대 초반을 바라본 답변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1.5~1.9%를 전망한 전문가가 40%(16명)로 바짝 그 뒤를 쫓았다. 1.0~1.4%를 택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절반에 버금가는 전문가들이 내년에도 여전히 경제 성장률 1%대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한편 비교적 높은 2.4~2.6%를 전망한 전문가는 7.5%(3명)였다. 우리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겠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정부가 내다본 내년도 경제 전망보다는 낮고, 한국은행의 전망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취임과 함께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대 초반으로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11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보다 하향한 2.1%를 제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경제키워드와 기업환경 전망에 대한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인 90명의 전문가 중 48.9%가 내년 우리 경제의 경기 추세 형태에 대해 ‘U자형의 느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전망했다. ‘L자형의 상저하저(上低下低·26.7%)’와 ‘우하향의 상고하저(上高下低·16.7%)’를 꼽은 답변도 그 뒤를 이었다.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수출용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 “韓, ‘저성장 고착화’ 따른 여러 문제 직면할 것”

절반에 이르는 전문가들이 내년 한국 경제를 관통할 핵심 키워드로 ‘저성장’ 및 ‘경기 침체’와 관련한 단어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2% 달성 여부,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 여부에 대해 주요 기관과 투자은행(IB)의 전망이 매우 갈려 있다”며 “내년 경기는 회복이냐, 침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할 것”이라고 했다.

‘저성장’을 키워드로 꼽은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가 수축 국면으로 들어간 상황에 고용이 악화하고 있고, 투자 관련한 선행 지표 흐름이 굉장히 좋지 않아 특별한 반전이 있기 어렵다고 본다”며 “수출이 최근 소폭 회복세라지만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미국의 정책 때문에 반응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를 제외하고 보면 역시나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내년에도 회복이 거의 미미해 1%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성장률이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인데, 과거에는 이렇게 경기가 악화한 다음에 브이(V)자 형으로 바로 회복했었다”며 “확장 경제 국면이었던 옛날에는 구조조정을 미루고 ‘버티면 이긴다’는 공식이 작동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엔 성장률이 2% 남짓으로 또 낮을 것으로 보이고, 후년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나빴던 경기에서 회복되는 패턴이 과거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면서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여러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손민균

 

 

◇ 내년도 “‘인플레’보다 ‘경기 침체’ 우선 대응” 소폭 우위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높은 물가도 내년 우리 경제에 여전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중 정책 당국이 우선 대응해야 할 과제를 묻는 말에 전문가 52.5%(21명)가 경기 둔화를 꼽았다. 물가 상승(47.5%·19명) 답변과 팽팽하게 맞섰다.

 

이는 당초 올해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식이다. 지난해 조선비즈가 국내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경제 전망에서도 같은 질문에 경기 둔화(52.5%)와 물가 상승(45%) 답변이 비등했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겹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접어들 우려가 당분간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시간이 갈수록 고금리 장기화 여파가 미치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고물가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40%·16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상반기엔 물가 대응에 무게를 두되, 하반기부터는 경기 침체 대응이 중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부교수는 “상반기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아 물가가 안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재정·통화정책도 물가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두게 될 것”이라며 “하반기가 되면 고금리 영향으로 내수 소비와 기업 투자 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책의 기조 전환이 예상된다”고 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년 저성장 이슈는 전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고민이다. 지난달 29일 나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4%(잠정치)에서 내년 1.5%로 떨어질 것으로 점쳐졌다. 전 세계 성장률은 올해 2.9%에서 2.7%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골드만삭스는 내년도 거시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15%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내년도 경제 리스크 우선 관리 과제가 ‘저성장 극복’과 관련한 응답에 치중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정책 당국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 전문가 67%(27명·중복 응답)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충’을 꼽았다. 2순위로 뽑힌 ‘금리·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과 ‘출산율 제고 및 지방 소멸 대응’(각 37.5%·15명)과 비교해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