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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테크

750억 부동산펀드 10분만에 다 팔렸다


입력 2019.02.15 03:16

부동산펀드 설정액 71兆 사상최고, 상가는 이자·세금내면 밑질수도
年 5~6% 수익 꼬박꼬박 나와… 주변상권·교통 등 꼼꼼히 살펴야

"명동에 빈자리 없나요?"(고객 이모씨)

"은행 임원분들도 전부 놓쳤답니다."(은행 PB)

지난 11일 KB국민은행과 KB증권이 독점 판매한 '명동 부동산 펀드'는 750억원어치가 10분 만에 동났다. KB국민은행 옛 사옥 부지인 명동에 새로 들어설 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연 5.12% 수익률을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특 A급 입지로 꼽히는 명동 금싸라기 땅에 지어지는 건물이면서 연 5%대 수익률을 지급한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은행 관계자는 "최소 가입액은 500만원이었지만 큰돈을 넣은 고객이 많아서 한도가 금방 차버렸다"고 말했다.

쑥쑥 크는 부동산 펀드 시장 그래프

정부의 잇단 대출·세금 규제로 부동산 직접 투자 기회가 좁아진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부동산 펀드에 몰려가고 있다. 부동산 펀드란 국내외 빌딩·호텔, 유통·물류 시설 등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매 차익 등으로 거둔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을 말한다. 만기는 통상 3~5년이며, 이때 건물을 되팔아서 차익을 올린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71조30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펀드 시장에서 부동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말 기준 14%로, 2011년(5.9%)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임원들도 가입 못해 발 동동

최근 개인들을 상대로 판매되는 국내외 부동산 펀드는 완판(完販)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다음 주 설정 예정인 '강남 논현동 부동산 펀드'는 목표 수익률이 연 4.7% 정도인데, 400억원 판매 물량이 다 팔렸다. 지난달 서울 잠실에 있는 삼성SDS타워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만들어진 2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수익률 약 5%) 역시 인기리에 마감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오는 19일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Pirelli)의 연구개발(R&D) 센터가 입주해 있는 건물을 담보로 '밀라노 부동산 펀드'를 내놓는다. 만기는 5년이고 총 540억원 규모인데, 예상 수익이 연 7%라는 점 때문에 출시 전부터 가입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신민규 한투증권 펀드분석부 팀장은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환헤지(환율변동 회피전략)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유럽의 금리 차이(약 2%포인트)만큼 추가 수익을 챙길 수 있다"면서 "유럽은 대출 금리(ECB 기준금리 0%)도 낮기 때문에 레버리지(차입해서 투자 이익을 극대화) 효과를 활용하면 기대 수익이 연 7%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신상품 출시에 애쓰고 있다. 이달 말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신축 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동산 펀드도 등판할 예정이다.

◇매직넘버에 현혹되어선 곤란

부동산 펀드는 다른 경쟁 상품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돈 몰리는 속도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7% 급증했는데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 증가하는 데 그쳤고 채권형 펀드는 6.8% 늘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양호한 성과 덕분이다. 제로인에 따르면 12일 기준 부동산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8.58%로,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9.36%)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국내외 부동산 펀드에 상가 매각 대금을 투입한 은퇴 생활자 이모씨는 "작은 상가는 세입자 구하기도 어렵고 이자랑 세금까지 내고 나면 앞으론 벌지만 뒤로는 밑지는 장사"라며 "반면 부동산 펀드는 연 5~6% 수익을 꼬박꼬박 받으니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부동산 펀드는 매직넘버(연 5~7%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기 쉬운데 실은 주식보다 더 꼼꼼히 살펴보면서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라며 "입지가 가장 중요한데 구글맵 등을 활용해 주변 상권이나 교통 여건 등을 꼭 체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금 보장이 되지 않고 만기까지 중도 해지도 어려워서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 만기 시점에 건물이 팔리지 않으면 자금 상환도 미뤄질 수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의 경우 일부만 환헤지를 하거나 혹은 환노출형 상품이라면 환율 변동에도 취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