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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인플레 증시 강타…外人 "나 떨고 있니?"

11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한국증시를 강타했다.

외국계투자자들은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동결' 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후들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오후 2시47분 현재 지난 12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2000선을 내줬고, 197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외국인은 개장 이후 지금까지 약 5300억원 이상 순매도 중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시켜 지수의 하방경직성도 확보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원화가치의 상승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이머징 마켓에 인플레이션이라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마침내 한국증시에서 고개를 들었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원화가치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원화가 달러, 엔화, 유로대비 모두 강세 모멘텀(동력)을 가지고 있어 1100원(심리적 지지선)대를 밑돌 경우 외국인의 '셀 코리아(Sell Korea)'가 본격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의 금리동결 덕분에 아직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화는 달러당 112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금리인상 이전 수준에 비해 아직도 원하는 평가절하 상태이나, 자칫 중국을 뒤따라 원화의 상승 속도가 높아질 경우 외국인의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화의 가치가 상승하면 외국인의 경우 F/X(외환) 마진여력이 줄어들 수 있으며, 수출 위주인 한국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대한 불투명성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국내 대표 기업들의 영업실적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여 외국인들이 한국주식 비중을 유독 많이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반대로 오히려 원화의 평가절상을 통해 정부가 인플레이션 위기를 극복하려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도 '인플레 대어 잡기'라는 해결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양창호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사이클이 도래함에 따라 주식시장이 그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는 일각의 우려는 아직 성급한 면이 있어 보인다"며 "오히려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기 위해 정부가 원화의 평가절상을 일정 부분 허용하는 정책을 벌일수 있어 원화절상 수혜주에 대해 관심을 두는 것이 유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도 "원화강세에 따른 기업이익 영향 역시 외국인 단기포지션을 위축할 수 있는 요인이나, 장기투자자의 경우 적정균형환율 수준으로 판단되는 원·달러 기준 1050원이 깨지전까지 외국인이 줄줄이 이탈하지는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