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도쿄에서 만난 글로벌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미나미가와 아키라 시니어디렉터는 “‘히노마루(일장기)’ 반도체는 혼자선 부활하지 못할 정도로, 대만·한국·미국에 뒤처졌다”며 “일본은 대만과 반도체 동맹을 통해 다시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포지셔닝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세계 최대 반도체 국가였던 일본이 대만 TSMC와 협력을 계기로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는 것이다. 미나미가와 디렉터는 30여 년간 도쿄와 홍콩·대만의 가트너, IDC재팬, HIS, 옴디아 등 주요 시장조사업체에서 줄곧 반도체를 연구한 일본의 대표적인 애널리스트다. 현재 일본 특허청의 반도체 관련 특허심사위원이자 국책연구기관인 신에너지산업기술총합개발기구의 연구평가위원이기도 하다.
미나미가와 디렉터는 “TSMC는 현재 구마모토에 첫 공장을 짓고 있고, 조만간 두번째 공장 검토에 들어간다”며 “장기적으론 일본과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단계까지 갈 것이며, 진정한 동맹은 그때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반도체 장비에선 세계 점유율 35%로, 미국(40%)에 이은 2위이고, 반도체 재료는 55%를 차지하는 세계 1위”라며 “일본의 장비·재료 회사들이 (삼성전자보다) TSMC를 우선해 기술 개발에 협력하면 서로 윈윈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약점은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가 턱없이 적은 것인데, TSMC의 반도체 공장에서 일본 반도체 인재들이 육성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가 세계 안보에서 핵심 요소로 부상한 것도 일본 반도체 부활에는 기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은 오랜 기간 아시아의 안보 전략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여겼고,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미국의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일본과 대만은 강한 협력 관계를 맺고 심화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나미가와 디렉터는 “만에 하나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유사 사태가 발생하면, 일본은 안보 보장 측면에서 바로 대만을 도울 것이며, 대만으로선 그런 일본과 반도체 협력을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만의 TSMC와 미국의 IBM이 일본에 와서, 일본 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IBM은 일본의 신설 법인인 라피더스와 차세대 반도체인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간 파운드리 경쟁에 대해 “격차가 크다”고 했다. 그는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선 TSMC가 9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TSMC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해 라인당 1~2종의 반도체만 집중 생산하는데 반해 삼성전자는 라인당 수십개 반도체를 돌아가면서 생산한다”며 “여기에 경쟁력의 핵심인 수율(완성품 비중)은 TSMC가 80%인 반면 삼성·인텔은 50~60%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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