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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여행

강원도로 1박2일 日出산행

강원도로 1박2일 日出산행
"고리타분한 형식·관례 벗어라" 사법부의 관료화 경계 당부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31일 오후 7시 업무를 마치자마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떠나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 야영장으로 직행했다. 이날은 법원산악회 주최로 매년 개최하는 신년 일출 산행이 예정된 날. 이번 산행지는 강원도 고성 금강산 신선대였다. 행사에는 전국 32개 기관 법관과 직원 222명이 참가했다. 바다 건너 제주지법에서도 5명이나 참가했다.

대법원장은 50여년의 산행·야영 관록을 자랑하는 등산 마니아다. 이날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던 법원 직원들은 "전부 대법원장한테서 배운 솜씨"라고 자랑했다. 양 대법원장은 대부분의 야영에서 직접 텐트를 친다. 후배 법관들이 만류하면"이건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숙련된 솜씨로 직접 설치하곤 한다.


	1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사진 중앙 주황색 점퍼 입은 사람)을 비롯한 전국 법관과 법원 직원들이 신선대에서 한쪽 손을 불끈 쥔 채 갑오년 첫 해돋이를 맞이하고 있다.
1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사진 중앙 주황색 점퍼 입은 사람)을 비롯한 전국 법관과 법원 직원들이 신선대에서 한쪽 손을 불끈 쥔 채 갑오년 첫 해돋이를 맞이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양 대법원장은 텐트에서 일행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강추위를 예상해 제일 두꺼운 옷을 준비했는데 날씨가 별로 안 추워 영 재미가 없다"고 했다. 야영장 주변 냇물이 꽁꽁 얼어붙었는데도 안 춥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한 후배 법관은 "작년과 비교하면 호텔 수준"이라며 "그때는 눈 위에 친 텐트 안으로도 칼바람이 불어와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는 족히 됐을 것"이라고 받았다.

양 대법원장은 "사람은 여러 번 죽는데, 등산과 야영을 하지 않거나 못하면 그 부분은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이것이 내가 등산과 야영을 하는 이유다. 그래서 힘닿는 데까지 할 생각"이라고 했다.

양 대법원장은 텐트에서 방송으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은 뒤 '사법부의 관료화'를 거론했다. 그는 "다른 부처에서 사법부의 관료화를 지적할 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그런 부분들이 눈에 많이 띈다"면서 "고리타분한 형식과 관례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라도 법관들 모두 '내가 관료적이지 않았나'를 고민하고 그런 점이 있다면 스스로 고치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해 첫 순간 무거운 화두(話頭)를 던진 그는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2년에 걸쳐 산에서 술을 마시니 피곤하다"고 농담하며, 새벽 1시 30분쯤 자리를 파했다.

일행은 두 시간 남짓 쪽잠을 잔 뒤 새벽 4시에 일어나 텐트 정리를 시작했고, 6시쯤 떡국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뒤 신선대를 향해 출발했다. 일행은 화암사를 출발, 화암재와 신선대를 밟은 후 일출을 감상하고 퍼즐바위, 선인재 능선을 통과해 3시간 30분 만에 7.7㎞의 산행을 끝냈다. 양 대법원장은 베테랑답게 계속 선두권이었다. 이날 산행 기념사진의 플래카드엔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 가족 2014년 신년 일출 산행'이라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