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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증시 현황

또 집값 거품 경고한 로버트 실러, 그럴만한 이유

 

21일 새벽 월스트리트에서는 다우 지수가 전날보다 0.54% 오른 3만4393.98에 마감했습니다. S&P50은 0.99% 오른 4197.05, 나스닥은 1.41% 오른 1만3661.17에 마감했습니다. 미국 국채 10년 물은 0.022%포인트 내린 1.610%를 기록했습니다.

 

21일 오전 8시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 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에서는 오늘의 월스트리트 세 가지 포인트로 ‘바이 더 딥, 즉 저가매수 심리가 시장을 받치고 있다’ ‘바이든표 인프라 계획이 축소되면서 시장 금리가 안정되고 있다’ ‘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를 꼽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마련한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는 경제부 차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방현철 기자가 글로벌 경제의 신호등이자 알람 시계 역할을 하는 월스트리트의 시황을 증시 전문가들과 함께 매일 오전 8시 세 가지 포인트로 정리해서 전해 드리는 유튜브 방송입니다. 함께 즐겨 주시고 ‘좋아요’ ‘구독’ 부탁드립니다.

 

 

◇ ‘바이 더 딥(Buy the dip)’ 심리

최근 4.2%에 달하는 ‘깜짝’ 4월 소비자 물가 상승, 미 연준 의사록의 자산 매입 축소 첫 언급, 비트코인 폭락 등의 악재가 터질 때 시장이 급락하지 않고 얼마 안 있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월스트리트에서도 그런 모습이 재연됐습니다. 월가의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JP모건이 고객에게 보낸 노트에서 그 단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JP모건은 “지난 주의 암호 화폐 시장의 폭락이나, 다소 매파적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이 투자자들에게는 매수 기회였다”며 “올해는 ‘바이 더 딥(buy the dip, 저가매수) 심리가 놀랄만큼 견고해서 주식시장이나 위험 자산의 작은 조정이 더 확대되지 않게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JP모건은  특히 주가가 더 떨어질 때 ETF(상장지수펀드)로 더 많은 자금이 들어온다는 분석입니다. 개별 주식이 떨어져도 시장이 ‘저가 매수’로 버틸 것이라고 보고 시장 전체의 주식이나 폭넓은 업종이나 테마의 주식으로 구성된 ETF에 자금을 넣는다는 것입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도 ‘바이 더 딥’ 현상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주말에 개당 3만2000달러 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24일 20% 올라 3만9000달러대를 보였습니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은 비트코인의 직접 영향을 받는 테슬라나 코인베이스 같은 기업의 주가 상승 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술주의 상승도 불렀습니다. 지난 2월 비트코인을 15억 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다고 했던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4.4% 상승했고, 미국 최대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0.4% 상승했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지난 금요일 0.5% 하락에서 반등해서 이날은 1.4% 상승했습니다. 구글(2.9%), 페이스북(2.7%), 마이크로소프트(2.3%) 등 빅테크주도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코인베이스의 경우는 골드만삭스가 기업 분석을 시작한다면서 ‘사자’ 등급에 포함시킨 것이 호재였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코인베이스 목표 주가는 360달러로 현재의 225달러보다 60% 정도 높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지난 한 달간 한국인이 매수한 미국 주식 순위 중 14위에 올랐습니다. 1억3000만 달러, 약 146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이날 시장에서는 또 ‘굿바이 마스크주’나 경제 재개주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보통 기술주가 오르면 경제 재개주는 주춤했던 게 그간의 경향인데, 이날은 ‘쌍끌이’ 장세를 보였습니다. 아메리칸 항공이나 유나이티드 등 항공사가 1% 가까이 올랐고, 크루즈 업체인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이 4.7% 급등했습니다. 노르웨지안 크루즈는 이번 여름에 미국에서 운향을 재개한다고 발표한 게 호재였습니다.

 

◇ 금리 잡는 바이든표 인프라 축소

월가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4일 연 1.61%로 전 거래일의 1.63%보다 0.0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달 초 연 1.58%에서 스멀스멀 올라 19일 연 1.68%을 기록하면서 연 1.7% 선을 위협하던 금리가 연 1.6%선 내외에서 멈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 바이든표 인프라 계획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지난 주 백악관은 바이든의 도로, 항만 등에 대한 인프라 투자 계획을 당초 2조3000억 달러에서 1조7000억 달러로 줄여서 의회와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6000억 달러나 줄이겠다고 한 것입니다. 아직 공화당에서는 이것도 너무 많다는 입장이기는 합니다. 인프라 투자를 위한 정부 지출이 줄면 지출을 조달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줄지 않겠느냐는 기대에 금리도 상승을 멈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둘재,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 우려를 달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이날 코인데스크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물가 압력이 시간이 갈수록 진정된다”고 했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야후 파이너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앞으로 더 인플레이션이 생기는 걸 보겠지만 그다지 놀랄 것은 아니다”며 “이는 대부분 일시적이다”라고 했습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기저효과, 공급망 문제, 보복 소비 등을 들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셋째, 일부 시장의 전문가들도 아직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해치우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노트에서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생산이나 고용이 잠재적인 능력을 훨씬 벗어나서 경제가 과열될 것이냐 인데, 우리는 워낙 큰 침체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과열 될 것이라고 내다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는 “성장은 지금의 빠른 속도에서 재정 지원이 사라지는 내년에 속도를 떨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테이퍼링 이슈가 재등장하면 시장 금리는 다시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월가는 28일 나오는 PCE 물가 상승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 이어지는 거품 경고

이런 와중에 전문가들의 거품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23일 주택, 주식,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에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러 교수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마치 ‘서부 개척 시대’같은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주택 시장의 거품 가능성에 가장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실러 교수는 지난 100년간 자료를 봐도 집값이 지금처럼 높은 적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24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비트코인 거품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지난 11일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미국 정부는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시장에 풀린 돈이 너무 많아 (증시에도) 거품이 형성되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도 지난 6일 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증시를 비롯한 자산 시장이 과열돼 있어 폭락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내놨습니다.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직설적이고 강한 경고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준은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몇몇 자산의 가격이 역사적인 정상치를 벗어난 높은 수준으로 상승해 있다”고 지적하면서 “부풀었던 자산 가격이 꺼지면서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주식시장 거품 판단 기준으로는 PER(주가수익비율)이 있습니다. 사실 거품은 꺼지고 난다음에야 안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기준을 가지고 판단에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습니다. PER는 주가를 주당 수익으로 나눈 것입니다. 시가총액을 연간 예상 이익을 나눠도 같은 개념이지요. 몇 년을 벌어야 현재 주가가 정당화될 것인가라는 뜻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S&P의 PER는 역사적 평균은 15~16배 정도라고 합니다. 계산 방법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S&P PER는 현재 37배 정도라고 합니다.

 

이제 오늘의 월스트리트의 세 가지 포인트를 한줄평으로 요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바이 더 딥, 즉 저가매수 심리가 시장을 받치고 있다고 합니다. 시장 출렁거림에 주의해야 할 때입니다. 둘째, 바이든표 인프라 계획이 축소되면서 시장 금리가 안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 우려나 연준의 자산 매입 이슈가 언제 튀어 나와 시장을 흔들지 모릅니다. 셋째, 시장의 거품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거품이 커질 때 같이 가면 즐겁기는 하지만 언제 터질까 불안합니다. 거품이 터지기 전에 막차를 타는 행운을 누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