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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직업

전기차의 명암...“내연기관 엔진 관련 일자리 붕괴 가속”

전기차의 명암...“내연기관 엔진 관련 일자리 붕괴 가속”

日·獨 내연기관차 엔진 기술자 일자리 위기
‘산업 피라미드’ 붕괴, 3년 내 8.5만명 실직
혼다, 정규직 2000여명에 조기 퇴직 제안
“獨, 8년 내 엔진 분야 직종 21만개 사라져"

독일 북부 엠덴 소재 폭스바겐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전기자동차 산업의 부상으로 엔진 제조업 분야 일자리가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차의 부품 수는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 3만개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십 년 간 제조업 인력의 주축을 이뤄왔던 엔진 부품 관련 업종에서 불가피하게 실업자가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컨설팅 그룹 D.리틀 재팬 자료를 인용해 전기차 확대로 오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 부품 생산직 일자리 68만6000개 가운데 12% 이상인 8만4000여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자동차 부품 부문이 전체 제조업 출하량의 20%를 넘어서는 일본의 경우 이미 완성차 업체들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통상 내연기관차는 피스톤과 스프링, 센서 및 개스킷 등 복잡한 기계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오랜 기간 부품 공급업체와 수직관계를 형성하며 이른바 ‘산업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경쟁 우위 및 이윤을 유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도쿄 쇼코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대기업의 1차 협력사는 7500개이며 2차 협력사는 1만5000여개에 달한다.

 

반면 전기차는 모터와 인버터 등으로 구성된 전기 액슬(E-Axle)로 구동된다. 내연기관차 엔진에 비해 부품 수가 압도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산업 피라미드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새로운 업체들의 진입 장벽도 한층 낮아진다. 설계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대신 생산은 도급업체에 위임할 수 있어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조립 업체인 대만 폭스콘도 전기차 제조 도급업체가 될 수 있다. 신규 전기차 업체들이 자체 공장을 갖추지 않아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이러한 수평적 사업모델이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며 “수십년 간 전세계 자동차와 가계 소득에 동력을 공급해온 내연기관차 엔진 부품 제조업의 미래는 그 기술만큼이나 어둡고 절망적”이라고 했다.

 

실제 혼다는 지난 6월초 전기차 업체로 대대적인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도치기현 모카시 소재 파워트레인 공장을 2025년 안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00여명의 직원이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된다. 혼다는 2040년까지 가솔린 차량 라인업을 완전히 없애고 모든 신차는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 차량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 초에는 전체 정규직의 5%인 2000여명이 조기 퇴직 제안을 수락했다.

 

전기차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뮌헨 소재 이포 경제연구소는 독일에서 2030년까지 최소 21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2019년 기준 내연기관차 관련 전체 일자리 61만3000개의 40%에 육박하는 수치다.

 

독일 자동차 공급업체인 로버트 보쉬의 폴크마르 데너 최고경영자(CEO)는 “엔진용 연료 분사 장치를 만드는 데 10명이 필요하다면 모터를 생산하는 데는 단 1명만 필요하다”며 “전기차 부상과 더불어 내연기관차 엔진 관련 일자리의 붕괴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스바겐과 다임러 등 완성차 대기업들도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면서 내년까지 엔진 부품공장 직원을 대폭 감원할 예정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