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4 03:00
본지 3년차 記者의 취업박람회 구직 체험
"(나이 많은 여자도) 뽑긴 뽑아요."
'1987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토익 965점, 외국계 기업 인턴 경험'이란 스펙을 들고 찾아간 취업박람회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청년 실업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낮아진 7.9%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청년 구직자들은 "도대체 취업은 누가 하는 거냐"고 아우성이다. 취업 준비생 시절의 실제 이력서를 들고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가봤다. 2년 4개월의 기자 경력은 말하지 않았다. 103개 업체가 참가한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정장 차림의 취업 준비생(취준생) 8000여명이 몰렸다.
'1987년생,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토익 965점, 외국계 기업 인턴 경험'이란 스펙을 들고 찾아간 취업박람회에서 기자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청년 실업률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 낮아진 7.9%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청년 구직자들은 "도대체 취업은 누가 하는 거냐"고 아우성이다. 취업 준비생 시절의 실제 이력서를 들고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가봤다. 2년 4개월의 기자 경력은 말하지 않았다. 103개 업체가 참가한 이날 채용박람회에는 정장 차림의 취업 준비생(취준생) 8000여명이 몰렸다.
![지난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정장 차림의 취업 준비생 8000여명이 몰렸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0/23/2015102301828_0.jpg)
"스물아홉 살인데요." "헉!"
첫 번째 회사는 사무용품과 의료기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T사였다. 줄 맨 끝에 서서 20분을 기다린 끝에 다른 취준생 2명과 나란히 여직원과 마주 앉았다.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 학교·학과와 영어성적을 적어 내밀었다. 서류를 쓱 훑어보던 상담 직원의 눈이 생년월일이 적힌 칸에 멈추더니 "어머!"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곁눈질로 보니 오른쪽에 있는 취준생 2명은 모두 1992년생으로 기자보다 다섯 살 적었다.
이후에도 12곳에서 나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헉!" 하고 놀라거나 "그렇게 안 보이는데" 같은 말도 들었다. 솔직하게 "나이가 좀 많으시네요"라고 말해주는 곳이 오히려 반가웠다. 한 유통업체 상담 대기줄에서 만난 취준생 박모(28)씨는 "토익 900점, 중국어 HSK 6급, 중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한 데다 대기업 인턴 경력도 있는데 서류에서 20번 연속 탈락했다"며 "기업마다 '나이 때문이 아니다'고 하지만 결국 나이 탓인 것 같다"고 했다.
반도체 기기를 만드는 M사가 재무 분야 신입을 뽑는다고 박람회 책자에 공고를 했길래 "상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더니 "우리 회사는 영어 잘해야 해요"라고 했다. 미국 본사와의 통화를 비롯해 영어 업무가 많으니 읽고 쓰기는 물론 회화도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토익 점수는 965점이고 어렸을 적 해외에 살아봐서 어느 정도 말은 통한다"고 답했더니 "신입도 뽑긴 하는데 신입보단 3년 이하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신은 채용 대상이 아니다'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첫 번째 회사는 사무용품과 의료기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T사였다. 줄 맨 끝에 서서 20분을 기다린 끝에 다른 취준생 2명과 나란히 여직원과 마주 앉았다. 이름과 생년월일, 출신 학교·학과와 영어성적을 적어 내밀었다. 서류를 쓱 훑어보던 상담 직원의 눈이 생년월일이 적힌 칸에 멈추더니 "어머!" 하고 작게 소리를 냈다. 곁눈질로 보니 오른쪽에 있는 취준생 2명은 모두 1992년생으로 기자보다 다섯 살 적었다.
이후에도 12곳에서 나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헉!" 하고 놀라거나 "그렇게 안 보이는데" 같은 말도 들었다. 솔직하게 "나이가 좀 많으시네요"라고 말해주는 곳이 오히려 반가웠다. 한 유통업체 상담 대기줄에서 만난 취준생 박모(28)씨는 "토익 900점, 중국어 HSK 6급, 중국에서 알아주는 대학을 졸업한 데다 대기업 인턴 경력도 있는데 서류에서 20번 연속 탈락했다"며 "기업마다 '나이 때문이 아니다'고 하지만 결국 나이 탓인 것 같다"고 했다.
반도체 기기를 만드는 M사가 재무 분야 신입을 뽑는다고 박람회 책자에 공고를 했길래 "상담 가능한가요"라고 물었더니 "우리 회사는 영어 잘해야 해요"라고 했다. 미국 본사와의 통화를 비롯해 영어 업무가 많으니 읽고 쓰기는 물론 회화도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토익 점수는 965점이고 어렸을 적 해외에 살아봐서 어느 정도 말은 통한다"고 답했더니 "신입도 뽑긴 하는데 신입보단 3년 이하 경력이 있는 사람을 더 원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신은 채용 대상이 아니다'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졌다.
![김수경(왼쪽) 기자가 취업 준비생이 돼 대기업 상담 직원으로부터 채용 상담을 받고 있다.](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10/23/2015102301828_1.jpg)
진짜 '신입'은 신입사원 입사 어려워
신입을 뽑는다던 S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짜리 인턴사원을 뽑고 있었다. 직원은 "성과가 좋으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고 했다. 인턴조차 몇 명을 뽑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총 11개 부문 중 인문계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는 부서는 2곳뿐이었다. 상담 직원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되더라도 우리 회사에서 인턴 한 사람들은 대기업도 가고 다 잘됐다"고 했다. "정규직 뽑는다고 공지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 자리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고 해당 부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중고 신입'을 원했다. 정직원이나 인턴사원으로 1~2년 정도 경력이 있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뽑는 것이다. 30곳 정도 헤매다 신입 정직원을 뽑는다는 기업을 찾았다. 물류업체 D사였다. "신입을 뽑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물었더니 "경력 있으면 더 좋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거절당할까 두려워 "관련 경력이 2년 정도 된다"고 했더니 "이력서를 내고 가라"고 했다. 3시간 만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내밀 수 있었다.
총 4시간 동안 33개 기업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이력서 보자는 곳은 3곳뿐이었다. 그나마 모두 영업·재무 등 관련 경력이 있다고 말했던 곳들이다. 박람회가 끝나는 오후 6시 30분쯤 화장실 근처에서 한 20대 여성이 들고 있던 종이 봉투에서 신발을 꺼냈다. 회색 운동화였다. 검은색 치마 정장을 입은 이 여성은 신고 있던 검정 하이힐을 벗더니 운동화를 구겨 신었다.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신입을 뽑는다던 S사는 정규직이 아니라 1년짜리 인턴사원을 뽑고 있었다. 직원은 "성과가 좋으면 정규직 전환을 시켜준다"고 했다. 인턴조차 몇 명을 뽑을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 데다 총 11개 부문 중 인문계 졸업생이 지원할 수 있는 부서는 2곳뿐이었다. 상담 직원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되더라도 우리 회사에서 인턴 한 사람들은 대기업도 가고 다 잘됐다"고 했다. "정규직 뽑는다고 공지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 자리엔 공인회계사 자격증이 있고 해당 부서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중고 신입'을 원했다. 정직원이나 인턴사원으로 1~2년 정도 경력이 있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뽑는 것이다. 30곳 정도 헤매다 신입 정직원을 뽑는다는 기업을 찾았다. 물류업체 D사였다. "신입을 뽑는다고 하던데요"라고 물었더니 "경력 있으면 더 좋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거절당할까 두려워 "관련 경력이 2년 정도 된다"고 했더니 "이력서를 내고 가라"고 했다. 3시간 만에 처음으로 이력서를 내밀 수 있었다.
총 4시간 동안 33개 기업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이력서 보자는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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