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 한겨레 자료 사진


궁금증 ‘톡’
최근 각 기업들이 사업보고서를 공개하면서 회사 평균 연봉이 비교 상대로 떠올랐다. 재벌닷컴 자료를 보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곳은 10곳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텔레콤도 이들 기업에 속한다. 두 회사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1억200만원으로, 주변에서 부러움 섞인 눈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 대부분은 자기 연봉은 평균에 못 미친다고 하소연한다. 왜 그럴까?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자랑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송아무개 부장은 최근 아내한테서 불평 섞인 한 마디를 들었다. 아내가 “직원 평균이 1억원이 넘고 직급은 직원 최고인 부장인데 왜 연봉은 평균에도 못 미치느냐”고 말한 것이다. 월급 일부를 다른 데 빼돌린 것 아니냐는 불신어린 투정까지 나왔다. 이런 의심은 엘지전자의 나아무개 부장도 받았다. 평균 연봉이 높다는 웬만한 대기업 차·부장급 직장인들은 한번쯤 의심을 받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사업보고서에 포함된 ‘직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한 측면이 크다.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텔레콤 등 대부분의 기업은 사업보고서 ‘직원의 현황’이라는 항목에서 연간 평균 급여액을 공개한다. 여기엔 정규직과 계약직의 수와 평균 근속연수, 연간 급여총액 등도 나온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직원이 상당수 임원을 포함한 개념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 ‘직원의 현황’을 보면 직원 9만8594명의 연간 평균 급여액이 1억200만원이라고 돼 있다. 이같은 직원 평균을 낼 때 94억원을 받은 권오현 부회장이나 146억원을 받은 신종균 사장 등 4명의 등기임원은 계산에서 빠진다. 대신 미등기 임원인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많은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 1209명의 고액 연봉자들이 평균 계산에 포함돼 있다. 이들이 9만8594명의 평균 연봉을 올리는 구실을 해서 착시 현상을 불러온 셈이다. 삼성전자는 기업에서 ‘별’로 통하는 임원으로 승진할 경우 연봉이 2배가량 뛴다. 기본 급여는 물론 연말 성과급이 크게 뛰기 때문이다. 그만큼 평직원과 임원 사이에 연봉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직원 수에 포함되는 임원들은 1.2%에 불과하지만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서 직원 평균을 상당폭 올려놓을 수밖에 없다.

에스케이텔레콤이나 엘지전자도 비슷하다. 에스케이텔레콤 4253명의 평균 급여액 1억200만원에는 임형규 부회장 등 93명의 미등기 임원 연봉이, 엘지전자 3만7762명의 평균 6800만원에는 안승권 사장 등 308명의 미등기 임원 연봉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건강보험료, 소득세 등 각종 세금과 개인별 성과에 따라주는 상여금 차이도 실제 체감하는 ‘월급봉투’의 두께와 사업보고서상에 나타난 직원 평균 간에 편차를 키운다.

     
한편, 현대차는 사업보고서에 6만4956명 직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이 9700만원이라고 공시했는데, 여기에 정몽구 회장(57억2000만원)과 정의선 부회장(18억6000만원) 등 등기임원이나 윤여철 부회장 등 267명의 미등기 임원의 연봉을 평균에 반영했는지 여부를 다른 기업들과 달리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사업보고서 공시 관련 규정에서 ‘직원의 현황’ 정보를 공개할 때 등기임원과 집행임원은 직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지만 기업들이 이런 규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투명한 검증이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