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7.23 17:01 | 수정 2020.07.23 18:07
2분기 성장률 충격에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낮아지는 성장률 컨센서스…-0.2% → -0.9%
"IMF 전망대로 -2% 성장 실현될 가능성 커져"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에 훨씬 못 미치는 -3.3%(전기비)로 확인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눈높이가 대폭 낮아지고 있다. 올해 플러스(+) 성장을 예측했던 소수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금융투자회사, 경제연구기관들은 잇따라 성장을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는 등 ‘경기후퇴(recession) 공포’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코로나 확산 사태가 3분기에도 진정되지 않고 확산일로에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수출 부진이 3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본 한국은행의 ‘워스트 시나리오’에 가깝게 향후 경기가 전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8년(-5.1%)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내 S오일정유공장에서 석유화학 처리시설이 불을 밝히고 있다. /조선DB.
◇2분기 수출 충격에 연간 성장률 줄줄이 하향
23일 한은이 2분기 GDP 성장률을 -3.3%로 발표한 이후 주요 금융회사 등의 경제전망 담당 이코노미스트들은 기존 전망을 수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당초 금융시장의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 컨센서스인 -2% 초중반대에 비해 1%P(포인트)나 낮은 수치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조선비즈가 설문조사를 한 9개 금융투자회사 및 경제연구원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모두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점쳤다. 당초 올해 플러스 성장을 예상했던 4명이 모두 마이너스 전망으로 전망치를 바꿨다. 성장률 전망치를 수치로 제시한 6명의 연간 전망치 평균은 -0.9%다. 조선비즈가 지난 1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연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0.2%에 비해 0.7%P가 낮아졌다.
그래픽=김란희
수출 충격이 예상보다 컸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개소세 인하 등 효과로 소비를 비롯한 투자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며 "미국과 유로존 등 코로나발(發) 수요 위축이 극심했다"고 설명했다. 하 연구원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7%P 내린 -1.4%로 제시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 위축으로 2분기 성장률 지표가 기존에 예상했던 전기대비 -2.6%를 크게 하회했다"며 "하반기에 지표 반등이 이뤄진다고 해도 연간 마이너스 성장 전망은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출 경기 반등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박 연구원은 "하반기 정책효과로 경기 회복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코로나 엔데믹(endemic·주기적 유행) 상황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고 미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갈등도 증폭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韓 경제, -2.1% IMF 전망대로 전개되는 듯"
금융시장의 시선은 오는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할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으로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미 지난 7월 금통위 당시 "올해 성장률이 한은의 5월 수정 전망치 -0.2%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은 경제통계국에 따르면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대비 -0.8%로 집계됐다. 지난 5월에 발표된 수정 전망에서 제시한 상반기 성장률 -0.5%를 -0.3%P 가량 밑도는 수준이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상반기 성장률이 전망에 비해 크게 하회하면서 한은이 예측한 성장경로가 상당히 아래쪽으로 내려오게 됐다"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을 감안하더라도 -0.5%보다 높은 전망치를 발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1% 이하로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출 가능성도 제기한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분기 GDP 브리핑에서 "-0.2%의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 4분기에 각각 전기대비 3% 이상 성장률이 나와야 하고, 올해 성장률을 -1%에서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3, 4분기 성장률이 1.8~1.9%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3분기 이후에 분기별 2%에 가까운 성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1% 이하의 수정 성장률 전망치 발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신규 및 잔존 확진자수가 3분기 중에서야 정점에 이르고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봉쇄조치 완화속도가 완만할 경우,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은 -1.8%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워스트 시나리오를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한 IMF의
전망대로 경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서는 3분기 성장률이 2분기보다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0% 수준을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많지 않고, 오히려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현재 한국의 경기 흐름은 IMF의 -2.1% 전망에 근접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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