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식+채권 20%대 동반 하락세
50대 직장인 김모 부장은 최근 은행에서 보내준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익률을 보고 깜짝 놀랐다. IRP는 직장인이 노후에 대비해 가입하는 상품으로, 1인당 연간 최대 1800만원까지 넣을 수 있고 세액공제(최대 115만5000원 환급) 혜택이 있다.
김 부장은 “위기가 터져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IRP 운용 상품으로 혼합형 펀드(주식과 채권 동시 투자)를 선택했는데, 예상과 달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니 당황스럽다”면서 “혼합형 펀드 위주인 현재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해도 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명열 한화생명 영업추진팀 투자전문가는 “현재 글로벌자산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시기”라며 “채권은 이자 수익이 나오긴 하지만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 손실이 더 커서 전체 성과가 부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동치는 자산시장 파도에 노후 자금을 굴리는 4050 직장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통상 주식과 채권은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1988년에 만들어진 MSCI 글로벌 주가지수와 1990년에 만들어진 MSCI 글로벌 채권지수는 올들어 20% 넘게 같이 떨어졌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2022년이 자산시장에서 역사적인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대형 운용사 임원 A씨는 “경제학 교과서에는 주식과 채권이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어서 자산배분 효과가 탁월하다고 나오는데 올해 이런 관계가 깨졌다”면서 “2022년은 그 동안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패러다임을 목도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A씨는 이어 “투자자들은 언제까지 자산 가격이 빠질 것인지를 궁금해 하는데,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금리가 언제까지 오를 것인지에 달려있다”면서 “금리 인상이 멈춰서야만 채권 가격도 안정을 찾을 텐데, 그러려면 인플레 압력(에너지가격+농산물가격)이 해소되어야만 하고 여기에 러우 전쟁 변수까지 얽혀 있어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깨지는 건 증권시장에 20년 종사하면서 처음 봤습니다. 뾰족한 수를 찾긴 어렵지만, 달러는 당분간 더 강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자산을 불리기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은퇴 예정자들이라면, 기존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바꿔두는 걸 제안해 봅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볼 수도 있지만, 패러다임 시프트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면 고려해 볼만 합니다.”
미국 공영방송 NPR도 ‘은퇴자들이 주식과 채권값 동반 하락이라는 이중고(double whammy)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25일 보도했다. 연금계좌 잔고가 50만불대에서 올해 40만불로 쪼그라들었다는 69세 은퇴자 데보라 맥도넬씨는 NPR에 “썩 내키진 않지만(not something I relish doing), 아마도 직장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컴버랜드 어드바이저즈의 데이비드 코톡 운용본부장(CIO)도 NPR과의 인터뷰에서 “주식과 채권이라는 두 개의 자산이 동시에 투자자 계좌를 갉아먹고 있다”면서 “통상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생기면 연준이 금리를 내려 경기를 살리지만, 지금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채권값도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들이 추천하는 연금 상품
1️⃣미래에셋운용 : 미래에셋 전략배분TDF 시리즈(예상 은퇴시점 설정해 운용), 미래에셋 G2이노베이터 펀드(미국과 중국의 혁신기업에 투자)
2️⃣삼성자산운용 : KODEX 선진국 MSCI World ETF(선진국 주식에 100% 투자), KODEX 미국S&P500 TR ETF(미국 주식시장 대표지수 추종, 분배금 재투자), 삼성 ETF를 담은 TDF 시리즈(은퇴시점에 맞춰 자동 자산배분)
3️⃣한국투자운용 : 한국투자 TDF 알아서 펀드(다양한 국가와 자산에 투자), KINDEX 글로벌브랜드Top10 블룸버그 ETF(강력한 브랜드 소유 기업에 투자), KINDEX 미국달러 단기채권 액티브 ETF(수비형 전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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