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론] 한국 '인구 보너스期' 종료 이후
입력 : 2011.01.31 23:09 / 수정 : 2011.02.01 05:07
- ▲ 후카가와 유키코 日 와세다대 교수
생산 인구가 피부양 인구보다 빨리 늘어나는 기간이
이른바 인구 보너스期… 한국 수년 내 종료
일본은 보너스 끝나고 거품이 터졌다
"일본은 이제 그렇게까지 성장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이런 질문을 받고 경악하는 경우가 많다. 부유층 고령자에겐 일본이 900조엔이나 되는 정부 부채를 안고 있다는 의식이 희박한 것이다. 반면 이들은 마치 남의 일처럼 저출산·고령화가 빨라지는 아시아의 성장둔화를 우려한다.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연령 인구가 증가하면 보통 실질 GDP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생산연령 인구가 피부양 인구보다 빨리 증가하는 기간을 '인구 보너스기(期)'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시아에선 싱가포르·홍콩·대만·태국 그리고 중국과 한국이 모두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에 이 '인구 보너스기'가 끝난다. 2007년 당시의 예측(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인구 보너스기' 종료 시의 1인당 국민소득(2000년 기준 구매력평가 환산)은 2010년 홍콩이 3만2000달러, 싱가포르가 3만달러, 2015년의 한국이 2만8000달러인데 비해, 중국은 9700달러, 태국은 8700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나라는 이미 65세 인구가 인구의 7%를 넘는 '고령화 사회'로, 여기서 이 비율이 14%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는 것은 일본보다 속도가 빠르다. 한국은 2000년의 '고령화'로부터 '초고령화'까지 불과 18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인구 보너스기'가 끝난 1990년 직후에 버블이 붕괴해, 곧바로 제로성장 시대를 맞았다. 지금 되돌아보면 '보너스'의 종언이 구조조정을 한층 곤란하게 했다. 사람은 반드시 늙고, 과거에는 쉽게 할 수 있던 것도 차츰 어려워진다. '보너스'가 끝났을 때는 아직 세계 유수의 풍요로움을 가지고 있었고, 기술대국이었던 일본조차도 이렇게 성장이 곤란해졌으니, 더 소득수준이 낮고 연금과 의료제도도 빈약한 상태에서 '보너스'를 놓치게 되는 다른 아시아 나라는 어떻게 될까? 인구 동태(動態)에 근거한 아시아 비관론은 일본뿐 아니라 최근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생률에 허덕이는 한국에까지 전파된 것 같다.
하지만 역풍을 피할 수는 없다 할지라도 할 수 있는 일은 아직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노베이션(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는 인적 자원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다. 단적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는 생산인구의 감소를 완화시킨다. 유럽에서는 여성의 노동참가율이 높은 나라가 출생률 저하 방지에 성공했다. 그런데 한국은 반대다. 전체 실업률과도 관계가 있지만, 민관(民官)이 협력해서 여성이 출산하고 나서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정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출생률 저하는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고령화 압력도 가중될 것이다.
산·관·학(産·官·學) 연계와 연구환경 정비를 통한 이공계 인재공급에도 다시 한 번 힘을 쏟아야 한다. 매년 서울대 공대 대학원이 정원 미달 사태가 돼서야 기초과학력의 향상과 이노베이션에 의한 성장은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한 경제 연계 강화, 경쟁력 있는 기업 유치는 방향이 옳지만, 인적자원이 없는 곳에는 기업이 오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의 여지는 서비스업 쪽이 훨씬 크지만, 한국은 서비스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중국·일본과의 FTA는 협상조차 시작하지 않았다.
연금·의료보험은 개인의 부담을 경감해 주는 것이 급선무이다. 다행히 한국에는 전산화가 진행되지 않았을 때 제도가 시작된 선진국에 비해 관리비용이 높지 않다는 '후발의 이익'이 있다. 한국은 납세로부터 연금·의료까지 일원(一元) 관리가 가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은 것은 부담의 공평성 문제뿐이다. 인프라를 완벽히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공평성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이미 됐다.
고령화 사회의 기본설계를 아직 부동산 운용에 의존하는 가운데 금융시장 개방이 완성된 한국은 대외적 충격에 약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는 북한이란 지정학적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재정 규율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구동태 비관론에 빠질 여유는 없다. 사회보장 설계는 선진국가 설계의 기본이다. 지금 당장 모든 식견을 총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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