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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300억 세종왕개미 “짜장면값 10배 뛸때 코스피 고작 3배”

 

“코스피가 88 올림픽 후인 1989년 1000을 뚫었는데 30년 지나 겨우 3배로 올랐어요. 그동안 자장면값은 10배 넘게 올랐을 겁니다. 한국 주식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르지 않는 자산입니다. 쉬운 투자가 아닙니다.”

/일러스트=김성규

의사 출신 수퍼 개미 A씨는 20여 년 주식 외길을 걸어온 은둔의 고수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올림픽 당시 의사 가운을 벗고, 전업 투자의 길을 택했다.

 

시장에서 인기가 없어도 가치 대비 초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고 수십 배 차익을 내는 가치 투자로 큰 부를 일궜다. 세종시에 살고 있는 전업 투자자라고 해서 재야에서 ‘세종왕개미’로 불린다.

내로라하는 투자 고수들도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지기 쉬운 곳이 한국 증시인 만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을 바엔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말라고 했다. “엄청난 투자 고수였던 지인이 한 순간에 투자금을 잃는 경우를 봤습니다. 상승 확신하고 레버리지(빚)를 크게 썼다가 반대 매매당하고 수십 년 번 것을 1주일 만에 다 날렸죠.”

 

-코로나 이후 주식 투자가 대중화됐다.

“주식시장은 외국인, 기관, 전업 투자자, 데이 트레이더, 스캘퍼 등 온갖 매매 주체들이 공방을 벌이는 곳이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일반 개미가 돈을 벌긴 쉽지 않다. 수익이 났다고 해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고, 주식시장을 떠나지 않고 계속 머무는 한 언젠가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월급만 받으면서 살 순 없다.

“주가는 오르고 내리고를 수없이 반복하는데 그때 흔들리지 않고 멘털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 주가 확인하려고 하루 종일 휴대전화 주식 창만 쳐다보면서 전전긍긍하면 결국 스트레스만 쌓인다. 돈이 될 종목을 찾는 것보다는 차라리 과거 성과가 좋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를 발굴해 돈을 맡기는 게 훨씬 낫다.”

 

-개인이 올해 30조나 매수한 삼성전자가 오르지 않는다.

“반도체, 정유, 철강 등 우리나라엔 사이클 기업들이 많다. 업황에 따라 실적이 급변하고 주가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삼성전자 주가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인터뷰 예상 질문지에 적혀 있길래 급히 살펴봤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장기 호황)이었던 지난 2018년 삼성전자 순이익은 44조원이었다. 당시 주가는 5만원대였다. 그런데 올해 순익 예상치는 39조원이다. 과연 현재 8만원 정도인 주가가 싸다고 말할 수 있겠나.”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이 화제다.

“BNK증권이 26일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비싸다면서 용기 있게 매도 보고서를 내놨다. 공모가가 3만9000원인데, 목표 주가로 2만4000원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보다는 저평가 매력이 큰 다른 은행주에 관심을 가지라는 내용이다. 카카오뱅크도 고객에게 예금 받아 대출해서 돈 버는 은행이다. 다른 은행들은 배당 정책까지 간섭받는데, 은행인 카카오뱅크 역시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진 않지만, 앞으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지켜볼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거버넌스(지배 구조)가 나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율은 전 세계 최고로 높아 최대 60%에 달한다. 고령 대주주는 승계 문제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노골적인 쥐꼬리 배당으로 오랜 기간 소액 주주를 압박하고, 주가 누르기, 일감 몰아주기, 역분식 회계 등 온갖 편법과 불법이 판친다. 대주주가 언제 무슨 일을 벌이면서 소액 주주 뒤통수를 칠지 알 수가 없다.”

 

-거버넌스를 좋게 할 방법은 없나.

“상속 증여세를 현실화해서 대주주들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세율 인하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만 상속·증여세율을 3분의 1만 줄여줘도 주가는 폭등할 것이다. 대주주들이 예전처럼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돈을 빼돌리려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마음대로 강탈해 갈 수 있는 현행 자본시장의 여러 법과 규정도 바꿔야 한다. 이런 근본적 변화가 있다면 코스피 5000도 가능하다.”

 

-초보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투자 실수는?

“유튜브 등 인터넷엔 주식으로 수십억 벌었다고 계좌를 인증하며 자랑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그런데 그렇게 돈 자랑만 하고 끝나면 되는데, 꼭 ‘내가 이렇게 잘하니까 나한테 돈을 맡겨 보라'고 권한다. 전부 자기들이 선취매해놓고, 순진한 개미들한테 물량을 넘기는 것이다. 제발 그런 주식 투자는 하지 말라. 패가망신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