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미세먼지 탓에 매년 2만명 조기 사망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매년 80만명 폐질환 유발
경제적 손실도 12조3000억원에 달해

지난 주 중국으로부터 날려 온 스모그가 이슈가 되었다. 우리 몸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일찍 찾아온 추위로 인해 난방이 시작된 것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 중 하나다. 태풍이나 폭우 폭설 등은 그 현상이 발생하는 지역만의 문제이지만 우리가 숨을 쉬지 않고 살 수 없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가 한반도를 덮는 문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습한 계절인 여름이 가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중국발 스모그와 함께 우리나라 공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건조한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겨울에 가끔 눈이 내리지만 메마른 대지를 적셔주기엔 강수량이 너무 적다. 또한 건조한 대륙인 중국이나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탁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후학적으로 건조한 기간이다.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과 달리 공기 중에 떠있는 먼지가 씻겨 내려질 기회가 적어진다.
공기 속에 고체나 액체 상태의 입자상 물질로 부유하고 있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에어로졸(Aerosol)이라 하는데 이를 통상적으로 먼지라 말하고 있다. 먼지 입자의 크기는 지름이 0.001~1000㎛(1㎛=1/100만 m)이지만 70㎛이상의 먼지는 발생 즉시 가라앉으므로 대부분 떠있는 먼지는 직경이 0.1~10㎛ 사이에 분포하게 되는데 이를 미세먼지라고 한다.
미세먼지 탓에 매년 2만명 조기 사망
대기권에 떠있는 먼지의 근원지는 대부분 자연이지만 인간의 활동으로도 많은 먼지가 발생한다. 바람에 의해 지표에서 불려 올라간 흙먼지, 화산폭발에 의해 발생하는 화산재, 바다에서 증발된 염분입자 등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먼지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석탄이나 석유를 태우거나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농업잔재물이나 생활폐기물을 소각할 때 나오는 연기 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먼지로 대기를 오염시키는 물질이다. 이러한 대기오염 물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공기 속의 먼지 함유량은 계속해서 감소했다. 먼지를 줄이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한 환경정책의 성과이다. 그렇지만 다시 새로운 형태의 먼지가 생겨났고, 그에 따라 건강에 대한 새로운 위험도 생겨났다. 미세먼지가 그것이다.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심장마비, 천식, 기관지염, 폐렴, 폐암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가면 심혈관계, 호흡기계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입자의 지름이 10㎛(PM 10) 이하인 미세먼지가 취약집단의 질병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이는 등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에서 20명이 사망한 대기오염사고, 1952년 400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런던스모그는 미세먼지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관(IARC)은 입자 지름이 2.5㎛(PM 2.5)의 먼지인 초미세먼지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국제암연구기관은 PM 2.5 외에 다른 대기오염에 대해서도 사람이 오염된 공기 속에서 계속 생활하면 폐암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암사망의 주요 환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조기사망자는 약 2만명, 폐 질환 발생자는 약 8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하면 무려 12조 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2012년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41㎍/㎥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워싱턴은 12㎍/㎥, 동경은 21㎍/㎥, 파리는 27㎍/㎥이였다고 하니 두 배나 더 나쁜 공기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 외에 평균 30~40%는 중국에서 기원한다. 한반도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람이 부는 편서풍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는 봄철 황사와 겨울철 스모그가 발생할 때 중국의 영향이 더욱 크다. 중국 북쪽에 건조한 사막지대에서 봄철에 발생하는 강한 저기압을 타고 불려 올라간 흙먼지가 편서풍에 실려 오고, 겨울철 중국의 주된 난방 수단이 석탄이기 때문에 스모그가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에 까지 영향을 준다. 자연현상인 황사와 달리 중국발 겨울철 스모그에는 유해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미세먼지 탓에 매년 2만명 조기 사망

최근 들어 한⋅중⋅일 환경협력이 강화되고 있지만, 공동관측과 예측 등 과학 분야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영향을 우리가 직접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우리 스스로 배출하는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과 연소물질 전환 같은 1차적 조치로 줄일 수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농도를 사전에 예측하고, 고농도 발생이 예상될 때 국민들에게 경계토록 알려주는 ‘미세먼지 예보제’를 시행한다고 한다. 우선 내년 2월부터 지름이 10㎛인 미세먼지에 대한 예보를 시작하고, 지름이 2.5㎛ 정도인 초미세먼지(PM 2.5)에 대한 예보는 201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상현상 중 하나인 흙먼지 황사는 기상청이 예측하고,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스모그와 같은 대기오염 현상은 대기질을 다루는 환경부가 예측하는 셈이다.

우리 국민도 겨울철에 인위적 배출을 줄이는데 동참하고 고농도 시기에는 실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침묵의 살인자’라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는 최선의 방법이다. 국경이 없는 공기의 흐름은 우리가 배출한 온갖 먼지도 전세계 사람들도 마시는 공기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