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1.10.15 03:00
코로나 델타 변이 확산,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에너지 대란, 테이퍼링 등 악재가 쌓여 있지만 미국 증시는 이렇다 할 조정 없이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ETF가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증권사 스톤엑스의 빈센트 델루어드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덱스 펀드에 유입된 수조 달러의 자금이 주식 가치를 부풀리고 미국 주식시장을 급격하게 재편하는 한편, 약세장이 지속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펀드 매니저가 종목을 발굴하고 자산 배분 비율을 정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인덱스 펀드와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해 투자한다. 액티브 펀드에 비해 운용 수수료가 싼 데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보니 자금이 몰리면서 전 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지난 5년간 2.7배 급증했다.
가격에 민감한 액티브 펀드에서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인덱스 펀드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델루어드 연구원의 주장이다. 또 투자 심리가 나빠졌을 때도 현재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는 인덱스 펀드의 특성 때문에 증시의 조정도 드물어지고 조정 폭도 얕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추종 지수에 따라 자금을 기계적으로 배분하는 인덱스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가치주와 소형주가 소외되고 대형·성장주가 수혜를 받는 현상도 심화됐다. 델루어드 연구원은 “증시의 조정은 약한 기업을 솎아내는 기능을 하는데, 인덱스 펀드 때문에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인덱스 펀드와 ETF가 주식시장을 왜곡하고 버블을 키운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창립자인 폴 싱어는 “ETF가 옥석을 구분하고 무능한 경영진을 감시하는 자본주의의 자정 작용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런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의 벤 존슨 수석 전략가는 “인덱스 펀드는 전 세계 거래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며, 인덱스 펀드가 가격 설정 기능을 방해해 주식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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