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25 19:13 | 수정 : 2015.10.25 19:18
금융공기업 24일 공채시험 고시보다 어려운 논술에 진땀
‘빅 아이(big I)와 스몰 위(small we)’ ‘탕평책과 조조의 인사 방식’ ‘소득 불균형의 문제점과 해결책’….
24일 금융공기업 공채 시험에 등장한 논술 문제들이다. 이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산업은행·수출입은행·예금보험공사 등 여러 금융공기업이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르고 난 후, 수험생들 사이에선 ‘고시보다 더 어렵다’는 비명이 쏟아졌다. 서류 전형 등을 거쳐 수험생을 대거 걸러냈지만 70명가량을 뽑는 한국은행 필기시험에 1600명이 응시하는 등 대개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자칭 ‘대한민국 최고 경제전문가 집단’다운 난해한 논술 문제로 수험생들의 진땀을 빼게 했다. 특히 일반 논술 문제 중에 포함된 ‘빅 아이와 스몰 위’(커다란 ‘나’와 작은 ‘우리’)에 관한 생소한 지문이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했다. ‘빅 아이와 스몰 위’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틴 셀리그만이 현대 미국 사회를 설명하며 나온 개념으로 지나친 자기중심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사회 현상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과 문장력·논리력 등을 가늠하기 위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교양 논술’ 시험에서 ‘소득 불균형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물었다. 전공 논술 문제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금융기관의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한 경우를 상정하고 10조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책’ ‘금융사기 증가와 금융 환경 변화에 따른 금감원의 역할을 SWOT(한 가지 사안을 강점·약점·기회·위협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로 분석하라’ 등 더욱 까다로운 문제가 나왔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득 불균형’의 경우 경제의 잣대로 풀어낼 수 있겠으나, 전공이 아닌 교양 논술인 만큼 경제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인문·사회학적 소양과 논리력을 드러낸 응시자가 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논술 문제도 까다로웠다. 산업은행 논술엔 삼국지의 등장인물인 조조의 인사 방식과 탕평책(조선 후기 영·정조대에 당파 간의 정치 세력에 균형을 꾀한 정책)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가 나왔다.
별도 논술 과목 없이 120분 전공 시험만 보는 수출입은행은 서술 문제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한국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한국이 TPP에 참가한다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나’ 같은 시사적인 이슈를 다뤘다.
수많은 응시자 중 ‘옥석(玉石)’을 제대로 골라내기 위해 금융공기업의 논술 문제가 나날이 난해해지자 응시자들은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유료 강의까지 수강하면서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응시자는 “필기시험 합격 발표가 나면 인터넷 취업 카페 등에 스터디를 모집한다는 글이 수백 개씩 올라온다. 금융공기업 시험이 너무 어려워져 혼자 공부해서 합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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