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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잡곡밥에 나물 먹고 걸어 다니는 30년 전의 식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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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석기인의 식사로 건강의 되찾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의사와 영양학자들이 있다. 인류의 진화는 매우 느려서 우리 몸의 유전체계는 구석기 시대와 같은데 우리의 식생활은 구석기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이 변했기 때문에 현재의 식생활이 우리 몸에 맞지 않는다는 이론이다. 영국과 미국의 의사들 중에는 구석기인의 식사법으로 당뇨와 고지혈증, 고혈압 같은 대사이상 질환을 고칠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암도 고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석기인들은 현대인들보다 오래 살았을까? 왜 신석기인은 아니고 구석기인일까? 구석기인의 식사법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의문이 생긴다.

구석기인의 수명이 현대인들보다 짧았다. 19세기 말에 항생제와 예방주사가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질병은 콜레라, 결핵, 천연두 등 각 종 감염성 질환이었다. 수명은 50세 이하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구석기 시대는 수렵이 생활 수단이었다. 자연에서 나는 열매와 뿌리 그리고 사냥으로 얻는 고기와 낚시로 얻는 물고기로 연명했다. 아직 농사를 짓기 전이기 때문에 곡식을 얻기도 부족했다. 따라서 식사의 절대 양이 적었고 운동 양이 많았다. 또 식재료가 절대 부족하기 때문에 뿌리와 껍질을 비롯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었다. 또 사냥을 하지 못하거나 먹을 수 있는 열매나 뿌리식물을 매일 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굶을 때를 대비해서 섭취한 음식을 몸에 최대한 축적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지방으로 축적하는 유전자들이 있다. 그 중 한가지인 FTO 유전자는 유전체 15번에 자리하고 있는데, 우리 몸의 지방의 양과 비만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FTO를 생산하고 조절한다.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FTO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여 비만이 될 확률이 1.67배 높고 그 결과 비만, 고지혈증, 고인슐린혈증, 2형 당뇨병 등 대사이상 증후군 발생 위험이 많다.

신석기 시대에는 인간이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다. 따라서 식재료를 찾아서 헤매지 않고 거주지 근처에서 스스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어서 배고픈 고통이 줄었다. 또 쌀이나 밀과 같은 곡식이 풍부해지면서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났다. 농경과 목축을 하기 시작했지만 18세기 말에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부 귀족을 제외한 대부분 사람들은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따라서 밥, , 국수 등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했지만 현대의 대사이상 증후군 환자는 드물었다. 그 이유는 섭취하는 총 열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농업법이 발달하면서 식량이 대량생산되고, 설탕도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의 식탁이 바뀌기 시작했다. 부자들의 음식이었던 흰쌀밥과 흰밀가루가 일반식이 되고, 귀했던 설탕과 기름이 흔해지면서 귀족만이 즐길 수 있었던 과자, 케익 그리고 사탕들이 누구나 즐기는 간식이 된 지금은 세끼 식사뿐만 아니라 설탕이 들어 간 음료수와 간식 들이 건강을 크게 해치는 주범이다.

현대에는 흔한 심근경색증의 원인인 관상동맥 질환은 불과 30년 전인 필자가 의과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 매우 드문 질병이었고 고지혈증과 당뇨병도 흔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구석기 식사를 했던 것은 아니다. 밥과 나물 반찬을 주로 먹었고 설탕과 기름 그리고 기름기가 많은 고기의 소비가 훨씬 적었다. 최근에 가장 흔한 음식인 삼겹살 구이도 필자가 대학을 졸업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드문 음식이었고 과자나 사탕 또는 당분이 들어 있는 음료수는 소풍이나 명절에 먹을 수 있는 특별한 것들이었다. 또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들이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서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접한다. 더욱이 교통 수단이 발달해서 걷는 시간이 적어지고, 육체 활동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하는 일이 늘어 나면서 열량 소비는 줄었는데 열량 섭취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많아졌기 때문이다.

구석기인의 식단과 같이 어려운 식단을 실천하지 않아도 건강을 되찾는 방법은 있다. 현대인의 대사이상 증후군이 생기는 원인을 알면 문제는 해결된다. 원인은 세가지다. 1. 설탕과 기름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열량 섭취가 많다. 2. 육체활동이 적다. 3. 배고플 때 먹는 것이 아니고 심심해서 먹는다. 잡곡밥에 나물 먹고 걸어 다니는 30년 전의 식생활로 돌아 갈 수 있다면 지금의 대사이상 증후군은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