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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펀드로 3억 까먹은 남편, 아파트 값 1억 올랐다고 팔자는데…”

 

지난 6월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시세표. /연합뉴스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을 우려해 집을 팔자는 남편과 내 집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아내. 15년 동안 이어진 부부의 재테크 줄다리기, 승자는 누구일까.

 

6일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고준석TV’에는 대기업 사내 커플로 만난 맞벌이 부부가 내 집 마련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을 겪은 사연이 소개됐다. 고준석 교수는 신한은행 컨설턴트 출신의 부동산 전문가다.

고 교수에 따르면 2006년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남편이 해외 주재원 발령을 받으면서 가족 모두 한국을 떠나게 됐다. 출국 전 전세금 등을 처분한 5~6억원의 재산을 모두 정기예금에 넣은 남편은 만기일마다 은행의 연락을 받았다. 이때 남편은 아내에게 말하지 않고 모든 재산을 펀드에 투자했다. 당시 5~6억원이면 서울 강남의 웬만한 아파트는 다 살 수 있었다는 게 고 교수의 말이다.

 

2009년 주재원 근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면서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도에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이다. 당시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서브프라임 등급의 저소득층 대출자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게 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기관들도 대출금 회수불능상태에 빠지며 줄줄이 도산했다. 미국의 경기 침체는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남편이 투자한 펀드 역시 70~80% 손해를 입었고, 3년 만에 투자금 5억원은 1억5000만원이 됐다고 한다.

 

2014년 아내가 고 교수를 찾아왔다. 내 집 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남은 1억5000만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고, 당시 이들이 가진 여윳돈은 5년 동안 모은 1억원이 전부였다. 고 교수는 서울 강남구 서초동 지역의 소형 아파트를 추천했다고 한다. 근처에 대기업이 많아 전·월세 수요가 풍부한 지역이어서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비쌌고, 전세를 끼고 사면 2억5000만원만에 매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부부는 각각 1억원 가까운 신용대출을 받아 서초우성 5차 전용면적 59㎡(약 18평)를 6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고 교수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2년 뒤인 2016년 해당 아파트 가격이 8억까지 오르자 남편이 아파트를 팔자고 제안한 것이다. 아내는 또다시 고 교수를 찾았고, 그는 “팔 때가 아니다”라며 보유하는 것을 추천했다. 투자 실패의 책임이 있는 남편은 아내의 말을 따랐고, 지금까지 부부는 해당 아파트를 갖고있다고 한다. 고 교수는 “지금 그 아파트가 16억 정도 한다. 10억이 올랐다”며 “실물 자산은 될 수 있으면 안 파는게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지금도 연락이 온다”며 “박사님, 요즘도 남편이 집을 팔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