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 규제, 美선 고객 불만… 빅테크는 내년도 두렵다
[실리콘밸리선 지금]
애플·메타·MS 등 주가전망 먹구름
올 들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미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자국에선 소비자들의 높아진 불만에 직면하고 해외에서는 잇따른 규제에 발목을 잡히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이로 인해 테크 업계에선 빅테크들의 주가가 내년에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블룸버그는 “디지털 세계로의 이동을 주도하며 13년간 주식 강세장을 이끌었던 빅테크들이 앞으로는 과거에 달성했던 엄청난 수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서 고객 만족도 떨어지는 빅테크
11일(현지 시각) 미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가 세운 드러커 인스티튜트는 ‘올해 가장 잘 경영한 기업’ 250곳을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3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애플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 발표에서 이들의 순위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추락한 빅테크의 고객 만족도였다. 지난해 100점 만점의 고객 만족도에서 55.4점을 받았던 MS는 올해 48.6점을 받았고, 작년 53.6점을 받았던 아마존은 44.9점에 그쳤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도 1년 사이 고객만족도가 0.9점 떨어졌고, 메타는 올해도 250개 기업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유일하게 애플만 고객 만족도가 작년보다 3.5점 올랐다. 업계에선 “빅테크들이 광고 매출 늘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서비스에 광고 노출이 급증한 여파로 고객 만족도가 수직 하락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조사들에서도 빅테크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불만이 드러나고 있다. 투자회사 에버코어ISI가 최근 실시한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아마존 서비스에 대해 ‘최고’ 또는 ‘매우 만족’을 선택한 미국 소비자는 10년 전에 비해 9%포인트 하락한 79%였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까지 나서 “아마존에서 쇼핑 검색을 하면 절반 이상이 광고 제품”이라며 “아마존 서비스가 나빠지고 있다”고 비판할 정도다. 구글도 지난 7월 발표된 미국 소비자 고객만족지수에서 검색 엔진 만족도 1위 자리를 ‘기타’에 해당하는 소규모 검색엔진 그룹에 내줬다.
◇유럽에서는 반독점 규제로 타격
빅테크들은 유럽에선 잇따라 반독점 철퇴를 맞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EU) 유럽데이터보호이사회가 메타에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타깃 광고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 사실상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아마존은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작 상품을 주로 노출해온 관행을 인정하고 이를 시정하기로 EU 집행위원회와 합의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들에 구글 앱을 사전 탑재하도록 강제한 혐의로 EU 집행위원회로부터 41억2500만유로(5조7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이에 불복해 최근 유럽사법재판소에 항소했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자사의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우대한 혐의로 EU의 조사를 받고 있고, 영국 시장경쟁청과 EU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건에 대해 독과점 여부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유럽은 내년 5월부터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를 다른 업체 서비스보다 우선 노출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디지털시장법’을 시행할 예정이어서 빅테크들이 느끼는 압박은 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쉽지 않은 빅테크
이 같은 내우외환 속에 빅테크 주가는 내년에도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내년 미국 시장의 예상 성장률은 2.7%이지만, 빅테크들의 이익은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월가도 빅테크의 목표 주가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미 증권사들은 지난 7월 1일 1년 후 애플의 주가 전망치를 186.09달러로 예상했지만, 12월 10일에는 이를 180.10달러로 낮췄다. 구글의 1년 후 목표 주가도 지난 7월 155.85달러에서 현재 127.89달러로 대폭 하향 조정됐고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메타의 목표 주가도 지난 7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30~120달러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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