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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징어게임이 된 부동산 시장

 

⊙ 1억원 미만 주택 매물 씨가 말라
⊙ 해안가 따라 급등한 부산 아파트, 50년 된 아파트도 1년 새 8배 올라
⊙ 생활형 숙박시설, 민간 임대 아파트 청약 경쟁률 급등, 투자 주의해야
⊙ ‘민간 임대 주택협동조합’… 변종 지주택 주의보

해무가 낀 해운대 엘시티아파트(왼쪽)와 달맞이 고개. 사진=조선DB

  “올해 안에 열 채만 쓸어 담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50대 남성 A씨였다. 옆에 서 있던 30대 여성 B씨와 40대 여성 C씨도 덩달아 초조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10월 2일 부산 영도를 둘러보던 참이었다.
 
  이들의 부산 ‘임장’에 동행하기로 한 건 A씨의 말 때문이었다. “법인 명의(名義)로 주택 열 채를 매수(買收)하려고 한다.” 임장은 ‘부동산이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둘러보는 걸’ 뜻한다. 주로 부동산 업계에서 쓰이는 용어다.
 
  이들은 세 명 다 주택을 보유 중인 사람이다. 특히 A씨는 현 정권의 잣대로 보자면 적폐 중의 적폐, 다(多)주택자다. 인천 송도와 검단, 부산, 전주에 아파트와 분양권 여러 채를 갖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미(未)분양되었거나 분양 중인 아파트의 분양권을 여러 채 사들였다. A씨는 지인들과 함께 아파트를 사들였는데, 이들 중엔 가족들의 명의를 총동원해 분산 매수한 이들이 여럿이라고 했다. 무(無)주택자 삼촌 명의를 빌리는 식이다. 물론 세금 때문이다. 매도(賣渡)해 차익(差益)이 날 때마다 명의를 빌려준 친척에게 나눠준다고 했다.
 

 A씨는 하도 여러 곳에 사들여서 몇 채를 갖고 있는지 한참 헤아려봐야 아는 상황이다. 이후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순식간에 100억원대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자산가가 됐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30대 여성 B는 서울에선 전세를 살고 있고, 비조정 지역에 아파트 1채, 분양권 1채를 소유하고 있다. 직장인인 40대 여성 C도 서울에서 세를 살면서 지방의 아파트 분양권을 구입했다.
 
  이들에게 세금이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세금보다 아파트값 상승률이 더 무섭다.”
 
  시세 차익이 세금보다 더 클 거라 생각한단 얘기다. 이들과 부산 일대를 돌며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투자를 권하는 걸로 읽힐까 봐 이들이 돌아본 특정 아파트명은 가급적 밝히지 않았다.
 
 
  文정권의 오징어게임
 

  ‘임장 투어’를 다니며,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떠올랐다. 부동산 시장 자체가 오징어게임이었다. 게임에서 생존하면 부동산 부자가 될 수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처럼 서초구 방배동 59평 빌라(시세 20억원대)나, 김의겸 열린우리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서초구 우면동 아파트(18억5000만원에 거래)를 살 수 있단 얘기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엔 여러 놀이가 등장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구슬치기 등이다. 마지막 게임은 확률 50%의 내기 게임이다. 극중 성지훈(이정재 역)과 오일남(오영수 역)이 내기를 한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누군가가 도와줄 것인가 말 것인가.’
 
  첫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술래가 모르게 빨리 앞으로 전진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움직이는 게 술래의 눈에 띄면 죽는다. 이 게임의 핵심은 술래가 눈을 감고 무궁화꽃이 피었다고 외는 순간 최대한 재빨리 움직이는 것이다.
 
  부동산 자산가들은 부동산 규제가 막 나왔을 땐 가만히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잽싸게 움직이며 매물을 훑어냈다. 문재인 정권 내내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매물들을 발굴해 재빠르게 거래했다. 비조정 지역 미분양 아파트, GTX 수혜 지역,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해당하는 주택, 오래된 대단지 주공아파트 등이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엔 1989년에 지어진 부산진구 당감동 주공3단지가 전국 거래량 1위를 기록하는 희한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규제가 점점 더 첩첩이 쌓이자 풍선효과로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의 주택 붐이 일어난 결과다.
 
 
  1억원 미만 매물 품귀
 
  A씨가 최근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에 눈을 돌린 건 순전히 세금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 ‘입문이 늦은 편’이라고 했다.
 
  “저는 지금 늦었어요. 제 주변엔 법인을 설립해 한 단지에서만 열 채씩 사들인 경우도 많아요. 단타를 해 법인에 이익금이 쌓여서 어떻게 빼내야 하나 고민 중이라는 지인도 있어요. 배당을 받으면 세금이 올라가니까요.”
 
  다주택자와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경우 취득세로 최고 12%를 내야 한다. 그런데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수와 상관없이 취득세로 1%를 납부한다.
 
  다른 주택을 취득할 때도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은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1억원 이하 주택을 10채 이상 보유하고 있어도 취득세 계산에선 무주택자나 다름없단 얘기다. (공시가격 1억원 이상의 주택은 없이) 예를 들면, 1억원 이하 주택을 10채 보유한 사람이 서울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취득세로 1%인 500만원을 낸다.
 
  예외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된 지역과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사업시행구역은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주택도 취득세가 중과(重課)된다.
 
 
  법인으로 주택 취득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이유도 세금을 고려해서다. 취득세의 경우엔 법인의 혜택이 없다. 법인이 주택을 취득할 경우 기존 주택 보유 수와 상관없이 취득세로 무조건 12%를 내야 한다. ‘다주택자들이 법인을 이용해 투기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지난해 8월 법령을 개정했다. 물론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주택은 예외다. 법인이 매수해도 1%의 취득세를 적용받는다.
 
  다주택자라면 어차피 취득세가 중과된다. 조정 지역에 3주택 이상, 비조정 지역에 4주택 이상 소유한 개인은 법인과 마찬가지로 취득세 12%를 내야 한다. 그러니 4주택 이상이라면 법인 명의를 활용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는 판단이 필요하다. 법인이 2주택 이하를 소유하는 경우 종부세는 3%다. 1억원짜리 주택 1채를 소유한 법인의 경우 300만원의 종부세를 낸다. 3주택 이상은 6%로 세율이 올라간다. 원래는 법인 소유 부동산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을 공제해주는 6억원 기본공제와 세부담 상한 적용이 있었는데 폐지됐다.
 
  법인으로 1억원짜리 주택 10채를 사들이면 종부세로 6000만원을 내야 한다. 종부세가 부담되지 않을까? A씨에게 물었다. 의외의 답이 나왔다.
 
  “종부세가 문제가 아니에요. 작년 초에 1억원이었던 아파트가 지금은 3억원, 4억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해요. 한 채만 팔면 10채 세금이 나오는데 뭐하러 걱정합니까. 그래도 부담될 것 같으면 단타로 빠지면 됩니다. 6월 1일 이후 사서 다음 해 6월 1일 전에 팔면 종부세가 안 나와요.”
 
 
  법인 세워 節稅
 
  종부세를 아끼려 법인을 여러 개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법인 1군데가 2채를 소유하는 식으로 구입하는 거예요. 법인을 5개 세워서 10채 구입하는 거죠.”
 
  법인 명의가 빛을 발하는 때는 역시 부동산을 팔 때다. 법인이 부동산을 양도하면 양도세가 아닌, 법인세를 낸다.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 20%다. 주택을 양도할 경우엔 법인세에 더해 세금을 더 낸다. 양도 차익의 20%가 추가로 과세된다. 결국 차익의 30~40%를 세금으로 내는 격이다.
 
  똑같은 주택을 개인이 살 경우엔, 2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 60~70%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은 보유 기간이 짧아도 별도의 중과세가 없다. 단기 매매의 경우 법인이 개인보다 유리한 이유다.
 

 공시가격 1억원의 주택을 찾으려면 실거래가 기준으론 대략 2억원 미만의 주택을 찾아보면 된다. 물론 공시가격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트렌드를 읽는 공인중개사들은 아예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매물을 따로 묶어 소개하기도 한다.
 
  부산 서구 암남동으로 갔다. 이곳은 송도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아파트가 분양되며 마을의 경관이 확 바뀌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투자가치 있는 1억원 이하’라는 얘길 듣자 고개를 저었다.
 
  “이미 싹 털렸어요. 1억원 이하 매물 나오면 연락 달라며 대기 중인 손님만 50명 이상이에요.”
 
  부산 달맞이길에서도 똑같은 얘기를 들었다. 저가(低價)의 좋은 매물은 이미 한 차례 팔려나갔다고 했다. 한 공인중개사의 얘기다.
 
  “40인승 버스를 타고 서울, 대구, 광주 곳곳에서 내려왔어요. 한 사람이 두세 채씩 사서 올라가더군요. 이제 두 번째 매수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아요.”
 
  정부가 다주택자는 적폐라며 목이 아프게 외칠 때, 재빨리 움직인 사람들이 지금 봐서는 어쨌든 승자로 보인다.
 
 
  폭등한 ‘오션뷰’
 

  두 번째 게임은 설탕 뽑기, 일명 ‘달고나’ 뽑기다. 찍혀 있는 모양을 바늘을 이용해 깨뜨리지 않고 분리해내면 성공이다. 동그라미, 세모처럼 분리해내기 쉬운 문양을 고르면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 부동산 업계엔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주택 시장에도 ‘매도가 쉬운 모양’이 있다.
 
  A씨는 ‘오션뷰(Ocean View)’를 강조했다. 집 안에서 바다가 보인다는 뜻이다. 이번 부산 임장을 하며 송도, 영도, 해운대 등 해안가 위주로 다닌 것도 그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인천 송도와 강원도도 해당된다. A씨가 100억대 자산가가 된 비결도 오션뷰다. 인천 송도에서 미분양됐거나 덜 오른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강원도 속초도 오션뷰 수혜 지역이다. 속초 디오션자이의 경우 오션뷰 57평형(188㎡)에 프리미엄이 5억원 붙었다. 16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기준 주택 소유 건수 상위 20위 소유자 현황을 보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부산 지역에 1670가구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기장군, 부산진구, 부산 수영구에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기장군과 수영구가 바로 바닷가를 끼고 있다.
 
  부산 영도는 문재인 정권 들어 드라마틱하게 부동산이 상승한 경우다. 원래는 부산 사람들이 그다지 선호하는 거주 지역은 아니었다. ‘오션뷰’의 가치를 알아본 건 외지인들이었다. 김제에 사는 A씨는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 않는 영도의 아파트 분양권을 사들였다. 부산 오션시티푸르지오아파트다.
 
  35평(118㎡)을 기준으로 분양가 4억6000만원가량이었던 게 지금은 오션뷰 기준 프리미엄이 2억5000만원가량 붙었다. 더불어 영도의 구축 아파트도 실거래가가 올라갔다. 특히 재개발 논의가 되고 있는 곳은 가격이 4배, 5배씩 상승했다. 예를 들면 영도구 영도5구역의 경우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10평짜리 아파트인데 2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7000만원대에 거래된 아파트다. 영도에 수십 년 된 세 동짜리 아파트도 매물이 없어 못 사는 지경이다.
 
 
 

 

급등한 부산 영도
 
  진짜 인상적인 경우는 부산 동구의 수정아파트다. 지난해 중반까지도 12평 기준 2000만원대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지금은 실거래가, 매물가 모두 1억원이 훌쩍 넘었다. 1962년에 사용 승인이 떨어진 아파트이니, 50년이 다 됐다. 화장실도 공동으로 쓴다. 이 아파트가 1년 만에 8배 이상 오른 이유는 ‘낮은 공시지가와 오션뷰’다. 향후 재개발에 대한 기대다.
 
  A씨는 영도를 돌아다니며 내내 ‘이 아파트는 작년까지만 해도 2억원이었는데 지금은 5억원이고, 저 아파트는 1억원이 안 됐는데 지금은 3억원이고’ 이런 식으로 줄줄 읊어댔다. 듣고만 있어도 돈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해운대로 이동했다. 부동산 상승 바람이 해운대 달맞이 고개에까지 불고 있다. 달맞이 고개엔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은 곳들이 있는데 A, B, C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C구역엔 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까지 문을 열었다. 이 구역의 빌라들은 평수에 상관없이 몸값이 뛰었다.
 
  인근 공인중개사 중엔 마치 재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설명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재개발은 어느 지역이든 위험성을 각오해야 한다. 재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10년이 흘러도 삽도 못 뜨는 곳도 허다하다. 달맞이 고개의 경우, 재개발이 되기만 한다면 천혜의 오션뷰는 보장된 자리지만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부산에서 꼭 1억원 미만 주택을 한두 채라도 사겠다며 각오를 다졌던 B씨와 C씨는 기운이 빠지는 듯했다. ‘떼어내기 쉬운 달고나’를 찾아내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 번째 게임은 줄다리기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1번 오일남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줄다리기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야. 작전을 잘 짜고 단합만 잘 되면….’ 돈이 많아야만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보력이 좋고, 동작이 빠르고 운이 좋으면 기회는 있다, 아니 있었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민간 임대가 그 예다. 일단 계약금만 있어도 도전할 수 있다. 전매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생활형 숙박시설과 민간 임대 모두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생소한 제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경쟁률이 치솟았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취사와 세탁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가 생활형 숙박시설이다. 분양받은 사람이 선택해 주거용 오피스텔처럼 장기 임대 계약을 맺어 월세를 받을 수도 있고, 호텔·콘도미니엄처럼 숙박시설로 운용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호텔과 오피스텔을 합친 주거 형태인 셈이다.
 
 
  생활형 숙박시설 인기
 

  생활형 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는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도, 2주택 이상 양도세 과세대상도 아니다. 쉽게 말하면 아파트가 아닌 골프 회원권 같은 일종의 자산을 사는 셈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다주택자도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청약 가능하다. 대출 규제도 받지 않는다. 전매도 자유롭다.
 
  부산 롯데캐슬 드메르는 지난 3월에 1221가구를 모집했다. 43만여 건의 청약이 들어왔다. 생활형 숙박시설의 존재를 일반인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건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였다. 876실 모집에 청약 57만여 건이 몰렸다. 직후 1억원 프리미엄이 붙었다. 위례 호반가든하임과 신광교 제일풍경채에는 프리미엄이 4억원 가까이 붙었다.
 
  민간 임대 아파트는 이름 그대로 민간 건설회사가 공급하는 임대 아파트다. 최대 10년간 거주 가능하다. 일정 기간 임대료를 내고 살다, 분양받을 수 있다. 거주자에게 우선분양권이 없는 곳도 있다. 입주 때까지 전매가 자유롭고, 청약통장이 있든 없든, 무주택자든 아니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취득세 및 재산세 등 세금 걱정이 없고, 분양 전환 후 양도소득세가 면제되는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건설사가 분양이 아닌 임대 아파트 공급을 택하는 건 분양가 때문이다. 분양을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 임대는 보증금에 대한 제재가 없다.
 
  지난 9월 1~2일 청약을 진행한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22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715가구 모집에 총 16만2683명이 몰렸다. 용인 당해 지역에선 90.31대 1, 수도권 지역은 455대 1이었다. 전용면적 84㎡의 보증금이 8억6000만~8억9000만원이고, 매달 100만원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조건인데도 지원자가 몰렸다.
 
  브랜드 있는 신축 아파트의 향후 매매가에 대한 믿음으로 풀이된다. 1년에 1200만원, 8년이면 9600만원가량 지출할 임대료를 감안해도 ‘싸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전세 입주권이 아니라 미래의 분양권으로 여긴단 얘기다.
 
  입지가 괜찮은 민간 임대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강릉 호반베르디움이나 오송 파라곤 등이다.
 
  민간 임대 아파트의 경우, 유의할 점이 있다. 작은 규모의 건설사들이 작은 규모로 짓는 민간 임대의 경우, 미래 가치를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나 교통 시설이 부근에 없는 외곽 지역의 경우 ‘신축 아파트의 힘’을 맹신하기보단 예상되는 실거래 만족도를 따져보는 편이 좋겠다.
 
  B씨는 부산 옆 양산에 들어설 민간 임대 아파트 1채를 계약해놓은 상황이다. 프리미엄이 붙으리라 예상하고 계약했다. 입주 전에 전매할 예정이다. B씨는 “혹시 프리미엄이 형성되지 않아 입주 때까지 전매(轉賣)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기자에게 털어놨다.
 
  임대 기간이 끝난 후 거주자에게 우선분양권을 줄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이 그 예다. 건설사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아닌 ‘카더라’는 믿으면 안 된다.
 
 
 

 

부동산판 구슬치기
 
  네 번째 게임은 ‘구슬치기’다. 상대의 구슬을 다 가지면 이긴다. 드라마에선 구슬을 공유하는 친구, ‘깐부’가 있었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깐부가 없다. 공인중개사에서 특정 매물을 두고 대놓고 이렇게 소개한 경우도 봤다.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주인이 내놓은 매물.’ 재개발 가능성이 거론되는 아파트들이 그 예다.
 
  1977년에 지어진 한 동짜리 아파트인 부산 대연동 대연맨션 44평(145.7㎡)의 경우 지난 3월에 8억원에 매물이 나왔고, 이후엔 매물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에 3억9000만원에 매매 거래가 됐고, 같은 해 11월에 다른 층 같은 면적의 매물이 5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이후 다시 7억원대로 급등했다. 몇 달 간격으로 거래가가 변한 이유는 재건축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소규모 재건축 시공자로 동원개발이 선정됐다. 이런 경우는 비단 재건축 아파트만이 아니라 재개발이나 GTX 등 소위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정보가 빠른 쪽이 상대의 자산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變種 지주택 등장
 
  부정한 방법으로 구슬을 빼앗는 일도 일어난다. 예를 들면 건설이 확정된 민간 임대 아파트인 것처럼 홍보를 하는데, 알고 보니 건설을 추진 중인 ‘주택조합’인 경우다. 지역주택조합이라 보면 된다. 지주택은 ‘합법적인 사기’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온 분양 형태다. 아파트를 지을 토지도 확보하지 않고 일단 조합원을 모집해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놓고, 조합장이 활동비로 탕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피해자들은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돈은 돈대로 날리는 경우가 잦았다. 마음고생은 덤이다.
 
  문제가 있다는 게 알려지자, 지주택도 진화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민간 임대 아파트를 위한 주택협동조합’, 이런 식으로 교묘히 이름을 바꿔 분양을 하고 있다. A씨의 지인 중 이런 식의 변종 지주택을 계약한 이가 있다고 했다. 본인은 지주택과 계약한 건지 모르고 있다고 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설명이 쓰여 있는 계약서에 본인이 직접 서명했으므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도 없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매매가 대출 규제 때문에 어려워지자, 오피스텔·아파텔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오피스텔에는 아직 대출 규제가 없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외곽 지역에 한 동짜리 소형 오피스텔들이 들어서고 있다. 분양 홍보 사무실에 가보면, 임대 수익을 보장한다며 홍보하지만, 실익(實益)을 잘 따져봐야 한다.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전월세 보증금과 월세도 5% 이내로만 올릴 수 있고, 세입자에게 임대보증금 보증보험도 들어줘야 한다. 지난해부터는 임대소득이 연(年) 2000만원이 넘지 않는 경우에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
 
  갖고 있는 구슬이 적은 이일수록 조바심에 좋지 않은 물건을 추격 매매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성지훈과 오일남은 내기를 한다. ‘길에 쓰러져 있는 노숙자를 누가 도와줄 것인가 말것인가.’ 지금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 또한 주택을 사거나 파는 순간, 내기에 참여하게 된다. ‘집값이 내릴까, 오를까.’
 
  집값이 더 상승한다고 보는 쪽은 내년에도 저조할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량과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든다. 최근 원유, 철근, 시멘트, 목재 등 건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건설 원가를 살펴보면, 철근 비용의 비중이 높다. 그런데 이 철근 가격이 톤당 70만원에서 올해 6월 130만원대까지 올랐다. 이번 정권 들어 인건비도 대폭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 등 때문이다.
 
 
  집값 상승 vs 하락
 
  집값 하락을 주장하는 이들은 아파트 거래가 쉽지 않아졌다는 이유를 든다. 대출금리도 올라가고, 정부의 대출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취득세와 양도세는 중과되는 등 거래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대출을 묶는다고 집값이 내려갈까? 문재인 정권을 지나오면서 최소한의 대출만으로 집을 사는 법에 국민들은 정통해지고 있다. 30대, 40대들은 전세를 낀 집을, 제2금융권이나 보험회사 같은 곳에서 대출을 받아 ‘영끌 매수’를 하고 있다. 6억원 이하였던 아파트가 몇 달 후엔 9억원, 또 몇 달 후엔 10억원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는 걸 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선서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부동산 시장은 재력이 뒷받침되고, 정보가 빠른 자만 살아남는 게임판이 됐다.
 
  A씨와 일행은 그날 부산에서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 A씨는 토지 매입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B씨는 다시 상승장이 찾아온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C씨는 1억원 이하 매물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4년 차의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