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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매맞는 백수 남편… '폭력 마누라' 신고 32% 증가

상담건수는 6년 전의 2.6배… 대개 아내가 경제권 쥐어
창피하다며 신고 안하던 남편들 "더는 못참겠다" 전화기 들어

지난해 11월 A(54)씨가 남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A씨의 남편은 몇 년째 실직 상태였다. A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며 자식 둘의 등록금과 생활비, 남편의 용돈을 댔다. A씨는 남편이 빨리 직장을 얻길 바랐지만, 남편은 상실감을 달랜다며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화가 난 A씨가 "이럴 거면 집을 나가라"고 하자 남편이 욕을 했고, A씨는 남편의 뺨을 때리고 어깨를 밀쳤다. 남편은 방에 들어가 폭행 사실을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은평경찰서의 한 지구대 대원은 "얼마 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해 집에서 남편을 끌고 나왔더니 '맞은 사람이 바로 나'라며 항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로 때린 사람이 꼭 남편이라는 편견을 버렸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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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한테 얻어맞는 남편이 늘고 있다. 경찰에 신고된 남편 대상 가정폭력은 지난해 1100여건으로 2013년(830여건)에 비해 1년 만에 32%가 늘었다. 남성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에 접수되는 상담 건수도 2009년 856건에서 지난해 2230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매 맞는 남편들이 꼭 아내보다 체격이 작거나 힘이 약한 것은 아니다. 서울 강북서의 한 관계자는 "신고한 남편들은 힘이 없어서 맞는 게 아니라 부부 사이의 주도권을 빼앗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주로 남편이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경우인데, 남편이 아내가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내 외도를 의심하거나 하면서 싸움이 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관은 "신고 대부분은 남편이 무직이고 아내가 돈을 버는 경우"라며 "오늘도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남편 사업이 망해서 집을 팔아 이사를 하게 되자 열 받은 아내가 남편을 밀면서 쫓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자들은 나이가 많아도 주방일이라도 하면 100만~200만원이라도 벌지만, 남자는 40대만 넘어가면 일용직도 안 받아주고 돈벌기가 힘들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50대 남성이 조기 퇴직하면 다른 직장 얻기도 힘들고 아내가 경제력을 쥐게 되는 상황에서, 매 맞는 남편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구로서 관계자는 "남편들은 다치는 것이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경찰이 대신 아내를 말려서 싸우는 상황을 끝내주길 원한다"며 "참고 살다가 결국 공권력을 빌려 아내에게 경고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을 바로 눈앞에서 접하는 지구대 대원들은 "남편이 매 맞는 건수 자체가 늘었다기보다는, 신고 건수가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아내에게 맞았다'고 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말해야 한다'며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서울 일선서의 팀장급 경찰관은 "과거엔 가정폭력 피해자의 대부분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여성이었지만, 요즘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아내들이 무능력한 남편을 때리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