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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뒷방 高手를 현장으로… 국민銀 임금피크제 실험

입력 : 2015.05.14 00:08

[5500명 희망퇴직도 함께 실시, 파격적 조직 정비 나서]

- 세가지 임금피크제 도입
①월급 50% 받고 하던 일 그대로
②영업 잘하면 기본급의 200%도
③희망퇴직 원하면 27개월치 월급

- 파격 실험에 우려 목소리도
"선택의 폭 넓어진 건 좋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일지가 관건"

KB국민은행이 55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금피크제 적용자의 선택 폭을 크게 확장하는 대대적인 인사 실험에 착수했다.

KB국민은행과 노조는 지난 12일, 36개월치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임금피크제 적용자가 일선에서 더 일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임금피크제에 합의했다. 임금피크제란 특정 나이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국민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임금이 직전의 50%로 삭감되는 대신 정년이 58세에서 60세로 연장된다. 현재 국민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사람은 986명이며, 매년 400명 정도가 임금피크제 대상에 새로 편입된다.

새 제도의 핵심 취지는 '일하기 싫은 사람은 희망퇴직을 통해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 조직에 보탬이 돼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으면 대부분 현장을 떠나 '후선'에서 대출 서류 검토 같은 잡무를 담당하게 돼 대상자들 사이에 "뒷방 노인네 취급을 당한다"는 불만이 높았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 대상자들에게 희망퇴직이라는 '출구'를 제안해 불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는 한편 일하려는 사람들은 자존감과 소속감을 높여 은행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대규모 희망퇴직은 장기 근속자를 줄이고 신규 인력 채용을 늘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윤종규 회장이 주도하는 새로운 '인사 실험'이 어떤 성과를 불러올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하기 싫으면 나가거나, 남는다면 열심히 일하라"


	55세 국민은행 A지점장 3가지 선택은? 정리 표
새로운 임금피크제는 대상자의 '선택지'를 크게 셋으로 늘렸다. ①희망퇴직을 하거나 ②하던 일의 연장선에 있는 업무를 계속하면서 기존의 50% 정도 임금을 받거나 ③영업 현장에서 뛰며 성과에 기반을 둔 보수를 챙길 기회를 잡는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선택하게 된다. 국민은행 고위 임원은 "새로운 제도의 취지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회사를 떠나기 전 후배들에게 수십 년 쌓아온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희망퇴직이란 퇴로(退路)를 열어줌으로써 의욕이 저하된 직원을 빨리 내보내는 한편 일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더 큰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전 임금도 가능

새로운 제도는 현재와 미래의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에게 모두 적용된다. 희망퇴직을 원할 경우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월급의 27개월분이 지급된다. 두 번째 방식인 '일반 업무 지속'을 선택하면 연봉을 덜 받고(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월급의 약 50%) 자신이 해오던 업무와 비슷한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점장으로 일하다가 55세가 돼 임금피크제에 돌입하면 지점장에서는 물러나되 일하던 지점을 떠나지는 않고 지점의 실무를 맡아 일하는 식이다. 세 번째 선택지인 '마케팅 업무'는 인맥이 탄탄하고 영업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 영업을 통해 회사에 수익을 가져다주고 자신도 더 높은 임금을 노려볼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급여의 50%만 기본급으로 보장하되, 영업 성과에 따라서 기본급의 200%까지 받도록 설계됐다.

◇현장에서 얼마나 적응할지가 관건

은행 업계에선 윤 회장의 실험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의견과 '현장에서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만약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일선 업무현장에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면서 후배들과도 조화를 이룬다면 연공서열형 기업문화를 바꾸는 획기적 전기가 될 수도 있다. A은행 인사담당 부행장은 "내년 정년 연장(58세→60세)을 앞두고 모든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어 국민은행의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주로 가입한 '국민은행 새노조' 배상철 위원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긍정적이나 희망퇴직 조건을 일반 직원(36개월치 월급 지급)과 차별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