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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행

몰랐죠?… 서울에도 팔팔 끓는 온천 있다는 걸

으슬으슬한 계절 몸을 녹이고 싶다… 溫泉


	몰랐죠?… 서울에도 팔팔 끓는 온천 있다는 걸
서울 시내에만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영업 중인 온천이 7곳 있다. 한파에 잔뜩 웅크렸던 몸을 따뜻한 온천물에 넣어 오래 잠겨 있다 보면, 겨울을 견뎌낼 체온이 다시 덥혀질지도 모를 일. / Getty Images

겨울, 온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옷깃을 여며도 오한이 가시지 않는 때가 있다. 이럴 땐 몸을 좀 지져야 하겠다.

박완서가 쓴 소설 '겨울나들이'에서도 상처받은 주인공은 제일 먼저 온천을 찾는다. "온천물에 몸을 담그기 전에, 이 온천물이 진짜일까 가짜일까 하는 주접스러운 생각부터 했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이어지는데, 뜨겁다고 다 온천이 아닌 법. 온천법에 따라, 인체에 무해한 지층 밑의 천연수가 외부 가열 없이 섭씨 25도를 넘어야 한다.

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 추운데 멀리 헤맬 것 없다. 서울 곳곳에 온천이 팔팔 끓고 있으니까. 물론 최고급 인테리어나 노천탕의 환상은 버리는 게 좋다. 다만 서울에도 끓인 수돗물은 결코 줄 수 없는 보양식 물맛이 있다는 사실. 동서남북을 누볐다.


	몰랐죠?… 서울에도 팔팔 끓는 온천 있다는 걸
(위) 6일 오전, 한 남성이 ‘서울온천’ 열탕에 상반신을 담그고 있다. ‘서울 1호’ 온천의 아침은 오전 6시 30분부터다. (아래) 8일 밤, 한 여성이 ‘우리유황온천’ 편백나무탕에서 몸을 풀고 있다. 유황 덕에 물이 미끌미끌하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東 광진구 자양동, 우리유황온천

서울에 유황온천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다. 2003년 한 건설업체가 주상복합 아파트를 지으려 땅을 팠는데, 진짜 온천이 있었다. 1040m, 서울에 있는 온천 중에선 가장 깊은 데서 끌어올린다. 2005년 소규모 온천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받아 이 일대 4000㎡가 '온천공(溫泉孔) 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그해 12월 개장했다. 햇수로 10년 된 유황온천탕이다. 여기 물로 말하자면, 지하 1040m 화강암반에서 용출되는 섭씨 32.6도의 유황 함유 약알카리성 중탄산나트륨 온천이다. 명칭이 긴데, 그냥 냄새 한 번 맡아보면 된다. 끓인 물 말고, 일명 '바가지탕'이라 불리는, 바가지로 한 번 몸을 끼얹으라고 두는 32.6도짜리 온천수가 있다. 코를 갖다대면 계란 썩는 유황 냄새가 알싸하다. 유황이 몸을 만질만질하게 해 비누칠을 해도 거품이 잘 일지 않는다. 유황이 새집증후군, 아토피염 등 피부 질환과 위장병, 관절염, 신경통에 좋아, 목욕보단 치료 차원에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유황온천 기준이 유황 함유 0.1ppm인데, 이곳은 1.2ppm이다.

120평 중 온탕은 15평, 열탕은 7평 정도. 열탕과 온탕 외에 편백나무탕(히노끼탕)이 있는데, 38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서 나무의 질감을 느끼며 느긋하게 누워 있기 좋다.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자양동 '해피데이', 동대문구 장안동 '장안온천' 두 곳도 유황온천이니 입맛 따라 고르면 된다. 욕탕을 나서자마자 바로 카페가 있는데, 널찍한 테라스에 은은한 목재 인테리어가 세련된 느낌을 준다. 욕탕보다 카페가 더 좋을 수도 있겠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663-21, (02)3436-0005

西 덕양구 지축동, 북한산온천 비젠

엄밀히 따지면 서울은 아니다. 1994년 서울 연희동에서 온천이 발견되긴 했으나, 업소가 들어서진 않아 서울 서쪽의 온천을 가려면 지하철 3호선 지축역 2번 출구 앞에서 77번 버스를 타고 10분쯤 가 백화사 앞에서 내려야 하겠다. 북한산 자락이 보인다. 골목길로 들어가 800m쯤 가면 나온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5일 오후, 위압적인 산등성이가 칼바람을 만나며 더 날을 세운다. '북한산온천 비젠' 앞에 닿자마자 당장 발가벗고 탕에 빠져들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등산을 마치고 몸을 풀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것. 1995년 문을 열었다. 지하 972m에서 뿜어져 나오는 용출수를 데워 쓴다. 하루 800명이 쓸 수 있는 물이 올라온다. 물에 비해 규모는 작다. 30~40평 남짓한데, 열탕과 온탕 단출한 한 세트다. 등산객들이 많으니 물에 먼지가 많을 거라는 걱정도 기우였다. 계속 부글부글 기포가 끓고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감별하기 쉽지 않으나, 물빛이 약간 흐리긴 하다. 게르마늄·셀레늄 등 함유된 온천수다. 이 탁도(濁度) 때문에 한 손님이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 주인장에 따르면 "미네랄이 풍부해 물이 흐려 보이는 걸로 판명이 났다"고 한다.

마음까지 녹이는 그곳, 우리 동네에도 있네
서울 온천 東西南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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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 온도는 37도인데, 이걸 끓여서 열탕은 47도까지 올린다. pH(산성도)가 8.5도인데, 대부분의 미생물은 5도 이하의 산성과 8.5도 이상의 알칼리성에서 파괴되니 자연 살균 효과가 있는 셈. 냉탕 옆엔 온천수에 약재를 푼 탕도 있어 취향에 따라 향을 음미하며 몸을 불릴 수도 있겠다. 욕탕 여기저기 개그맨 이윤석 사진이 붙어 있는데, 이곳 사장 사위다. 별관에서 온천수로 끓였다는 온천칼국수를 파니 목욕하고 출출할 때 한 그릇 하기 편하다. 산길이라 공기는 좋은데, 차가 없으면 왔다갔다 하기 조금 곤란할 수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208-7, (02)381-5656

南 서초구 서초2동, 황금온천

서울 강남 복판에서 온천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뉴스로 동네가 시끄러웠다. 반포·서초 일대에 유전(油田)이라도 터진 줄 알았는데, 강남 개발 바람을 타고 더더욱 '황금알 낳는' 동네 대접을 받았다. 1998년의 일간지 기사 한 토막을 빌리면 이렇다. "경부고속도로 밑으로 엄청난 규모의 온천수맥이 흐르고 있다." 금맥(金脈)이다.

2003년 온천시설 허가를 받은 서초구 서초동의 황금온천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곳으로 꼽힌다. 건물은 500평 규모의 3개 층을 사용한다. 오픈 당시만 해도 입장료가 1만2000원이었는데 현재 8000원(주간·성인 기준)으로 내렸다. 주말 오전, 탕 내 수십 개의 샤워 시설이 부족할 정도로 인파가 북적였다.

지하 700m에서 퍼올린 약알칼리성 수소탄산나트륨형 '단순천'으로 수온이 31도 내외라 한다. 단순천이란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온천수 종류로 온천수에 이산화탄소와 증발잔재(고형성분)가 온천수 1L당 1g 미만이고, 수온이 25도 이상인 물을 말한다. 성분은 적지만 단순한 목욕물과는 달리 병에 대한 효능이 일반적으로 있다고 한다. 여탕의 경우 5개의 욕탕이 있었는데, 39도 정도의 아로마탕, 42도의 일본탕·머드탕, 44도 내외의 열탕, 냉탕으로 구성돼 있다. 단독으로 꾸며진 일본탕은 마치 일본 온천을 하는 듯한 느낌을 가지라고 업체 측에서 정한 이름이란다. 돌로 된 장식물이 탕을 감싸고 있는 것 외에 물에 무언가를 첨가한 것은 없다. 이색적인 것은 색상. 아로마탕은 연노란 빛, 머드탕과 일본탕은 자줏빛을 띤다. 특별한 향은 느낄 수 없으나, 물맛은 약간 쌉싸름하다. 탕 내부에는 자수정 사우나를 비롯해 3개의 사우나 시설이 있고, 찜질복을 갈아입은 뒤엔 한증막을 즐길 수 있다. 여탕인 5층에서 다락방 같은 데로 올라가면 산소토굴방·황금토굴방 등 토굴형식의 방이 꾸며져 있다. 매장에서 제공하는 이불을 덮고 세상 모르게 자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지하철 강남역에서 10분 거리.

서울 서초구 서초2동 1332-4. (02)581-4888

北 노원구 하계1동, 서울온천

'온수골'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연산군이 말 타다 피로를 풀러 찾던 곳이라 한다. 지금의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일대다. 역사 얘기 나온 김에 옛날 신문 한 부 펴본다. 1994년 4월 30일자 모 일간지에 "온천탕 서울에도 생긴다"는 제목의 기사가 있다. 공사비 600억원을 들여 노원경찰서 근처 남녀 대중탕을 갖춘 지하 6층, 지상 9층 연건평 8000평 규모의 복합건물이 세워진다는 내용이다. '서울온천'이다. 이 건물 지하 2층에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문 연 '서울시내 1호 온천탕' 되시겠다.

1992년, 섭씨 28~36도의 온천수가 분출됐다. 게르마늄이 함유돼 있고, 물질의 산성·알칼리성 정도를 나타내는 수소이온농도가 9.15~10.5인 알칼리성 온천이다. 물이 미끌미끌하다. 1996년 문을 열었으니, 거의 20년의 역사를 지녔다.

생각보다 크고 깨끗하다. 2층 규모에 개인 사물함이 900번대까지 있다. 5일, 오후 2시쯤 이곳을 찾았다. 한적하다. 탕에 들어갈 때 새어나오는 단말마의 신음소리 말곤 어떤 대화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미덕이 있다. 맹물인 냉탕을 제외하면 온천탕은 총 2개다. 직사각형의 온탕(40도)과 동그란 열탕(47도)이다. 온탕은 10평 남짓하고, 열탕은 사람 10명 정도가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아담하다. 특이한 건, 온탕 바로 위에 타일로 덮인 일종의 '다락'이다. 몸이 좀 익었다 싶으면, 여기로 기어올라가 바다표범처럼 드러누워 쉬면 된다. 나무 베개도 있다. 목욕탕 특유의 음침함 대신 흰색 대리석 타월과 밝은 조명 덕에 수영장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탕 안에서 몸을 만져보면 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질반질해 촉감이 좋다. 게다가 온천수에 함유된 게르마늄은 혈액에 쌓인 각종 노폐물의 배출을 돕는 데 좋은 광물질. 아쉬운 건 '게르마늄천'이라 부르기엔 그 농도(0.01ppm)가 좀 민망하다는 것.

서울 노원구 하계1동 251-7, (02)949-5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