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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알짜만 쏙 빼내 상장, 개미는 속 터진다

 

알짜만 쏙 빼내 상장, 개미는 속 터진다

입력 2022.01.06 03:00
CJ ENM, 만도, LG화학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떼내 별도의 신설 법인을 만든 뒤 기업 공개를 진행하는 ‘물적 분할 후 상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020년 연말부터 LG화학, SK이노베이션, 만도, NHN, CJ ENM 같은 주요 기업들이 핵심 사업부를 분리할 계획을 밝혔다. 신설된 법인은 기업 공개를 통해 상장 코스를 밟는다. 문제는 기존 주주도 신설 법인 지분을 받는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한 회사 주주는 신설 법인 주식을 받지 못한다는 것. 핵심 사업을 떼어 낸 모(母)기업의 가치는 하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분통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배터리 등 핵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물적 분할 기업 6개 주가 하락

LG화학은 2020년 12월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분할 전 80만원이던 LG화학 주가는 5일 66만4000원으로 약 1년 만에 17%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 상장 예정인데 LG화학 주가는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3조원 규모인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가 LG화학을 제외하고 LG에너지솔루션을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0월 배터리 부문을 분할해 SK온을 만들었는데, 분할 발표 전 26만5000원대였던 주가는 19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하락 폭을 겨우 만회했다. SK온도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CJ E&M도 지난해 11월 19일 주요 제작 기능을 떼어 내 신설 법인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당시 17만300원이던 주가는 이달 5일 14만원으로 17% 넘게 추락했다. NHN은 지난달 24일 클라우드 사업 부문의 물적 분할 소식을 알린 후 다음 거래일인 27일 주가가 9.87% 하락했다. 지난해 6월 9일 자율주행 부문이 따로 살림을 꾸린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도도 주가가 5일까지 10% 넘게 떨어졌고,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 첨단 소재 부문을 물적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공시한 뒤 5일까지 주가가 18% 하락했다.

 

기업 입장에선 자회사 지분을 기존 주주와 나누는 인적 분할과 달리 모회사가 신설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는 물적 분할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분할 후 상장, 주주 간 이해 상충 지적

그러나 이런 물적 분할은 기존 주주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알짜 사업을 떼 낼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인 신설 법인 지분을 100% 확보하지 않는 한 회사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 업계 전문가는 “법인을 떼어내는 물적 분할 자체는 투자 전략으로 볼 수 있지만 이후 상장까지 하는 것은 주주 간 이해 상충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신설 철강 회사를 만드는 물적 분할을 계획하고 있지만 신설 법인은 상장하지 않기로 해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SK텔레콤의 경우엔 물적 분할 대신 SK텔레콤과 투자 회사인 SK스퀘어로 나뉘는 인적 분할을 택한 데다 핵심 사업은 SK텔레콤에 그대로 둔 덕에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들은 핵심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의 경우 전기차 전환기에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물적 분할로 신설한 자회사가 성장하면 장기적으로 모회사 주가가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SSG닷컴 등 물적 분할 자회사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물적 분할한 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배당하거나 공모 단계에서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하자는 의견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